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10억원 이상 있으면 한국에서 부자다?
순자산 30억원ㆍ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이면 부자 반열
부자 자산의 절반은 '부동산'…점차 비중은 줄어
부자에겐 돈은 '편안함 유지 도구'…신문ㆍ뉴스에 집중
종합부동산세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사진은 2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종부세·재산세 상담 안내문. 2022.10.2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매년 금융사들이 부자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낼 때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과연 몇억원 정도가 있어야 우리나라에서 부자라고 할 수 있는지가 화제에 오른다.
부자 보고서의 관련 기사 댓글에는 "강남 30평대 아파트에 고급 외제 승용차 정도는 있어야 한다", "금융 자산이 최소 10억원 이상이 돼야 한다", "세금은 1년에 억원 단위는 내야 한다" 등 의견이 많이 달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부자라면 어느 정도 자산을 갖고 있어야 할까.
과거에는 벼농사를 기준으로 1천석을 거둬들이면 천석꾼, 1만석을 거둬들이면 만석꾼이라고 부르면서 부자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하지만 근래 들어 산업이 발전하고 현금과 부동산, 주식 등이 중요한 자산이 되면서 부자를 판별하는 기준이 화폐 단위로 바뀌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나 금융기관, 금융사 등에 따라 부자를 정의하는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순자산이 30억원 이상이거나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 또는 연평균 소득이 2억원이 넘으면 일반적인 부자의 범주에 든다고 볼 수 있다.
순자산 30억원ㆍ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이면 부자 반열우선 우리나라에서 부자라면 순자산이 상위 1% 가구에는 들어야 한다.
한화생명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상위 1% 가구의 자산은 29억2천10만원 이상, 이보다 더 부자로 볼 수 있는 상위 0.1% 가구의 자산은 76억800만원 이상이었다.
이처럼 상위 1%에 드는 부자는 총 20만9천여 가구였다. 평균 가구원 수는 2.8명으로 총 58만6천여 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상위 1%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2억1천571만 원으로 일반 가구 소득인 6천125만 원보다 3.5배가 많았다.
금융사들의 경우 대체로 금융 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하면 부자라고 본다. 이는 은행들이 발간하는 부자 리포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4 한국 부자 보고서'
[출처=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4 한국 부자 보고서'는 부자의 기준을 명확히 했다.
이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부자는 부유한 사람, 재산이 많은 사람을 뜻하는 경우가 많고 백만장자 또는 억만장자, 고자산가, 부유층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면서 "나라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부자를 '금융자산 100만 달러(14억6천만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으로 정의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 부자를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으로 정의했다"고 소개했다.
보유한 금융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금융자산 10억원∼100억원 미만'인 부자를 '자산가', '100억원∼300억원 미만'인 부자를 '고자산가', '300억원 이상'인 부자를 '초고자산가'로 정의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보고서에서 정작 부자들은 '총자산 기준 100억 원' 이상은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부자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인 셈이다.
국세청의 경우 공식적으로 부자를 정의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다만 세무 조사와 과세 목적으로 고소득자를 구분하는 기준은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와 종합부동산세 대상자, 고소득 전문직 세무조사 대상자가 바로 그것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은 연간 이자와 배당소득이 2천만원을 초과하는 사람이 해당한다.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는 12억원을 초과하는 가치의 주택을 1채 소유한 사람들이 해당한다. 국세청이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585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인 적이 있는데 이들의 1인당 평균 소득이 35억원 가량이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은 특정 금액을 '부자'의 기준으로 정의하고 있지 않지만, 순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가구를 상위 자산가 그룹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전체 인구의 약 10~11%에 해당한다.
부자들 안전자산 선호 뚜렷(CG)
[연합뉴스TV 제공]
일반적으로 외국 금융기관이나 선진국에서는 금융자산 100만 달러(14억6천만원) 이상 등을 보유한 개인을 부자로 보는 경향이 많다. 선진국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의 부자 기준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금융사인 크레디트스위스와 캡제미니는 각각 100만 달러 이상의 총자산 보유자와 100만 달러 이상의 투자 가능 금융자산 보유자를 부자로 분류한다. 찰스슈왑의 '2024년 모던 웰스' 연례 조사를 보면 미국인들은 평균 250만 달러(36억5천만원)의 순자산을 가져야 부유하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영국 자산 컨설팅 업체 나이트 프랭크의 '자산 보고서'에 따르면 모나코에서 1% 부자가 되려면 순자산이 1천288만 달러(188억원)가 있어야 한다. 룩셈부르크는 1천83만 달러(158억원), 스위스는 850만 달러(124억원), 미국은 581만 달러(85억원), 싱가포르는 522만 달러(76억원), 스웨덴은 476만 달러(69억원), 호주는 467만 달러(68억원)였다. 일본에서는 순자산이 197만 달러(28억원)가 넘으면 상위 1% 부자에 속했다.
부자 자산의 절반은 '부동산'…점차 비중은 줄어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4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가진 우리나라의 부자는 지난해 46만1천명으로 2023년보다 1% 늘어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체 인구에서 부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0.9%였다.
부자의 거주 지역을 살펴보면 지난해 서울에 부자의 45.3%인 20만9천명이 거주했고, 경기(10만2천명), 부산(2만9천명), 대구(1만9천명). 인천(1만4천명) 순이었다. 서울과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 우리나라 전체 부자의 70.4%가 집중돼있었다. 서울의 경우 전통의 부촌인 서초, 강남, 송파 등 '강남 3구'에 전체 부자의 45.5%가 몰려있었다.
