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 후 美정부 사이트 1천여 페이지 삭제…바이든 3배"
닛케이 "DEI·기후변화 順"…日언론, 트럼프 취임 100일 맞아 "질서 파괴" 비판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지난달 하순까지 미국 정부 기관 약 90곳의 웹사이트에서 1천여 페이지가 삭제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30일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게재한 기사에서 미 정권 교체 시 정부 기관 웹사이트의 URL을 보존하는 프로젝트인 '엔드 오브 텀 웹 아카이브'(EOT)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EOT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후 미국 정부 기관 웹페이지 약 1만 건의 URL을 확보했으며, 3월 하순에 그중 적어도 1천 페이지가 삭제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닛케이는 "조사 대상은 정부 기관 사이트 일부로 빙산의 일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온라인 정보 삭제 건수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사례와 비교해도 훨씬 많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였던 2021년 같은 시기에는 약 3천900건의 웹페이지 중 약 120 페이지가 삭제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비율로는 3배, 건수로는 8배 정도 많다.
EOT 측 관계자는 "정권이 공개 정보를 이렇게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닛케이에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삭제한 온라인 정보를 분야별로 보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기후변화, 역대 정권 정책, 환경, 노동 순으로 많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의회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사건 관련 자료도 삭제됐다.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당일 폭동 사태로 기소된 지지자들을 대거 사면한 이후 피고 성명 등이 기재돼 있던 웹페이지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공공 정보 삭제는 국민의 알 권리를 빼앗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주요 신문사들은 이날 트럼프 2기 행정부 성과와 전망을 다룬 기사, 사설에서 '질서 파괴' 등의 표현을 사용해 강하게 비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세계 질서 파괴의 100일' 제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DEI와 젠더 측면 등에서 극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다시 내걸어 동맹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부담 확대를 요구하는 등 세계 경제 질서를 흔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 등을 잇달아 변경하고 있다고 짚고 "정권 출범에서 100일 동안은 위세 좋은 행동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초조함'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아사히신문도 사설에서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해 온 외교 원칙을 잇달아 깨고 있다면서 "초강대국이 국제 질서와 민주주의에 도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국제 질서에 관여하는 지도적 입장에서 자국을 우선시하는 독선적 나라로 바뀌었다고 평가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미국 여론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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