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트럼프 압박에 굴복한 대학·기업 비판…"신념 지켜야"


오바마, 트럼프 압박에 굴복한 대학·기업 비판…"신념 지켜야"

팟캐스트 출연…학문 독립성·다양성 채용 강조…진보 언어 자성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지 등 노선 변경을 요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굴복해 거래나 합의를 한 기관들을 공개 비판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코미디언 마크 매런의 팟캐스트 'WTF'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DEI 관련 정책들을 바꾼 로펌·대학·기업 등을 향해 신념을 지켰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입장을 밝힐 만한 역량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떳떳하게 입장을 표명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맞서는 대신에 슬그머니 굴복해버렸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들에 대해선 학문의 독립성을 주문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연방정부의 지원금 일부를 잃는다면 아프겠지만, 그때를 대비해 기금이 있는 것"이라며 "상황을 버텨낼 수 있을지 지켜보자. 우리는 기본적인 학문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에는 다양성 채용을 철회하라는 압박에 맞서야 한다며 "이 나라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 기관이 "우리는 스티븐 밀러가 만들어낸 기준에 따라 사람을 채용하거나 승진시킬 수 있다고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밀러는 현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의 설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대학, 로펌, 기업들과 협상을 통해 DEI 목표를 축소하거나, 연방 자금 복원을 대가로 캠퍼스 내 반(反)유대주의를 억제해왔다.

워싱턴DC의 여러 대형 로펌들은 정부에 무상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고, 대기업들은 슬그머니 DEI 프로그램을 축소했다.

이날 오바마는 특히 매런이 최근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진보주의자들이 일반 미국인들을 파시즘으로 몰아넣었다'고 한 농담이 특히 즐거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에게도 맹점이 있고 삶은 엉망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서 사람들을 계속해서 훈계할 수는 없다"며 "내 생각에 이게 일부 진보 언어의 잘못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또 이것이 '나는 너보다 거룩하다'는 식의 우월감을 주장하는 것과 같았고, 이는 진보 진영이 과거 우파의 '도덕적 다수'나 근본주의를 비웃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자신이 진보적 이슈에 대해 조심스럽게 발언하는 방식도 들려줬다.

그는 "트랜스젠더 이슈를 이야기할 때 나는 사람들을 깎아내리거나 몰아붙이지 않았다"면서 "나는 '10대 시절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모든 아이를 존중하자. 왜 우리는 아이들이 괴롭힘당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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