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통제 못하면, 지구 역사상 6번째 대멸종 시작될 것"
환경 운동가 빌 맥키븐, 지난 1일 에스닉 미디어 서비스 뉴스 브리핑서 경고
11월 5일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향하는 가운데, 기후변화 문제는 경제와 민주주의 유지에 대한 우려에 밀려 후순위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운동가이자 '서드 액트'의 창립자인 빌 맥키븐은 11월 1일 에스닉 미디어 서비스 뉴스 브리핑에서 "지구가 티핑포인트에 도달해 더 깊고 영구적인 기후 변화를 초래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맥키븐은 "지난 18개월 동안 우리 행성은 수십 년간 관찰해 온 꾸준한 기온 상승이 아닌, 지구와 해양 온도의 매우 극적인 급등을 목격했다"며 "이는 향후 몇 년 동안 극지방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일어날 일들에 대해 매우 나쁜 징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인류가 지금까지 행한 일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라며 "우리가 이를 매우 빠른 시일 내에 통제하지 못한다면, 생물학자들은 지구 역사상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맥키븐은 "우리 시대의 무능함에 대한 끔찍한 비문이 될 것"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도구가 가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미래 세대가 알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2024년 미국 대선 결과가 향후 100만 년 동안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 문제, 유권자 우선순위에서 배제
미국 대선 유권자들이 기후변화 문제를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이 지난 10월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대선 후보 선택에 있어 경제를 "매우 중요한" 이슈로 꼽았다.
민주주의, 테러리즘과 국가안보, 대법관 임명 등도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부상했다.
반면 기후변화는 여론조사에서 하위권을 기록했다. 단 21%의 유권자만이 이를 "매우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허리케인 헬렌 피해 속 기후변화 대응 정책 주목받아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되면서 관련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빌 주민 에릭 벤딕스는 9월 말 허리케인 헬렌으로 인한 토네이도가 고향을 강타하면서 기후변화의 참상을 직접 경험했다. 6주가 지난 지금도 벤딕스와 그의 지역사회는 전례 없는 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다.
"이곳은 마치 달 표면 같습니다," 벤딕스는 EMS 브리핑에서 말했다. 지역사회가 전력을 복구하는 데 19일이 걸렸으며, 200년 된 나무들이 있는 원시림이 황폐화됐다. 애쉬빌의 주요 관광명소인 노스캐롤라이나 수목원은 2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잃었다.
허리케인 헬렌으로 227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재산 및 농업 피해액은 9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브리핑 당일 스페인에서도 유례없는 폭우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저소득층 지역사회가 기후변화의 불균형적인 피해를 받는 경향이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억 5200만 달러 규모의 지역사회 변화 보조금 프로그램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환경 및 기후 정의 투자를 대표한다.
▲루이지애나 '암 골목' 주민들의 환경 정의 투쟁
루이지애나주의 이른바 '암 골목'으로 알려진 지역의 환경 정화를 위한 노력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2021년 골드만 환경상 수상자인 샤론 라빈은 이 지역의 환경 개선을 위한 기금 마련에 착수했다.
은퇴한 특수교육 교사인 라빈은 지역 환경단체 '라이즈 세인트 제임스'의 창립자다. 이 단체는 이미 심각한 오염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사회에 새로운 석유화학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수년간 투쟁을 벌여왔다.
'암 골목'은 뉴올리언스와 배턴루지 사이 미시시피강 연안을 따라 약 137km에 걸쳐 있는 지역을 일컫는다. 이 지역 주민들은 200여 개의 화석연료 및 석유화학 시설과 인접해 살고 있으며, 암, 천식, 산모 사망률, 그리고 다양한 호흡기 질환의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현재 '라이즈 세인트 제임스'는 포모사 플라스틱스의 공장 건설 계획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 회사는 라빈의 조상들의 묘지 위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루이지애나 주민, 환경오염 대책 촉구
"우리 지역사회가 말 그대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회의에 참석해 이 문제를 논의하지만,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인들과 기업들이 주민들의 삶을 좌우하고 있습니다." 타임지가 선정한 '2023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인 라빈(Lavigne)씨는 이같이 말했다.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포모사 플라스틱스(Formosa Plastics) 편을 들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포모사 플라스틱스 공장 건설에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라빈씨는 눈물을 흘리며 "이런 기업들이 들어오면 우리는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11월 22일 랜드리 주지사에 맞서는 대규모 집회를 조직했다. 라빈씨는 "우리는 주지사와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가 살 수 있도록 오염을 멈춰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5일 기사 마감 시점까지 랜드리 주지사 사무실은 EMS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LA 차이나타운 활동가, 기후변화 논의 방식 변화 촉구
로스앤젤레스 차이나타운에 기반을 둔 동남아시아 커뮤니티 연합(Southeast Asian Community Alliance)의 시시 트린(Sissy Trinh)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 방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린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린 사무총장이 활동하는 지역사회는 저소득층이 주를 이룬다. 이 지역의 많은 주민들은 월세를 내기 위해 일상적으로 끼니를 거르고 있다.
또한 고령자들 중 상당수가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급여를 받으며 의류 공장이나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트린 사무총장은 "이런 상황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면 물리적으로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매우 멀게 느껴집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에게는 더 시급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노숙자가 될 위험에 직면해 있죠. 그래서 기후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들 앞에 놓인 실제적인 위협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저소득층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대책을 수립할 때 취약계층의 즉각적인 생존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LA강변 지역, 기후 투자와 젠트리피케이션 위기
로스앤젤레스 강변을 따라 자리 잡은 한 지역이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LA강 정화와 녹지화 계획이 이 지역을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면서, 기존 주민들은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다.
지역 활동가 트린은 "이러한 기후 투자가 우리 지역사회에 불안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발업자들의 투기를 최소화하고 저소득 주민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투자를 유도하여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정책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트린은 "이것이 제가 기후 변화를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별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다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 사례는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의도치 않게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복잡한 현실을 보여준다. 기후 변화 대응과 지역 개발 정책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