'쥐 끓고 붕괴 위기' 반세기 된 FBI 본부, 워싱턴 외곽으로 이사
1975년 입주한 워싱턴DC 떠나 메릴랜드 그린벨트로…경합지역 버지니아 반발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약 반세기 전에 지어져 붕괴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 된 미국 연방수사국(FBI) 본부가 수도 워싱턴DC 외곽 지역으로 이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연방조달청(GSA)은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중심가 J. 에드거 후버 빌딩에 위치한 FBI 본부를 이전할 부지로 워싱턴DC에서 북동쪽으로 약 20㎞ 떨어진 메릴랜드주 그린벨트를 선정했다고 AP 통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그린벨트 지하철역 앞에 24만여㎡ 규모로 조성될 FBI 본부 단지에는 아파트와 호텔, 상가 등도 들어설 예정이다.
GSA는 새 부지 선택 배경에 대해 최소 비용, 직원 및 방문자들을 위한 최상의 접근성, 프로젝트 진행 일정에 대한 확실성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흑인이 주류인 프린스 조지 카운티에 FBI 본부를 유치함으로써 바이든 행정부의 형평성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10억 달러(약 1조3천80억 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이번 결정 이후 벤 카딘 메릴랜드주 상원의원은 대중교통 접근성과 비용 효율성을 고려할 때 이상적 위치가 선정됐다면서 "우리는 이 위치에 매우 만족한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부지 선정을 두고 메릴랜드주와 경합한 버지니아주는 이번 결정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마크 워너 버지니아주 상원의원은 이번 결정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지 못했다면서 "사실이라면 2개 주가 확립한 조달 절차에 대한 총체적인 정치 간섭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럴드 E. 코널리 버지니아주 상원의원도 "GSA는 오래 전 확립된 가중치 기준을 수정하는 등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고 비난했다.
1975년 J. 에드거 후버 빌딩에 자리 잡은 FBI 본부는 건물 노후화로 인해 쥐가 들끓고 외벽이 무너져내려 건물 바깥에 보행자 보호를 위한 그물을 설치하는 등 15년 전부터 이전을 추진해왔다. 빌딩 이름은 존 에드거 후버 FBI 초대 국장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전체 직원이 약 1만1천 명에 본부 관련 일자리만 7천500개에 달하는 FBI의 본부 이전을 둘러싸고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가 경합했다.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던 지난해 버지니아주 콴티코에 있는 FBI 아카데미와의 근접성에 가중치를 부여하기로 했으나, 올해 7월 가중치 항목을 변경해 비용과 사회적 형평성에 대한 가중치는 높이고 FBI 아카데미와의 근접성에 대한 가중치는 낮췄다.
이 같은 조달 과정과 버지니아주의 반발을 고려할 때 부지 선정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WP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FBI가 이번 부지 선정 과정에 대해 최근 수 개월간 GSA에 우려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FBI 고위층은 백악관과의 접근성을 고려할 때 현재 건물의 재건축을 통한 워싱턴 잔류 방안을 선호해왔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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