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다"라는 심정으로…'늑구' 포획 긴박했던 30분

"오늘이 마지막이다"라는 심정으로…'늑구' 포획 긴박했던 30분

드론으로 위치 알려주면 수의사·전문가 이어폰 나눠 끼고 접근
빠르게 움직이던 늑구 허벅지에 마취총 '명중'…늑구, 낚싯바늘 제거

 

'늑구' 포획된 순간
(대전=연합뉴스) 대전 오월드를 탈출한 늑대 '늑구'가 탈출 9일 만인 17일 0시 44분께 대전 중구 안영동 안영IC 인근에서 포획됐다. 2026.4.17 [대전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wan@yna.co.kr


(대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오늘 아니면 못 잡는다. '마지막이다' 생각했습니다"

17일 대전시 등 수색당국에 따르면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잇달아 접수된 것은 전날 오후 5시 30분께부터다.

생태원, 야생생물관리협회 등 관계기관이 드론을 띄워 일대를 수색하던 오후 6시 18분께 만성산 정상 정자에서도 비슷한 신고가 들어왔다.
 



이후 침산교에서도 유사한 신고가 들어왔다.

늑구 탈출 초기부터 수색에 참여했던 최진호 야생생물관리협회 전무이사는 이 신고를 받자마자 "늑구가 지난 14일 포획 때보다 더 쌩쌩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늑구가 수 킬로미터 내 지역을 빠르게 다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오전 수색당국과 늑구는 5시간 넘게 대치했지만, 늑구는 민첩하게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수색당국은 늑구가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소방 인력을 배치했다. 대전도시공사 관계자들도 반경 2㎞를 에워쌌다.

신고 지점을 중심으로 드론 수색에 나섰으나 늑구는 쉽게 포착되지 않았다.

최 전무가 "오늘도 포기해야 하나" 싶었던 오후 11시 45분께.

늑구가 이 지역을 빠져나갔을 것으로 판단하고 마지막으로 드론 수색을 하던 때 안영동에서 늑구가 드론에 포착됐다.

인근에서 대기하던 수의사인 진세림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 차장은 늑구가 발견된 곳으로 출동했다.
 

대전 오월드 탈출한

대전 오월드 탈출한 '늑구' 안전히 생포
(대전=연합뉴스) 17일 오전 대전 중구 사정동 대전 오월드에서 수의사 등 오월드 관계자들이 마취총을 맞은 늑대, 늑구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늑구는 지난 8일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뒤 열흘만에 생포됐다. 2026.4.17 [대전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oolee@yna.co.kr


날을 넘긴 17일 오전 0시 17분께 수색당국이 안영 IC인근에서 늑구를 발견하면서 본격적인 포획 작전이 시작됐다.

최 전무는 열화상 카메라를, 진 수의사는 마취총을 들었고, 두 사람은 이어폰 양쪽을 한 개씩 나눠 꼈다.

최 전무와 진 수의사가 조심스럽게 늑구를 향해 접근해 가면, 드론 기사는 이어폰을 나눠 낀 이들에게 이동할 위치를 알려줬다.

드론기사 한 명이 근거리에서 늑구의 자세한 동태를 관찰하면 다른 한 명은 원거리에서 전체적인 늑구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 마취총을 쏠 수 있는 자리도 알려줬다.

최 전무는 이 순간을 "오늘 아니면 못 잡겠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늑구는 사흘 전보다 더 빠르고 민첩했다.

최 전무가 천천히 움직이는 사이 늑구가 먼저 수색팀의 존재를 알아챘다.

늑구가 사람을 발견하고 퇴로로 빠지려던 순간, 나무숲에 숨어있던 진 수의사가 약 20m 거리에서 마취총을 한 발 쏴 늑구 허벅지에 명중시켰다.
 



본격적인 포획작전을 시작한 지 30분 만인 0시 39분께 늑구 마취에 성공했다. 이어 5분 뒤 포획을 완료했다.

전 국민의 애를 태웠던 '국민 늑대' 늑구가 탈출 9일 만에 안전하게 생포되는 순간이었다.

진 수의사는 "늑구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허벅지를 향해 쏘면 휘어나가서 빗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흉강이랑 목을 노리고 쐈는데 아주 다행히 허벅지에 맞았다"고 말했다.

오월드 내 동물병원으로 응급 이송된 늑구는 전국 각지 동물원과 국립생태원에서 파견된 수의사들의 보호 속에 오전 4시께 마취에서 안전하게 깼다.

혈액 검사상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엑스레이 검사 결과 위에서 길이 2.6㎝의 낚싯바늘이 발견돼 인근 2차 병원으로 옮겨져 제거 시술을 받았다.

위 속에서는 나뭇잎과 생선 가시도 있었다.

늑구는 지난 10일간 물가에서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주린 배를 채웠던 것으로 보인다.
 

대전 오월드 인근 야산서 발견된 늑대

대전 오월드 인근 야산서 발견된 늑대 '늑구'
(대전=연합뉴스) 대전 오월드 탈출 이후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늑대 '늑구'가 13일 오후 10시 43분께 오월드 인근 야산에서 목격됐다. 사진은 목격한 시민이 찍은 영상 갈무리. 2026.4.14 [독자 강준수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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