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손풍기 든 '직장인 부대' 200m 줄…점심 거르기도
"기다려도 소중한 한 표 행사 뿌듯"…공항에도 장사진
귀화 한국인들도 투표…부정선거 주장 단체 퇴거 요청받아
점심시간 이용한 사전투표 행렬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사전투표소가 설치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주민센터 앞에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투표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25.5.29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시민들이 봄볕 더위와 긴 대기 시간도 마다하지 않고 너도나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이번 사전투표는 기존과 달리 전부 평일에 실시된다. 이날부터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3천568개 사전투표소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다.
직장인이 밀집한 서울 곳곳에서는 점심시간인 오전 11시부터 장사진이 펼쳐졌다. 대부분 관외 유권자였고, 관내 유권자는 대기 없이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여의동 주민센터 앞에는 직장인이 몰려들면서 200m가량의 대기 줄이 만들어졌다. 점심 식사 후 직장 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다.
투표 기다리는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2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2025.5.29 ksm7976@yna.co.kr
역삼1동주민센터, 사직동주민센터 앞도 낮 12시 기준 300여명의 직장인이 줄을 섰다. 25도의 더운 날씨에 손 선풍기나 양산, 아이스 커피를 손에 든 사람도 많았다.
일부 시민은 서서 샐러드 박스나 샌드위치를 먹으며 투표 순서를 기다렸다.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투표 사무원의 말에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며 줄의 맨 끝으로 향하는 시민도 있었다. 일부 시민은 머뭇거리다가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박예진(27)씨는 "45분을 기다린 끝에 겨우 투표를 마쳤다"며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가볍게 왔다가 점심 끼니를 놓친 유권자도 있었다. 40대 김모씨는 "40분 기다려 투표했다. 점심을 건너뛰어야 할 판"이라며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로 향했다.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는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투표를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경찰특공대와 폭발물 탐지견이 투표소를 점검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다녀간 뒤 잠시 한산해졌던 투표소는 정오께가 되자 점심시간을 맞은 대학생과 직장인이 대거 모여들었다.
직장인 권모(33)씨는 "집에 아기가 있어 육아해야 해 본투표일 대신 오늘 미리 투표하러 왔다"며 "국민으로서 주권 행사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오전 수업을 듣고 투표하러 온 이화여대생 김모(22)씨는 "민주 시민으로서 투표한 한 표가 결과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건물 둘러싼 투표 대기줄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2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2025.5.29 ksm7976@yna.co.kr
대림2동 주민센터에서는 귀화 한국인들도 투표권을 행사했다.
약 30년 전 한국으로 귀화했다는 김모(67)씨는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대선에 참여해 왔다"며 "경제를 잘 굴러가게 해 줄 사람이 누구일지 보고 뽑았다"고 했다.
이 투표소 안팎에선 부정선거를 감시하겠다며 청년과 유튜버 5∼6명이 모였다. 일부는 투표소 앞 계단에서 투표소에 들어서는 시민의 수를 세다가 퇴거 요청을 받고 건물 밖에서 집계를 이어갔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의심의 눈초리와 함께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냐" 등의 질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밝힌 30대 A씨는 "우리 집계와 선관위 집계가 너무 큰 차이가 나면 의심이 갈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인천공항 출국장 사전투표소에 몰린 인파
(영종도=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2025.5.29 dwise@yna.co.kr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도 유권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사전투표가 시작된 오전 6시께 1시간 이상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가 차츰 혼잡도가 해소되며 오전 8시 이후로는 10∼20분이면 한 표 행사가 가능해졌다.
투표가 진행되는 기표소 옆으로는 형형색색 캐리어들이 자리 잡으며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여권을 들고 '투표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는 김지연(21)씨는 "여행 때문에 투표를 못 할까 봐 걱정했다"며 "인생 첫 대선 투표를 공항에서 하게 돼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영섭 한지은 장보인 이율립 최원정 최윤선)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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