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퇴사하자 "180만원 물어내라"…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남 한 대형치과서 벌어진 '퇴사 배상' 논란
[촬영 안 철 수, 재판매 및 DB금지] *해당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서울 강남구 한 치과에 취직한 A씨는 막상 출근을 해보니 면접 때 설명과는 다른 업무를 맡게 된 사실을 알게 됐다. 게다가 새벽 근무를 해야 하거나 실수가 있을 경우 급여가 깎일 수 있다는 말도 듣게 됐다.
업계 순위권의 대형 업체였지만, A씨는 결국 이틀 만에 일을 그만뒀다.
그런데 치과 측은 A씨가 '퇴사 예정일을 최소 한 달 전 알려야 한다'는 약정을 어겼다며 오히려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틀 일한 임금은 25만원가량인데, 책정 월급의 절반인 약 180만원을 배상하라 한 것이다.
황당한 A씨는 항변했지만, 치과는 첫 출근 날 '퇴사 한 달 전 고지' 확인서를 작성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확인서는 퇴사 한 달 전 고지하지 않으면 치과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혔는데, A씨는 "모두가 하는 절차"라는 말만 믿고 이 서류를 작성했다.
A씨는 고작 이틀 일을 한 게 어떤 손해를 끼쳤는지 재차 물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건 "새 직원을 뽑는 시간과 비용"이란 답과 치과 쪽 변호사의 내용증명이었다. 결국 A씨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이런 확인서 강요가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한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해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계약'을 금지한다.
'퇴사 예정일을 미리 알리지 않으면 손해배상액을 낸다'라거나 '지각 시 급여에서 공제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을 경우 법 위반이란 것이다. 이를 어긴 사업주는 5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14일 "일반 근로자가 이런 규정이 위법이라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는 점을 노리고 악용한 사례"라며 "미리 정해진 손해배상액을 내라고 강요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도 "근로자에게 사전 손해배상 약정을 쓰게 하는 행위 자체가 범죄"라며 "노동청이 지도·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치과 측은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의 전화와 문자에 답을 하지 않았다.
jungl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촬영 안 철 수, 재판매 및 DB금지] *해당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https://imgnews.pstatic.net/image/001/2025/11/14/PCM20221021000278990_P4_20251114065511751.jpg?type=w8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