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변심에 당혹 우크라, 돌파구 고심하지만 '뾰족수' 없어"
광물협정 효과 불확실…유럽 지원 기대하는 데에도 한계
'전장 버티기' 상반기까지 가능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러시아군의 침공에 맞서 3년여간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변심에 고민에 빠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우크라이나의 가장 든든한 우방이던 미국은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2기 집권을 계기로 오히려 러시아 편을 드는 듯한 분위기로 돌아섰다.
우크라이나는 희토류 등 자연 자원의 지분을 제공하는 '광물 협정'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하는 데 참여하도록 유도하려고 하고 있으나, 자칫 경제적 이권을 대폭 내주고도 얻는 것은 별로 없는 상황에 맞닥뜨릴 우려가 있다.
한편으로는 유럽으로부터 더 많은 군사적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이것 역시 쉽지 않다.
만약 미국의 무기 지원이 끊긴다면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불과 몇 달 정도로 예상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공공연히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러시아와 휴전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여러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치분석가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지난주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는 협상에서 미국이 지원해줄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고 썼다.
NYT는 이런 태도에 대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접근법이라고 짚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외면하는 상황에 우크라이나 측이 느끼는 당혹감과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다.
차기 주(駐)나토 우크라이나 대사로 내정된 키이우 소재 싱크탱크 '뉴 유럽 센터'의 알료나 헤티만추크 소장은 "우리는 미국이 우리 편인 데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다"고 토로하면서 "여전히 우리는 미국을 우리 편에 둬야만 한다"고 NYT 전화인터뷰에서 말했다.
트럼프 2기 취임을 전후해 우크라이나 측은 새 대통령의 '거래 지향적 사고방식'에 비춰 광물협정 체결을 대가로 미국의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5천억 달러(720조 원) 규모의 광물 자원 지분을 요구하면서도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 등에 관해서는 아무런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원조 규모는 1천200억 달러(172조 원)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돈을 기존 지원에 대한 '보상'으로 요구하면서 추가 지원 약속은 꺼리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런 조건이 지나치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미국 측과 협상을 계속하면서 조금 더 유리한 조건으로 광물협정을 체결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광물협정 협상은 막바지 단계로 알려졌으며, 협정 체결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28일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 계획을 25일 공개하면서 "젤렌스키는 나와 함께 광물협정에 서명하고 싶어 한다. 나는 이것이 매우 큰 거래라는 걸 알고 있다. 1조 달러(약 1천433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물협정이 체결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한 우크라이나의 관계에 어느 정도로 도움이 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큰 성과를 확보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긴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전쟁 수행에 드는 돈 중 일부를 빼서 미국에 줘야 하고, 이는 국가부채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전쟁을 조기에 끝내고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호언장담해 온 점이 그나마 우크라이나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평화를 가져온 위대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허영심을 충족시키려면 우크라이나 측이 종전에 동의해야만 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측이 어느 정도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성질이 변덕스럽고 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지만 앞으로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는 일이 생기면 갑자기 우크라이나 편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의 희망 섞인 관측이다.
이밖에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계기로 발달한 자국의 군수산업을 유럽 국가들이 지원해 주기를 바라고 있으며, 일부 국가들로부터는 이미 자금지원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회 국방정보위원회 소속 솔로미야 보브로우스카 의원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의 무기 수요 중 40%를 자국 방위산업체들이 충족시키고 있으며, 특히 드론은 거의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우크라이나에 200억 유로(30조 원) 이상의 추가 지원을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 지원이 끊기더라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러시아를 상대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군자금, 무기,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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