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종교·신념 때문에…美유치원생 백신 면제율 사상 최고
상당수 백신 접종률, 집단면역 기준선 하회…홍역 대유행 현실화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필수 백신 접종을 면제받는 미국 어린이 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25∼2026학년도 유치원생 백신 접종률과 면제율을 집계한 결과 공립학교 입학 시 의무화한 백신 중 최소 1건 이상을 면제받은 유치원생의 비율이 4.2%로 집계됐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직전 학년도 3.6%에서 0.6%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인원수로는 약 15만7천 명에 달한다.
면제율이 전년보다 상승한 지역은 워싱턴DC와 41개 주로, 사실상 미국 대다수였다.
백신 면제 어린이의 비율이 가장 높은 주는 17.5%를 기록한 아이다호였고 유타(12.7%), 오리건(11%), 애리조나(10.6%) 등이 두 자릿수대로 뒤를 이었다. 면제 비율이 5%를 넘는 주는 이들 4개 주를 포함해 모두 24곳이었다.
유치원생 백신 면제 사유의 대부분은 질병 등 건강상 이유가 아니라 부모의 종교나 신념, 선호 등에 따른 '비의료적 면제'였다. 의료 사유에 의한 면제율은 0.2%로 평년과 비슷했다.
미국은 주에 따라 종교적 이유나 개인적·철학적 신념을 이유로 백신 접종 면제를 신청해 승인받으면 자녀에게 필수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뉴욕·메인·웨스트버지니아·캘리포니아주 등 4곳은 비의료적 면제를 허용하지 않아 해당 사례가 없었다.
이와 같은 면제율 상승 여파로 백신 접종률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 백신 접종률은 92%로,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MMR)과 소아마비 백신 접종률은 92.4%로 각각 내려앉았다.
이는 의료계가 전염성이 강한 질병의 유행을 막기 위한 최소 집단면역 기준선으로 제시하는 95%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실제로 백신 접종률 저하는 전염병 대유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홍역 확진자는 올해 들어서만 2천566명으로 보고돼, 3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들 중 93%는 백신 미접종자였고, 2회 접종을 완료하고도 감염된 사례는 전체 확진자의 3%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지난 2000년 달성한 '홍역 퇴치국' 지위도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 범미주보건기구(PAHO)는 미국의 홍역 퇴치국 지위 유지 여부를 오는 11월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클리블랜드 공공보건국의 데이비드 마골리우스 박사는 NBC 방송에 "실망스럽지만 놀랍지 않다"며 "이는 백신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하는 등 백신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백신 접종을 지지하는 에리카 슈워츠를 최근 CDC 국장으로 임명하면서 다소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comm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