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혐오정치에 염증"…2030 청년층 표심 어디로

"막말·혐오정치에 염증"…2030 청년층 표심 어디로

무관심하거나 등 돌리기도…"공약 부재·진영 대결에 손 떼"
전문가 "그럼에도 투표 참여 중요…정치 포기는 미래 포기"

 

대학 캠퍼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이미령 기자 = 4·10 총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 3일 오전 9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

한 총선 후보가 "2030 세대들이 투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귀를 기울이거나 호응하는 학생은 눈에 띄지 않았다. 대부분 두 귀에 이어폰을 낀 채 학교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신촌역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김연형(20)씨는 "누가 되든 딱히 바뀌는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며 "선거 벽보 등을 통해 후보들의 공약을 접하기는 하지만 와닿는 건 없다"고 말했다.

제22대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많은 유권자들이 표심을 정하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다.

진영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선거기간 내내 서로를 헐뜯는 막말과 인신공격이 난무했고, 이로 인한 '정치혐오' 정서가 가뜩이나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을 더욱 더 실망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청년층을 대표할 후보자들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데다, '청년 공약'마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자 의식 조사 발표에 따르면 지난 총선과 비교해 '선거에 대한 관심도'와 '투표참여 의향'이 2030세대에서 유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 투표 의향을 보인 응답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18∼29세가 52.3%로 가장 낮았는데, 이는 지난 총선 때보다도 0.5%포인트 낮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업체 메트릭스에 의뢰, 지난달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일 발표한 결과에서도 18~29세(국민의힘 16%·민주당 30%)와 30대(국민의힘 13%·민주당 40%)는 투표할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각각 40%, 33%에 달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20)씨는 "전공 때문에 다른 친구들보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편인데 이번 총선을 보면 상대 정당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나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아 공약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며 "청년 관련 공약을 찾아봐도 깊이 있는 고민과 연구를 통해 내놓은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건축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26)씨는 "거대 양당이 진보, 보수로서의 비전이 아니라 그때그때 특정 인물만 내세우고 있다. 당명을 가려놓고 정책을 보면 구분도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청년층을 대변할 인물이 적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총선 지역구 후보 696명 중 20대와 30대는 38명(5.5%)에 불과하다.

이날 만난 10여명의 학생은 하나같이 "정치권에 청년을 대표하는 이들이 너무 적다"고 입을 모았다.
 

투표용지 검수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제22대 총선을 일주일 앞둔 3일 광주 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관리관들이 국회의원선거 투표용지 검수하고 있다. 2024.4.3 iso64@yna.co.kr


대학가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총선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거나 투표할 계획이 없다는 이들을 상당수 찾아볼 수 있었다. 투표는 할 의향이 있지만 누구를 뽑을지 정하지 못했다는 경우도 많았다.

연세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전모(25)씨는 역시 투표할 계획이 없다며 "대학생들은 아직 사회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위치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정치보다는 각자 공부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30대 초반 직장인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대전에 사는 직장인 이모(31)씨는 "전혀 현실성 없는 '공약뿐인 공약'이 너무 많고 토론회를 보려고 해도 정책은 없고 서로 헐뜯기만 하니 채널을 돌리게 된다"며 "'또 한자리 해 먹으려고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회사원 고모(31)씨도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온갖 사안에 정치적 견해를 끼워 넣어 싸우는 것을 보고 염증을 느꼈는데 정치인들은 그것을 부추기고 '내 편'만 강조하는 것 같아 정치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졌다"며 "아직 뽑고 싶은 후보가 없다. 무효표라도 던지라는데 내 시간이 아까워 투표하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극단적인 진영 대결과 '알맹이' 없는 공약이 청년들을 점점 더 정치 혐오와 무관심으로 몰아넣는다고 우려했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이번 총선에)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의제가 하나도 제시되지 않았다. 지금 총선 선거운동은 '정권 심판'과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구도로 가고 있는데 청년들은 이런 정쟁적 이슈에 관심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당이 청년의 표심을 잡겠다고 '얼마 투입하겠다'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지만 청년들은 이런 공약들이 실행될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우리 정치가 진영 대결로 극대화되고 있다 보니 청년들이 정치에서 손을 떼고 싶어 하게 된다"며 "진영 대결 속에 정책 중심 선거는 부재하고 청년을 위한 정책이 보이지 않으니 정치가 미래를 구해준다는 생각도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총선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열흘 앞둔 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우편함에 투표 안내문·선거 공보물이 꽂혀 있다. 2024.3.31 nowwego@yna.co.kr


다만 전문가들은 무관심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청년층이 정치권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평론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의 뜻대로 정책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청년의 미래도 정치가 결정하게 된다"며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면 미래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훈 정치 평론가는 "젊은이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대안을 찾기 위해서라도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정치권의 싸움이 계속되고 국민들은 수동적인 형태로 그들의 싸움에 동원되는 존재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bo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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