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400원 횡령' 해고됐던 버스기사…"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

'2천400원 횡령' 해고됐던 버스기사…"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

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과거 판결에 "잊고 싶다"며 인터뷰 거절
 

법의 여신상(변호사회관) [촬영 안철수]

법의 여신상(변호사회관)
[촬영 안철수]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그때 그 판결을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더는 묻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떠올리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11일 전북 전주의 한 시내버스 회사 사무실 앞에서 만난 이모(62)씨는 "직접 찾아왔는데, 인터뷰를 거절해서 미안하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이씨는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임명됐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단번에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던 '그 판사'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고 했다.

이씨는 "(이런 상황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새로운 동료를 만나도, 과거 판결 이야기가 나올까 싶어 금방 자리를 피하게 된다. 무덤덤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 굳은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호남고속 소속 버스 기사로 일하던 이씨는 승객 4명에게 받은 승차요금 2천400원을 빼돌렸다는 이유로 2014년 4월 해고됐다.

그는 "성인 요금을 학생 요금으로 잘못 계산해 단순 실수로 버스비 2천400원을 부족하게 입금했는데, 해고는 과도하다"며 불복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인 전주지법 제2민사부는 2015년 10월 이씨를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에 받지 못한 임금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그러나 당시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민사1부 함상훈 재판장은 1심을 뒤집었다.

함 재판장은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고, 이 형은 대법원에서 확정돼 이씨는 17년간 몸담은 정든 직장과 동료를 영영 떠나야 했다.

이후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꾸리던 이씨는 동료들의 추천으로 2019년 2월부터 전주의 다른 시내버스 회사에서 운전대를 다시 잡고 있다.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는 이씨에 대해 "해고 이후 몸도 아프고 고생도 참 많이 했다"며 "긴 시간 (육체적·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을 텐데 다시 사회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참 고맙다"고 입을 모았다.

이 판결 1년 전 유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2013년 진주∼전주 노선을 운행하던 버스 기사 A씨는 현금을 받은 사실을 깜빡해 3천원을 횡령한 문제로 해고됐으나 대법원은 "사회 통념상 해고는 과하다. 회사는 그를 복직시키라"고 판결했다.

이와 엇갈린 함 후보자의 '2천400원 해고 정당' 판결이 알려지면서 지명 철회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씨가 몸담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으로 구성된 윤석열퇴진 전북운동본부는 이날 전북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형적인 유전무죄, 무전유죄 판결을 한 판사에게 헌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맡겨서는 안 된다"며 "최소한 헌법재판관은 전 국민에게 평등한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war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