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상원 통과되면 최소 900만 명 혜택 중단 가능성
연방 상원, 내달 예산 삭감안 본격 검토
메디캘 의존 응급실, 커뮤니티 클리닉 등 타격 클 듯
저소득층을 위한 연방 의료보험 프로그램인 ‘메디케이드(또는 메디캘)’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지난달 말 연방 하원을 통과한 데 이어, 연방 상원에서도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이 현실화될 경우 수혜자가 많은 라틴계와 흑인은 물론, 한인 등 아시아계 저소득층 가정도 의료 혜택 축소로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특히 아동과 시니어를 위한 각종 복지 프로그램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것으로 보이며, 응급실, 분만실, 커뮤니티 클리닉, 너싱홈 등의 운영도 힘들어져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사실상 사회 전체 의료 시스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작년부터 체류신분에 상관없이 사실상 모든 주민에게 메디캘 혜택을 확대한 캘리포니아주는 연방 지원금이 줄어들 경우 재정 적자로 인해 수혜 자격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스탠 돈 우니도스 US 건강정책프로젝트 국장은 지난 21일 에스닉미디어서비스(EMS) 주최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1981년 레이건 정부 시절 당시 연방 예산 삭감으로 메디케이드 가입자 수가 13% 감소한 바 있다”며 “이번에도 삭감이 현실화된다면 미 전역에서 최소 900만 명 이상이 의료 헤택을 잃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A 카운티 커뮤니티클리닉협회 정부 대외 담당국장 조앤 프리스는 “LA 카운티 내 커뮤니티 센터에서 돌보는 환자만 2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의 78%는 메디캘 가입자”라며 “예산이 삭감된다면 운영시간이 단축되거나 의료 서비스 제한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리스 국장은 “캘리포니아주의 메디캘 확대 정책으로 환자들의 대다수가 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60% 이상이 무보험자였지만 지금은 14%로 줄었다”면서, 연방 지원이 줄면 주정부도 수혜 대상을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럴 경우 한인 커뮤니티가 받게 될 타격도 적지 않다.
조지타운 맥코트 공공정책대학원 산하 아동 및 가족센터에서 발표한 ‘연방 의회 선거구별 메디케이드/아동건강보험프로그램(CHIP)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현재 LA 한인타운이 포함된 34지구에서는 아동의 60.1%, 65세 미만 성인의 36.8%가 메디캘 혜택을 받고 있다. 이는 가주 전체에서 각각 4번째,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존 알커 아동 및 가족센터 소장 겸 교수는 메디케이드는 단순히 저소득층과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장애인, 재향군인, 시니어 등 인종과 상관없이 모든 미국인들에게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메디케어에도 중요한 재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산 삭감이 이뤄진다면 메디케이드 의존도가 높은 병원과 응급실이 문을 닫고 대체 의료 서비스도 줄어드는 등 전체 의료 체계가 흔들려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가 1980년대 초 메디캘 예산을 삭감했을 때 LA 카운티 응급치료 시스템이 붕괴된 전례가 있다”며 “이번에도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주민이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앤서니 라이트 패밀리 USA 사무국장은 “지난 2017년 오바마케어 폐지를 시도했던 트럼프 정부가 이번엔 ‘낭비, 사기, 남용 방지’ 라는 명분을 내세워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과 의료 서비스 축소를 숨기고 있다”며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선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25일 단 2표 차이로 연방 하원을 통과한 예산 삭감안은 향후 10년간 총 2조 달러를 줄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삭감안으로, 메디케이드뿐만 아니라 푸드스탬프 등 주요 복지 프로그램의 삭감 조치 내용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오렌지카운티 어바인 지역을 대표하는 데이브 민 연방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의회 합동 연설을 앞두고 “공화당의 계획대로 메디케이드가 삭감될 경우 지역구 주민 중 10만 명 이상이, 특히 아동과 시니어들이 의료 혜택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담긴 성명을 지난 3일 발표했다.
또 소아과 전문의를 의회에 초청해 연방 하원 공화당이 메디케이드 예산을 삭감할 경우 오렌지카운티 주민들이 직면할 심각한 결과를 직접 증언하도록 했다. 연방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720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고 있다. 전체 아동의 40%, 요양시설 거주자의 60%가 포함된 규모다.
인종별로 보면 라틴계는 2000만 명으로, 전체 라틴계 인구의 3분의 1이 해당된다. 흑인은 1300만 명으로, 흑인 아동의 60%와 65세 이상 시니어의 3분의 1이 가입돼 있다. 아시안 수혜자는 460만 명이다. 아동건강보험프로그램(CHIP)에 의존하고 있는 아동은 790만 명이나, 메디케이드 수혜자까지 포함하면 3100만 명에 달한다. 반면 메디케어 전체 가입자 수는 6750만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