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이었던 '트랜스포머', 조진웅은 알고 있나
액션스타 월버그, 소년범 전력 숨겨오다 사면 신청
피해자 반발에 사면철회 후 사회적 약자 지원 활동
조진웅, 월버그와 달리 은퇴 선언 후 침묵 유지
"월버그처럼 과거 마주하는 용기와 진정성 보이길"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영화 '트랜스포머'의 주연 배우 마크 월버그(54·미국)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액션 스타다. 홍콩 누아르 '무간도(無間道)'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The Departed·떠나간 자들)'에서 강력반 형사로 열연하며 2007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스크린 속 정의의 사도로 각인된 그이지만, 화려한 무대 뒤에는 소년범 출신이라는 어두운 과거가 도사리고 있다.
1988년, '디파티드'의 배경이자 고향인 보스턴 거리에서 당시 16세였던 월버그는 베트남계 남성을 나무 막대기로 마구 때려 한쪽 눈을 거의 멀게 했다. 달아나는 과정에서도 또 다른 베트남계 남성을 폭행해 중상을 입혔다.
"아시안이 역겹다"는 게 폭행 이유였다. 검찰은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하려다 중상해와 증오범죄로 기소했고, 월버그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45일만 복역하고 보호관찰로 풀려났다.
조진웅과 소년범 출신 '트랜스포머' 월버그(오른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과거사를 숨긴 채 정상의 자리에 오른 월버그는 2014년, 주류 사업과 공익 활동을 하기 위해 법원에 사면을 신청했다. 미국은 성인이 되면 소년범 전과가 봉인되지만, 성폭력과 증오범죄 등 일부 중범죄는 예외적으로 공개된다.
이에 따라 그의 어두운 과거가 알려지자 여론이 들끓었다. 그가 쌓아온 선량한 이미지와 소년 전과자 간의 괴리가 대중에게 배신감을 준 것이다.
"속죄하며 살아왔다"는 월버그의 해명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사회적 소수라는 이유로 평생을 숨죽이고 살아왔다는 피해자는 "월버그가 사면을 신청하기 전에 직접적으로 용서를 구한 적이 없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월버그는 결국 2016년 사면 신청을 철회했다.
그는 공식 성명을 내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앞으로 두 아들의 아버지로서 더욱 책임감을 갖고 살겠다"고 말했다. 그 약속대로 월버그는 이후 할리우드의 대표적 자선사업가로 거듭났다. 자신의 이름을 딴 빈민층 청소년 지원 재단 사업을 확대하고, 참전 부상자·유기동물 보호·노숙자 지원 단체에 해마다 막대한 후원금을 내고 있다.
2017년 개봉작 '세상의 모든 돈' 출연으로 받은 개런티가 여자 배우와 큰 차이가 난다는 논란이 일자 여성 연예인 성희롱·성차별 추방 단체에 자신의 출연료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소년범 전력에 은퇴 선언한 조진웅
[연합뉴스 자료사진]
월버그의 인생 역정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배우 조진웅(49)의 사례와 겹쳐 보인다. 차이가 있다면, 월버그는 과거가 드러난 뒤 공개적인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절차를 밟았고, 독실한 신앙인이자 사회적 공인에게 부여된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조진웅이 대중 앞에 사죄의 뜻을 밝힌다 해도 국민 정서상 그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소년범에 대한 한국인의 정서가 관용보다 분노에 기울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40대 이상 대부분이 성장 과정에서 남자 교사와 불량 학생의 폭력, 제도적 차별을 경험한 트라우마가 커 '피해자 중심주의'가 더욱 강력하게 작동하는 나라다.
더구나 대중은 연예인의 화려함보다 그 뒤에 감춰진 그늘을 더 주시하는 경향이 있다. 인기와 부를 향유한 만큼의 기부와 사회 환원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작은 실수에도 가차 없이 등을 돌리는 게 우리 국민이다.
소년범 전력에 은퇴 선언한 조진웅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진웅을 향한 반감의 소용돌이가 가라앉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정이 깊은 국민들이니 기회가 영원히 사라진 건 아니다. 그래서 지금 같은 때일수록, 월버그처럼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와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조진웅을 배우 이상의 존재로 여겨온 팬들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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