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입법 무효" vs "적법 절차 준수"…헌재서 여야 격돌
권한쟁의 사건 2시간 40분 공개변론…민형배 의원 '위장 탈당' 논란이 최대 쟁점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대심판정에서 열린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에 입장하고 있다. 2022.6.30 hkmpooh@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소수당 의원들의 권리가 침해됐는지를 놓고 국회의장·법제사법위원장과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서 팽팽히 맞섰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12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에 출석해 "9월 효력 발생 예정인 '검수완박법'은 의회민주주의 원칙과 적법 절차 원칙을 위반했다"라며 "국민 기본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위헌성과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검수완박'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법무부·검찰이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각각 심리 중이다. 이날 공개변론 대상은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이 지난 4월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사건이다. 입법 과정이 문제이니 만큼 국회의장 등의 가결 선포 행위를 무효로 하고, 법 자체의 효력도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12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 공개변론에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이날 공개변론은 국민의힘이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낸 '검수완박' 관련 권한쟁의심판이다. 2022.7.12 [공동취재] xyz@yna.co.kr
이날 변론의 최대 쟁점은 '검수완박' 국면에서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서 법사위 안건조정위에 배치되는 과정을 어떻게 볼 것인지였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 안건조정위를 구성할 수 있다. 모두 6명이 참여하는 안건조정위는 제1교섭단체(민주당) 소속 조정위원과 제1교섭단체가 아닌 조정위원의 숫자를 똑같이 만들어야 한다. 안건조정위원 4명 이상이 찬성하면 그 안건은 곧장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검수완박' 법안 발의자이기도 한 민형배 의원은 4월 20일 민주당을 탈당했고,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4월 26일 민주당 김남국·김진표·이수진 의원과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 '무소속' 민 의원을 조정위원으로 선임했다. 법안은 그날 열린 안건조정위에서 17분만에 가결됐으며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도 차례로 통과했다.
전주혜 의원은 "민 의원이 탈당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오로지 안건조정위에 야당 몫으로 참여해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조정위원회가 형해화되고 국회법이 사문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피청구인인 국회의장 측은 '검수완박' 입법 절차가 헌법과 국회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대리인인 노희범 변호사는 "안건조정위의 의도가 국회 다수파의 입법 독주를 막기 위한 것임은 맞지만, 국회법에 탈당하거나 당적을 바꾼 의원을 선임하지 못한다는 명문 규정은 없다"며 "법사위원장의 회의체 구성은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이나 외부 세력에 구애받지 않고 신념에 따라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헌법상 자유 위임 원칙에 부합한다"고 했다.
피청구인 측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사위 제1소위원회에서 다섯 차례 열린 법률안 심의에 모두 참여했다가 6차 회의 표결에서 스스로 퇴장·기권한 것인 만큼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은 보장됐다고 강조했다. '검수완박' 입법 과정의 최대 고비였던 안건조정위가 '꼼수 탈당'으로 여야 3대3 균형을 잃어 심의·표결권이 침해당했다고 한 국민의힘과 정반대의 결론이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12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 공개변론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송기헌, 민형배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이날 공개변론은 국민의힘이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낸 '검수완박' 관련 권한쟁의심판이다. 2022.7.12 [공동취재] xyz@yna.co.kr
재판관들은 양측을 향해 질문을 쏟아냈다.
이종석 재판관은 2019년 바른미래당 오신환 전 의원이 청구했다가 기각당한 국회의장 상대 권한쟁의심판을 예로 들면서 피청구인 측을 향해 "당시 헌재는 자유 위임 원칙이 언제나 최우선은 아니라고 했다"며 "당시 피청구인이었던 국회의장은 앞선 사건에서와 다른 입장을 취하는 건가"라고 물었다.
그는 국회의장 측이 "국회의원이 공익 실현을 위해 본인 판단대로 행동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에서 가장 존중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하자 "그런(조정위 구도를 4대2로 만들려는) 의도로 탈당한 사람을 조정위원으로 지정한 것은 절차적 하자가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국회의원의 자유 위임 원칙이 존중된다고 할 경우 국회의원의 의사결정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도 괜찮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4월 22일 '검수완박' 법안 박병석 의원 중재안에 국민의힘이 애초에 합의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국민의힘 측은 "국회의장 중재안에 따른 합의는 국회에 많이 있다"며 "합의를 했다고 해서 법적으로 의무를 지게 되는 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했고, 이후 '검수완박법'의 문제점 때문에 합의가 파기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12일 헌법재판소에서 검수완박 공개변론을 하고 있다.
이날 공개변론은 국민의힘이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낸 '검수완박' 관련 권한쟁의심판이다. 2022.7.12 [공동취재] xyz@yna.co.kr
2시간 40여분의 변론 종료 후 양측은 모두 헌재가 자신들의 이야기에 수긍했다고 자평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민 의원의 탈당이 어떤 목적이었는지 모르지만 본인이 진심으로 탈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본인이 결정했다면 그걸 과연 꼼수 탈당이라고 할 수 있겠냐는 점을 잘 설명했다"고 말했다. 전주혜 의원은 "재판관들이 위장 탈당의 문제를 간단하게 보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와 검찰이 '검수완박법' 자체의 위헌성을 문제 삼으며 지난달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을 이번 분쟁의 '본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법무부 청구 사건의 공개변론은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헌재 관계자는 "공개변론 내용을 바탕으로 심리를 계속할 것"이라며 "법 시행일인 9월 10일 전에 선고할지 여부와 법무부 측 권한쟁의심판 사건과의 병합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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