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BS 간판 시사프로, 방송 중 모회사 직격…"독립성 침해"
'60분' 선임기자 스콧 펠리, 트럼프 눈치 보는 파라마운트에 '돌직구' 발언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의 최장수 시사보도 프로그램인 '60분'(60 Minutes)이 방송 도중 이례적으로 모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 프로그램의 수석 프로듀서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경영진을 비판하며 사임한 것과 관련해 진행자가 CBS 보도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방송 도중 이례적으로 '직격'한 것이다.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CBS방송의 간판 시사 프로 '60분'의 선임기자 스콧 펠리는 이날 방송을 마치면서 CBS의 모회사인 파라마운트를 작심한 듯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펠리는 "우리 모회사 파라마운트는 합병을 마무리하려 시도 중"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반드시 승인해야 한다. 파라마운트는 우리 콘텐츠를 새로운 방식들로 감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스토리 중 어느 것도 차단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빌은 정직한 언론이 필요로 하는 독립성을 상실했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60분'의 수석 프로듀서 빌 오언스가 지난 22일 돌연 사임한 것과 관련해 파라마운트의 편집권 침해가 이러한 결과를 불러왔다고 시청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펠리는 "사임함으로써 빌은 한 가지를 증명했다. 지금껏 그가 '60분'을 이끌 적임자였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1968년 방송을 시작한 '60분'의 57년 역사 속에서도 출연진이 경영진이나 사측을 방송 중 직접 비판한 것은 1995년 담배회사 전 임원의 내부고발을 외압에 굴복해 방송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방송 중 폭로된 것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다.
해당 사례는 1999년 알 파치노 주연의 영화 '인사이더'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펠리의 돌발 발언에 대해 CBS와 모회사 파라마운트는 즉각적으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60분'은 작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전 대통령을 인터뷰한 뒤 트럼프 측으로부터 집요한 공격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리스에게 불리한 발언이 방송분에서 편집됐다고 주장하며 200억 달러(약 29조원)의 소송을 제기했고, 대선에 승리한 뒤에도 방송 허가를 박탈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브렌던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불법적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노력'을 이유로 파라마운트와 스카이댄스의 합병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파라마운트의 샤리 레드스톤 회장은 트럼프와의 분쟁을 조속히 해소해 FCC의 합병 승인을 받아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파라마운트는 '60분'과 관련한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하기 위해 트럼프 측과 대화를 진행해 왔고 이번 주 중 중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NYT는 전했다.
레드스톤 회장은 올해 초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다룬 '60분'의 내용과 관련해 CBS 경영진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AP통신의 취재를 제한하고 공영라디오 NPR과 공영TV PBS의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나서는 등 주류 언론을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최근에는 민감한 내용이 보도될 경우 정부 내 제보자 색출을 위해 기자들의 통신 기록을 수색할 수 있도록 연방법무부의 관련 정책도 변경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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