지난해 부자가 보유한 총 부동산 자산은 2천802조원으로 2023년 2천543조원에서 10.2% 증가했다. 부자의 부동산 자산 규모가 확대된 배경에는 금리 상승으로 하락한 자산가치가 일부 반등했고, 부자 중 일부는 부동산가격의 하락을 저점 매수 기회로 여겨 부동산 투자를 늘린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부자의 총자산은 '부동산 자산'과 '금융 자산'이 각각 55.4%와 38.9%며 그 외 회원권과 예술품 등 '기타자산'이 일부를 차지했다. 총자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부자의 총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산은 '거주용 주택'으로 전체의 32%였고 현금이나 수시 입출식 예금 등 '유동성 금융자산'(11.6%), '거주용 외 주택'(10.9%), '빌딩·상가'(10.3%), '예적금'(8.7%), '주식'(7.4%)의 순이었다.
우리나라 부자의 자산관리 관심사는 '국내 부동산 투자'(40.0%)가 1위였으며 '실물(금·보석) 투자'(34.0%), '국내 금융 투자'(30.3%)가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의 '2024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를 분석해보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부자의 총자산은 평균 70억원대에서 60억원대까지 감소했다. 이는 2023년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 선언됐으나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고 2021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주식 또한 크게 반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부자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2021년 부동산이 전체의 58%, 금융자산이 40%였으나 2022년에는 부동산 55%, 금융자산이 43%, 2023년에는 부동산이 50%, 금융자산이 46%였다.
부동산이 여전히 1순위 투자 자산이기는 하지만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감소하는 모습이었다. 금, 예술품 등 실물자산을 보유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022년보다 14% 포인트 늘면서 부자 10명 중 4명이 보유해 투자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2024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
[출처=하나금융연구소]
2022년과 비교해 2023년 부자 중 외화 자산 보유자의 비중은 67%로 소폭 증가했다. 자산 규모가 클수록 외화자산 보유율도 함께 증가해 10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는 10명 중 9명이 외화자산을 보유하거나 보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이 보유한 외화 자산 규모도 평균 3억7천만원 정도로 상당했는데, 총금융자산 중 외화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상회했다.
선호하는 외화 자산 유형은 외화예금, 외화 현금, 해외주식 순이었다. 2023년 해외주식을 보유한 부자의 국내와 해외주식의 투자 규모는 전체를 100으로 봤을 때 84 대 16으로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 규모가 크게 늘었다. 부자가 보유한 외화 현금의 통화 종류는 달러가 전체의 91%로 가장 많았고, 엔화(49%), 유로(15%), 위안화(9%) 순이었다.
부자에겐 돈은 '편안함 유지 도구'…신문·뉴스에 집중부자에게 돈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떤 생활을 영위하고 있을까.
하나금융연구소의 '2024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부자에게 돈의 의미는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는 도구'라는 답변이 전체의 38%로 가장 많았고 '꼭 필요한'(16%), '자유'(12.9%), '편리함'(3.0%). '행복'(2.7%), '삶의 전부'(2.4%),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가치'(1.7%) 순이었다.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에 대한 질문에는 부자의 69.8%는 '만족한다'고 답했지만 일반 대중은 34.9%에 그쳐 2배의 차이를 보였다.
이 보고서는 총자산을 기준으로 30억 원까지 삶에 만족하는 비율(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다가 50억 원까지 다소 둔화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 이상 구간에서는 만족률이 오히려 감소하며 정체된 모습이었다. 총소득 기준으로는 4억 원, 총소비액은 2천만 원까지 삶의 만족이 상승하다가 이후 하락 및 정체되는 모습을 보여 자산, 소득, 소비 등 경제력과 관련된 변수들이 삶의 만족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부자들의 일과는 어떨까.
우리나라 부자들은 오전 루틴으로 신문이나 뉴스 보기, 운동이나 산책, 독서를 일반 대중보다 상당히 높은 비율로 실천하고 있었다. 부자 3명 중 1명은 아침 운동을 하거나 종이신문이나 뉴스를 보며 이른 오전 시간을 보낸다고 응답했는데 부자 중에서도 자산규모가 커질수록 신문이나 뉴스를 많이 본다고 답했다. 관심 있게 보는 분야는 경제(50%), 정치(14%), 생활문화(11%) 순이었다.
부자 중 절반은 하루 일하는 시간이 평균 5시간 이하였다. 부자 5명 중 1명은 기업경영자나 자영업자로 비교적 시간 운용에 자유도가 높은 직업군이었기 때문으로 평균 근로 시간이 8시간 이하인 것으로 해석됐다. 자영업자와 기업경영자의 노동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았고 의약계, 법조계 전문직의 노동시간은 8시간 초과 구간에 가장 많이 분포했다.
'일주일 동안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횟수'를 조사한 결과, 부자 10명 중 7명은 '주 3회 이상'이라고 응답했고, '거의 매일'이라는 응답도 40%로 절반에 가까웠다. 일반 가구는 '거의 없다'는 비중이 20%에 가까운 수준인 것과 비교해 부자의 경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자의 '삶의 만족도'
[출처=하나금융연구소]
부자들은 1년에 약 10여권의 책을 읽으며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는 2배 수준인 20여 권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선호하는 책은 인문 사회 분야이며, 소설, 자기 계발 서적 순으로 확인됐다. 반면, 일반 대중은 소설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부자의 취미는 산책과 걷기가 1위(65%)였으며 골프(42%), 헬스(36%)가 뒤를 이었다.
골프를 치는 목적을 보면 회사 동료, 친구, 가족들과의 친목 도모를 위해 골프를 친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부자들의 월평균 골프 플레이 횟수는 3.4회였고 1회 평균 30만원부터 50만원까지 소비한다는 응답이 가장 일반적이었다. 골프 플레이 횟수는 자산규모가 클수록 더 잦았지만 1회 평균 소비액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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