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인데…美국무부, 러·우크라 정보전문가도 해고
"잘못된 시점에 핵심역량 약화" 지적…의회 청문회서도 도마위에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미국 국무부가 최근 해고를 통보한 부처 직원 1천350여명 중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특화된 고위급 정보 분석가들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 중재 노력을 이어가는 와중에 지역 전문가들을 해고하는 것은 핵심 정보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근시안적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복수의 전현직 미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무부가 해고 통보한 직원 중에는 정보조사국(INR) 소속 고위 분석가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전문으로 하는 인력도 있다.
정보조사국은 자체적으로 스파이나 감시 활동을 수행하지는 않지만, 외교 정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세계 정세 분석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에 해고된 정보 분석가가 정확히 몇 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보조사국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담당 인력이 여전히 일부 남아있기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러·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주요 외교 의제로 다루는 시기에 이 같은 인력 감축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러시아가 50일내에 휴전 합의를 하지 않으면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도 고율의 관세를 때리겠다고 경고했다.
전직 국무부 관료로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정보조사국을 이끌었던 엘런 매카시는 "단순히 일자리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시점에 핵심 역량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복잡하고, 불안하며, 서로 연결돼 있다"며 "정보조사국을 축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4월 대대적인 국무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여기에는 정보조사국 산하 부서들을 통폐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루비오 장관이 의회에 보낸 자료에 따르면 유럽 분석 부서와 러시아·유라시아 분석 부서가 하나로 통합돼 유럽 및 러시아 분석 부서가 될 예정이다.
국무부의 해고 및 조직개편 계획은 미 의회 청문회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5일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민주당 소속 그레고리 믹스(뉴욕) 의원은 중국과의 경쟁이나 러시아의 공격 같은 국제적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루비오 장관이 "우리가 의존해야 할 핵심 기관들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윌리엄 키팅(매사추세츠) 의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를 조사하던 전체 팀을 왜 해고했느냐"고 국무부를 추궁했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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