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8주차 응급실 '비상'…"해결 안 되면 사직 준비"

전공의 이탈 8주차 응급실 '비상'…"해결 안 되면 사직 준비"

서울시내 권역응급의료센터 7곳 중 6곳 '진료 차질'
"2차병원 응급실 의사 사직 시작되면 대학병원 감당 못할 것"

 

'응급의료센터 향해'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서혜림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8주차에 접어들면서 응급의료 현장이 한계에 직면했다.

남아있는 의료진이 심각한 피로를 호소하는 가운데, 서울시내 권역응급의료센터 대부분이 '진료 차질'을 빚으며 환자를 가려 받는 중이다.

응급실 의사들은 현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사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의정갈등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서울시내 권역응급의료센터 7곳 중 6곳 '진료제한'8일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서울시내 권역응급의료센터 7곳 중 6곳이 '진료 제한' 메시지를 표출하고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란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거점 병원으로, 상급종합병원 또는 300병상을 초과하는 종합병원 중에서 지정된다. 지난해 5월 기준 전국에 44곳이 있다.

서울에는 서북권에 서울대병원, 동북권에 고려대안암병원·서울의료원, 서남권에 고려대구로병원·이대목동병원, 동남권에 한양대병원·강동경희대병원 등 7곳이 있다.

이날 기준으로 서울의료원을 제외한 6곳의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일부 진료를 제한 중이다.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오후 6시 이후 안과와 이비인후과의 진료를 제한하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도 인력 부재로 안과 응급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고려대구로병원은 이비인후과, 이대목동병원은 성형외과 진료가 일부 제한되고 있다.

한양대병원은 응급실 인력 부재로 비응급·경증 환자는 물론 중증외상 환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소아 환자의 진료도 불가능하고, 정신과 입원환자도 수용할 수 없는 상태다.

강동경희대병원은 성형외과와 치과,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의 응급실 진료가 불가능하다.

전국 44곳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상황도 좋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안과나 산부인과 등 진료 제한 메시지를 표출한 권역응급의료센터는 16곳에 달한다. 4일(15곳)보다 1곳 늘었다.

일부 진료가 제한되고는 있지만, 응급실은 여전히 운영 중이라고 복지부는 강조했다.

지난 4일 기준 응급실 408곳 중 97%인 395곳은 병상 축소 없이 운영되는 중이다. 중증 응급환자는 지난주 평균 대비 0.7% 감소했다. 같은 날 기준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응급실 근무 의사 수는 488명으로 지난주와 유사한 수준이다.
 

불 꺼진 응급의학과 교수연구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응급의학의사회 "해결 안 되면 사직 등 구체적 행동 준비"복지부가 중증·응급환자 중심이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달리, 현장에서는 응급의료체계가 붕괴 직전이라고 호소한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업무 공백이 길어지면서 응급실은 물론, 입원이나 수술을 위한 최종 치료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게 현장 의료진의 전언이다.

애초 응급실에서 환자를 전부 수용하지도 못할뿐더러, 우선 응급처치를 하더라도 병원 안에서 환자의 입원이나 수술 등을 하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켜야 하는 상황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응급실에 남아있는 건 정부의 의대 증원이나 의료개혁에 찬성하기 때문이 아니라, 환자를 떠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의사들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응급실 의사들은 현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사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를 중심으로 꾸려진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에게 현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안을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응급실 사직을 포함한 구체적 행동을 준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미 수련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채 진료를 이어가는 가운데, 2차병원 응급실 의사들도 사직에 가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연합뉴스에 "(앞으로) 2차병원에서 사직이 시작된다면 대학병원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미 (대학병원) 교수들은 사직서를 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가 원하는 건 파국이 아니고, 응급실을 떠나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며 "정부의 불합리한 정책에 대한 반대이자 전공의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응급실 의사들이 현재 버티고 있는 건 정부 때문이 아니다. 정부에서 응급실에 문제없다고 말하는 건 잘못된 사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중증·응급환자가 적시에 적정한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응급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응급실 의사들의 사직이 현실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부가 교수들을 비롯한, 의료계와의 대화 노력을 열심히 진행 중"이라며 "더 이상 환자 목숨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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