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데 부채질하나…" '트럼프식 해방'에 해운업계 오히려 혼선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목표로 꺼내든 '해방 프로젝트'(Project Freedom)을 놓고 글로벌 해운업계와 보험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전 협의 없이 전격 개시…선박 안전 불투명
미국 국적 선박 2척 통과…위험 여전
업계와 아무런 교감이나 사전 협의 없이 트럼프 행정부가 단독으로 이를 시작했으며 실효성도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방 프로젝트를 꺼내든지 이틀째인 이날 갑자기 이를 일시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며 변심을 거듭하는 특유의 '마이웨이' 행보를 재차 연출했다.
앞서 해방 프로젝트 발표 당시 해운 뉴스 전문 매체 '로이즈 리스트'의 편집인 리처드 미드는 "(해방 프로젝트는) 업계와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개시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발표가 나오자 업계 관계자들) 모두가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며 "이 얘기 들어본 적 있나? 도대체 어떻게 된다는 건가?"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혼란은 그 후로 더 심해졌다고 더타임스는 평가했다.
작전 첫날인 4일 미국 해군 함정들을 포함한 여러 척의 선박이 이란의 포격을 받았으며,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항구의 석유 시설에는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쏟아져 화재가 발생했다.
미국의 계획이 선박들의 해협 통항 재개를 독려하는 것이었다면, 이란은 현재까지 이를 저지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5일 기준으로 수백 척의 선박이 두바이 해안에 집결해 있는 상태이며, 이들은 트럼프의 계획에 맞서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선포한 '통제 구역'의 경계 밖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징수하기 위한 새로운 체제를 도입하면서, 협의 없이 무단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에 사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운업 민간 기구 빔코(BIMCO·발트해 및 국제 해사위원회)의 보안 책임자 야콥 라르센은 "지난 24시간 동안 발생한 교전 상황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보안 상황은 더욱 긴박해졌다. 선박 피격 위협이 증가했으며 상황은 확대되는 경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선주가 철저한 위험 평가를 계속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조언"이라며 보험업계의 중론과 일치하는 의견을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작전이 성공적이라고 선언했으며 미국 해군과 공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들을 지원하려고 대기중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보호를 제공할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게 미드 편집인의 지적이다.
이런 상황 탓에 현장에서는 안전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고 선뜻 미국의 보호를 믿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시도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측은 미국 국적선 두 척이 통과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중 한 척은 해운 대기업 머스크(Maersk)의 자회사가 운항하는 선박이었다.
그러나 이 점이 큰 의미를 지니지는 않는다.
소수의 선박들이 해협을 통과하는 사례는 전쟁 시작 이후 계속 있어왔으며 새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 선박들은 이란의 승인을 받거나 위치 발신 장치를 꺼버리고 해안에 가까운 경로를 따라갔다.
관건은 대형 유조선의 상시적 통과가 가능해져서 유가가 하락할 것이냐인데, 이런 시나리오는 트럼프 행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에너지 시장 전문가이며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하비에르 블라스는 "평화 협정이나 최소한의 잠정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전쟁 전 수준의 원유 수송으로 회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첫 단계는 이미 유조선에 선적돼 페르시아만 내부에 갇혀 있는 원유를 밖으로 빼내는 것이다. 하지만 훨씬 더 어려운 단계는 석유 회사와 선주들이 유조선을 다시 안으로 들여보내도록 설득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석좌 연구원 존 올터먼은 더타임스에 "대통령이 전면전을 재개하려는 것 같지는 않지만, 이런 방식의 행동은 양측 모두에서 전면전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는 이란에 서서히 압박을 높여가면 그들이 굴복할 것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반면 이란인들은 버티면 미국의 요구사항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경제적 출구(off-ramp)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이란과의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면서 '해방 프로젝트'를 개시 이틀째 일단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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