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식 열풍 재점화…한 주 새 1조9천억원 '사자'
주간 순매수액 14배로 급등…국장 '주춤'에 ETF도 대거 채권·美 쏠림
"당분간 불확실성 계속"…투자자예탁금은 76조 육박, 빚투도 계속↑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미국 주식에 몰리는 국내 자금이 최근 한 주 사이 다시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호황을 거듭하던 한국 증시가 미국 관세 협상의 난항 등 악재로 주춤하면서 '머니무브'(자금 이동)가 일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주(19∼25일) 사이 미국 주식의 국내 순매수액은 13억4천300만달러(약 1조8천977억원)에 달했다.
그 직전 주(12∼18일)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 9천600만달러와 비교해 약 13.9배로 늘어났다.
미국 주식은 한국 종목의 대체재 역할을 하기 때문에 통상 이처럼 순매수액이 급등한 상황은 그만큼 자금이 '국장'(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1주 사이 순매수가 가장 많았던 종목은 유명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전략적으로 사 모으는 기업인 '비트마인'으로 1억700만달러(1천520억원)가 순매수됐다.
순매수액 2위는 유사한 '코인주'로 이더리움 가치를 2배로 증폭해 따르는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유입액은 1억200만달러로 집계됐다.
3위는 대표 인공지능(AI) 하드웨어 종목인 AI칩 제조사 엔비디아로 1억200만달러가 순매수됐다.
국내 ETF 시장에서도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경계하는 움직임이 뚜렷했다.
코스콤 ETF에 따르면 최근 1주 새 가장 순유입액이 많았던 ETF는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 상품(3천774억원)이었지만, 그 외 상위 10위는 모두 채권 등 안전 자산과 미국 주식 ETF가 차지했다.
2위와 3위는 'KODEX CD금리액티브'(2천705억원)와 'TIGER 머니마켓액티브'(2천20억원)로 모두 채권 계열 ETF였다.
미국 증시 상품으로는 5위인 'ACE 미국 나스닥'(1천253억원)과 8위 'TIGER 미국 S&P500'(1천73억원), 9위 'TIMEFOLIO 미국나스닥100액티브'(1천43억원)가 포함됐다.
한국 증시는 이번 달 들어 정부의 증시 부양책 기대감이 유입되고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관한 낙관론이 커지며 호황 열풍에 치솟았다.
코스피는 그러나 3,500선까지 넘보다 24일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전환했고, 26일에는 2.45% 급락한 3,386.05로 마감해 3,400선도 반납했다.
미국 경제가 예상 밖 호조를 보이면서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기대감이 꺾였고, 국장 활황의 '숨은 동력'인 달러 약세가 둔화하면서 기류가 뒤바뀐 것이다.
게다가 미국과의 통상 협의가 의약품 관세 예고와 대미 투자금 갈등 등 새 난관에 맞닥뜨린 데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매도 심리가 커질 공산도 있는 만큼, 국내 증시는 당분간 변동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NH투자증권의 나정환 연구원은 "현재의 코스피 조정은 한미 간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선반영된 결과로 판단한다"며 "협상이 결렬되고 미국이 고관세 정책을 강행할 경우에는 주가 약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의 집계를 보면 국내 증시의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최근 한 주(19∼25일) 사이 꾸준히 증가해 75조9천951억원까지 치솟았다.
투자자예탁금의 역대 최고치는 2021년 5월 3일의 77조9천18억원이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잔금의 총계로, 통상 미래 주가 상승의 기대에 비례해 늘어난다.
즉 적잖은 자금이 국장에서 미국으로 흘러갔지만, 동시에 현재 조정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는 '대기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증시 기대 지표인 '빚투'(빚을 내서 투자) 잔고도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금투협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같은 기간 23조369억원에서 23조5천199억원으로 늘었다.
ta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