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文정부때 불기소, 줄줄이 재수사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文정부때 불기소, 줄줄이 재수사

'찍어내기 감찰'·'채널A 사건 보도' 등 야권 연루 의혹 사건들
전 정권서 '봐주기', 현 정권서는 '보복 수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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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 이재명 후보 지원 유세하는 추미애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더불어민주당 명예선대위원장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울산시 동구 대송농수산물시장 앞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3.4 yongtae@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조다운 기자 =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이 무혐의나 각하 처리한 사건이 윤석열 정부 들어 줄줄이 재수사 대상에 오르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전 정부 시절 검찰이 정치적 고려로 '봐주기' 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검찰은 애초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어 다시 들여다본다는 취지다.

재수사 사건 당사자가 주로 야권 인사이거나 현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보복 수사'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성윤·박은정에 추미애 아들 사건까지 재수사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서울동부지검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휴가 의혹' 사건을 재수사하라고 명령했다. 최초 사건 처분이 이뤄진 지 2년여 만이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추 전 장관 아들 서모 씨가 군 복무 중이던 2017년 6월 휴가를 나왔다가 미복귀하는 상황이 되자 추 전 장관 측이 외압을 행사해 이를 무마했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당시 추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였다.

2020년 9월 사건을 수사한 동부지검은 추 전 장관과 서씨, 전직 보좌관, 부대 지역대장 등 4명을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국민의힘은 항고장을 냈으나 서울고검은 올해 6월 이를 기각했다. 재항고장을 접수한 대검은 서울고검과 달리 재수사를 지시했다.

앞서 8월엔 '채널A 사건'을 보도한 MBC 관계자들에 대한 재기수사 명령이 내려졌다.

MBC 기자 등 7명은 2020년 3월 채널A 기자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한 뒤 시민단체에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됐다.

서울중앙지검은 고발 2년 만인 지난 4월 한 장관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MBC 관계자 7명도 "관련 법리 및 증거상 허위사실 유포 또는 위계(속임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없음 또는 각하 처분했다.

서울고검은 그러나 MBC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중앙지검에 돌려보냈다.

6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찍어내기 감찰'을 주도한 의혹을 받은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박은정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 사건이 재수사 대상이 됐다.

변호사 단체의 고발로 이 사건을 최초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한차례 고발인 조사를 한 뒤 지난해 7월 사건을 각하했다. 이에 고발 단체가 항고했고 서울고검은 당시 수사팀이 충분한 사실관계 파악 없이 사건을 처분했다며 재수사를 지시했다.

사건을 다시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은 감찰 자료 확보를 위해 지난 8월 법무부·중앙지검을 압수수색 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박은정 부장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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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현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전 담당관은 2020년 10월 '채널A 사건'으로 당시 한동훈 검사장(현 법무부 장관)을 감찰한다는 명목으로 확보한 법무부·대검찰청 자료를 윤 총장 감찰을 진행하던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무단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2022.10.19 saba@yna.co.kr


'봐주기 수사' 바로잡기 vs 전정권 겨냥 '정치 보복'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사건 처리 당시에도 검찰 지휘부에 대해 '봐주기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추 전 장관 아들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서울동부지검장은 김관정 전 수원고검장, 이성윤 연구위원·박은정 부장검사나 MBC 관계자들 사건을 처분한 책임자는 이정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정부 사람'으로 분류된다.

법조계에서는 당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만큼 의혹 해소 차원에서라도 재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밝힐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사건을 고발한 이들이 수사 결과에 지속해서 승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현 수사팀들이 다시 기록을 검토해 미진한 부분은 없는지 살필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뀐 뒤 수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면 비로소 당사자들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재수사 대상이 된 사건의 수사 대상이 공교롭게 전 정권 측 인사라는 점에서 정치적 보복 수사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충분한 설명 없이 '수사가 미흡해 재수사한다'면서 지난 정권 때의 일을 파헤치면 그걸 납득할 국민이 어디 있겠느냐"며 "이러면 정치보복이라는 오해를 사기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또 "재수사하라는 건 결국 이전 수사가 봐주기 수사, 정치적 수사였다고 보는 것 아니냐"며 "그렇다면 전 수사팀은 '정치 수사·봐주기 수사'를 한 검사들이 되니 그 부분도 검찰이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잦은 재수사 명령은 결국 검찰 수사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한 번 결론 내린 일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다시 뒤집는다면 어느 국민이 내 사건은 공정하게 처리될 거라고 기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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