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노동력, LA 화재 복구의 핵심"

"이민자 노동력, LA 화재 복구의 핵심"

전문가들, 반이민 정책 따른 경제적 충격 우려…이민자 보호·지원 대책 필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한 반이민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미 전역에서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과 추방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LA 지역의 재난 복구 작업에 필수적인 이민자 노동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들이 대거 일터를 떠날 경우 복구 지연뿐만 아니라 남가주 지역 경제 전반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24일 에스닉 미디어 서비스(EMS)가 주최한 온라인 기자회견에서는 LA 지역 화재 복구에 있어 이민자 노동력의 중요성과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정책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이민자 없이는 복구·경제 회복도 불가능

이날 기자회견에는 닉 시어도어 일리노이대 시카고캠퍼스 교수(도시계획 및 정책학과)와 파블로 알바라도 전국일용직노동자조직네트워크(NDLON) 공동 사무국장, 아나벨라 바스티다 LA이민자인권연합(CHIRLA) 회원관리 디렉터, 제니 머리 전국이민포럼 대표 등이 참석했다.


제니 머리 대표는 "농업, 의료, 건설업을 포함한 주요 산업이 이민자 노동력 없이는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며, 캘리포니아 건설업계에서 전체 노동자의 40% 이상이 외국 출신이며, 그중 상당수가 서류 미비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민자들이 신분 문제로 인해 두려움을 느끼고 노동 시장에서 배제된다면, 지역 경제 전반이 심각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국토안보부 발표에 따르면 최대 140만 명의 임시 합법 신분 노동자들이 추방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를 넘어 가족 분리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화당원과 보수 성향 유권자의 76%가 폭력 범죄와 관련되지 않은 이민자 추방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실용적이고 영구적인 이민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난 복구의 주역, 그러나 노동권은 보호받지 못해

닉 시어도어 교수는 휴스턴, 뉴올리언스, 플로리다 남부 등 주요 재난 지역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복구 작업은 이민자 노동자들, 특히 서류 미비자들에 의해 수행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고용주들이 이민 신분을 빌미로 임금 착취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노동권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플로리다의 허리케인 이안(Hurricane Ian) 이후 복구 작업을 예로 들며, 반이민 정책이 복구 속도를 늦추고 지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자들, 여전히 지역 사회 복구에 앞장서

NDLON의 파블로 알바라도 공동 사무국장은 "많은 이민자 노동자들이 이번 화재로 집과 일자리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알타데나 화재 현장에는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이민자 노동자들이 모여 주민들에게 물품과 식량을 지원하며 복구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파사데나일자리센터(Pasadena Job Center)는 매일 1,500가구에 생필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체인톱 같은 복구 장비를 다룰 수 있는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복구단을 조직해 잔해 제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의 활동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8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도움의 손길을 보태고 있다.알바라도 공동 사무국장은 "이민자들은 복구 작업을 할 때 그 집의 주인이 공화당원이든 민주당원이든 상관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팬데믹 전후로 필수 노동력을 제공해왔으며, 앞으로도 재난 복구와 도시 재건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적절한 보호 장비 없이 작업하는 노동자들이 많아 화학물질이나 유해 입자에 노출돼 건강에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대한 보호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9·11 테러 당시 청소 작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암에 걸린 사례를 언급하며, 유사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불법체류자라 FEMA 지원도 못 받아…민간 단체 지원 절실

한편, CHIRLA의 아나벨라 바스티다 디렉터는 "불법체류 신분으로 인해 연방재난관리청(FEMA)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가정들이 많다"며, 이들을 돕기 위해 멕시코 LA 영사관 등과 협력해 현금, 식량, K95 마스크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산불 피해를 입은 이민자들이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지역 사회의 연대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제니 머리, 전국이민포럼 대표는 끝으로, "이민자 노동자들은 LA의 재건을 위한 필수 인력입니다. 그들의 노동력을 존중하고, 안전을 보장하며,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보호가 절실히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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