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는 시진핑에 기회?…"中 고립시키려다 美 소외될 듯"
전문가 "中과 美동맹 등 관계 심화 가능성…美의 대중 전략 목표 약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가 중국에는 강대국으로서 영향력을 키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높아진 관세 장벽을 마주하게 된 중국이 수출 등 경제적으로는 타격을 받겠지만 미국 동맹국을 포함해 '상호관세 철퇴'를 맞은 다른 국가들과 관계를 심화하며 오히려 미국을 소외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관세를 얻어맞은 세계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기회를 제공했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중국이 미국의 이번 상호관세 부과로 "황금 같은 기회"를 얻었다고 짚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세계에 위협이 된다며 중국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을 설득했다. 여기에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점도 유럽 등의 미국 동맹국들이 중국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우호 신호를 보내고 전 세계 교역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자 동맹국들 입장에서는 '중국 고립' 정책에 협력할 이유가 없어졌고, 이런 상황은 다른 국가의 중국 의존도를 높이고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서 미국은 소외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M리옹 비즈니스스쿨 상하이 캠퍼스의 프랭크 차이 교수는 "트럼프의 '해방의 날'은 다른 국가들이 미국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무역하도록 장려함으로써 미국을 다른 세계로부터 고립시킨다"며 "이제 중국은 자신의 방식으로 미국을 이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 프로그램 디렉터도 "트럼프의 관세는 미국이 더는 과거와 같은 자비로운 패권국이 아니며 세계 질서가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증폭한다"며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들과 관계를 강화해 자신의 대안적 세계질서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통신도 전문가들을 인용, 이번 상호관세가 중국과 다른 국가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전략 목표를 무산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업체 트리비움차이나의 지정학 분석가 조 마주르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잠재적으로 여러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을 동시에 소외시킨다는 사실은 (대중국 정책의) 전반적 영향을 약화한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스콧 케네디도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고용, 번영, 국제경제, 군사력의 원천이 되는 다른 경제분야에서의 막대한 이점을 희생시킬까 정말 우려된다. 우리는 상당히 고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취임 이후 대중국 관세 부과에 중국이 대화 여지를 남기려 하는 것도 이러한 구도에서 장기전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의 크레이그 싱글턴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의 관세에 전면 대응하기보다는 제한적 조치를 하면서 미국의 동맹국에 '같이 일하자'는 신호를 보낼 것이라며 "시 주석이 장기전을 벌이고 있다. 양보는 피하고 타격은 흡수한 뒤 트럼프가 눈을 먼저 깜빡이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주펑 난징대 국제학부 학장도 중국 당국은 다른 나라가 트럼프의 관세에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볼 것이라면서 "중국은 보복 조치를 서두르지 않는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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