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헌재가 본 '정당한 내란' 조건…尹사건 가늠자 되나


30년 전 헌재가 본 '정당한 내란' 조건…尹사건 가늠자 되나

"250㏏ 수소폭탄 서울에 떨어지면 350만명 이상 사상자 발생한다"
"고열에 시신 증발해 사람의 흔적조차 발견하기 거의 불가능하다"
"남한, 핵무장외에 방법없어"…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인터뷰


목적의 정당성·수단의 불가피 등 7인 초고에 담겨…헌소 취하돼 선고는 안 해
'부정선거·野 입법독재' 주장 尹사건서도 쟁점…'성공한 내란도 처벌' 결정도

 
국회 본청 진입 준비하는 계엄군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달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준비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회 본청 진입 준비하는 계엄군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달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준비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에서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다투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30년 전 '정당한 내란'의 조건을 따져 본 선례가 있어 이목을 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1995년 11월 27일 재판관 회의를 열고 '집권에 성공한 내란도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의 헌법소원 결정문 초고를 확정했다.

헌재법에 따라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인용 결정 하려면 6명 이상 재판관의 동의가 필요한데 당시 7명이 이 같은 결정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구인들이 선고 전날 헌법소원을 취하해 정식 결정이 선고되지는 못했다.

이 사건은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의 1980년 비상계엄 전국 확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이후 정권 탈취까지 일련의 범죄 행위에 대한 검찰의 1995년 7월 불기소 처분에서 출발했다.

'고도의 정치행위'에 검찰이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논거였다. 이는 다시 말하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이처럼 검찰이 '성공한 내란은 사법심사가 배제된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자 고소인들이 불복해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재판관들은 심리 과정에서 이른바 '성공한 내란'을 처벌할 수 있는지 따지기 위해 '내란 행위의 정당성'을 가리는 5개 조건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내란 행위가 정의·인도와 동포애에 입각해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의 주권을 회복하거나 확립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다.

두 번째로는 '내란 행위에 나아가기 이전에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평화적으로 정치·사회적 모순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했는지', 세 번째는 '내란 행위의 배경과 명분 및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그 행위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여부를 들었다.

아울러 '그 행위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최선의 조치를 취했는지', '피해보상 등 권리구제를 위한 충분한 조치를 다 했는지'도 5가지 조건에 포함됐다.

즉 내란 또는 그와 유사한 행위는 '국민 주권 확립을 위한 목적으로 불가피하게 선택한 최후의 수단이며 그 과정에서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는지'에 따라 정당성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취재진 질문 답하는 배진한 변호사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2회 변론준비기일인 지난 3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배진한 변호사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출석에 앞서
취재진 질문 답하는 배진한 변호사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2회 변론준비기일인 지난 3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배진한 변호사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출석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록 정식 결정으로 선고되지는 못했으나 재판관들의 심리와 평의를 거쳐 다수의 동의로 정립한 기준인 만큼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헌재가 주요하게 참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 측은 '12·3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으로 주장한다. '부정선거' 의혹, 야당의 '줄 탄핵' 등으로 인해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회 쪽은 윤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불법적 수단으로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려 했을 뿐, 정당한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없다고 반박한다.

현직 대통령이 선택할 방안이 그것뿐이었는지,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는지, 계엄 선포의 목적이 보편적 눈높이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국민 주권 확립' 등에 있다고 할 수 있는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95년의 재판관들은 이 같은 기준에 따라 내란 행위가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될 경우 "성공 여부를 불문하고 언제든지 처벌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또 "형법이 내란죄를 범죄로 규정함으로써 보호하고자 하는 헌법 질서는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바탕을 둔 헌법 질서를 의미하며 단순히 집권 중인 정치권력이나 그 권력에 의해 유지되는 헌법 질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관들은 11월 23일 최종 평의를 마치고 27일 초고를 확정해 30일 선고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고 직전 정치적 이유로 헌법소원이 취하돼 헌재는 청구 취하로 종결했다.

다만 김진우·이재화·조승형 재판관은 취하됐어도 정식 결정을 선고하는 게 맞는다면서 당초 작성된 결정문 초고의 요지를 다른 재판관들의 양해를 얻어 소수의견 형태로 밝혔고, 이에 따라 공식 기록에도 남게 됐다.

이 사건은 1998년 발행된 '헌법재판소 10년사'에서 "정식으로 선고됐다면 국제적으로도 주목받는 헌법재판의 사례로 남았을 만한 것"이라며 "선고가 무산된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었다"고 평가받았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국회측 법률대리인단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2회 변론준비기일인 3일 오후 국회측 법률대리인단 공동 대표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오른쪽부터), 정청래 국회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국회측 법률대리인단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2회 변론준비기일인 3일 오후 국회측 법률대리인단 공동 대표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오른쪽부터),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단장, 송두환 전 인권위원장, 최기상 민주당 의원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3 [공동취재] hwayoung7@yna.co.kr


한편 별개의 사건에서 헌재는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한 바 있다. 이 결정은 관련자 단죄, 피해자 보상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단초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는다.

검찰의 1995년 7월 불기소 이후 비난이 들끓었다. 이후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공소시효 정지 등을 규정한 5·18특별법이 그해 12월 21일 제정됐다. 이즈음 신군부의 새 혐의가 발견돼 검찰은 재수사에 나섰고, 결국 1996년 1월 23일 내란죄와 반란죄 혐의로 기소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신군부 인사들이 특별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헌재는 1996년 2월 16일 합헌 결정을 내려 논란을 끝냈다.

헌재는 "헌정질서 파괴범은 일반 형사범과 달리 공소시효 완성 이후 소추를 받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헌법에 요청할 수 없는 것"이라며 "특별법 시행일 이전에 공소시효가 완성됐다 해도 특별법은 합헌"이라고 판정했다. 이는 '성공한 내란도 처벌할 수 있다', '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논리를 제시한 시금석으로 평가된다.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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