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동문' 오바마, 트럼프 저격…"학문의 자유 불법적 억압"
'저항 주도' 가버 총장은 유대인…"신중한 성격의 평생 학자"
바이든 기억력 지적했던 한국계 허 前특검도 하버드 대리인단에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모교인 하버드 대학교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경 요구를 '불법적 억압'이라고 규정하며 정면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하버드는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불법적이고 거친 시도를 거부하는 동시에 모든 하버드 학생이 지적 탐구, 치열한 토론, 상호 존중의 환경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처를 함으로써 다른 고등 교육기관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른 교육기관들도 이런 행보를 따르기를 희망해보자"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캠퍼스내 반유대주의 근절 요구에 맞서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하버드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하버드대의 이번 결정을 주도한 앨런 가버(69) 총장에게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가버 총장은 전날 교내 커뮤니티에 보내는 글에서 "우리 대학은 독립성이나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놓고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근절 등을 명분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해온 정책 변경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버 총장은 트럼프 정부가 연방 기금 지원을 유지하는 대가로 기존 요구 조건을 넘어서는 조건부 학칙 연장을 요구했다며 "이는 반유대주의를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리와 협력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가버 총장은 지난해 1월 반(反)유대 논란에 이은 논문 표절 의혹으로 클로딘 게이 당시 총장이 물러난 뒤 임시 총장을 맡았다 같은 해 8월 총장에 오른 인물이다.
총장직을 맡기 전에는 13년간 하버드대 교무처장을 맡았다. 경제학과 의학을 전공한 그는 하버드 의학전문대학원과 케네디 공공정책대학원, T.H 찬 공중보건대학원 등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대인인 그는 지난 2023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급습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하버드대가 발표한 성명에서 하마스의 테러 행위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주목받기도 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평생 학자이자 신중한 성격을 지닌 가버 총장이 저항의 지도자가 되기에 타고난 인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그의 대응은 민주당과 하버드 캠퍼스의 많은 사람에게 모범으로 환영받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고 22억 달러(약 3조1천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동결한 데 이어 면세 지위 박탈까지 위협하면서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하버드대 법률대리인단의 면면도 주목된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기밀 유출·불법보관 의혹 사건을 수사한 로버트 허 전(前) 특별검사가 대리인단에 합류했다.
한국계인 그는 이 사건의 수사 결과 보고서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인지능력 문제를 적시해 파장을 낳았다. 허 전 특검은 논란 당시 자신이 공화당원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당파적인 정치는 내 업무의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허 전 특검은 하버드대 영어영문학과 출신이다.
그와 함께 윌리엄 버크도 대리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백악관의 법률 고문을 맡았고,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수사 당시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 여러 명을 변호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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