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럴웨이 한인회, 김봉준 화백과 함께 워싱턴주 최초 마당문화 선보여
3세대 가족부터 20대 청년까지 참여, "북·장구 배우고 싶다" 관심
전통 5박 장단에서 케이팝 '골든'까지…'한국 문화의 맥' 이어져
페더럴웨이 한인회(회장 김영민, 이사장 김용규)가 6일 오후 한우리정원에서 개최한 'K컬쳐 한마당'이 워싱턴주에서는 처음으로 전통 마당 문화를 재현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재외동포청 후원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단순한 관람이 아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한인과 주류 인사 등 50여 명이 참석해 깊은 관심을 모았다.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페더럴웨이 한인회는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전통 문화의 뿌리를 체험할 기회는 부족했다"며 "워싱턴주에서 한국 전통 마당문화를 재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한국 전통 마당은 예부터 농작업, 잔치, 의식 등 다목적으로 활용되며,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매개공간 역할을 하면서 공동체의 소통과 문화가 펼쳐지는 생활의 중심지이다.
◈ 워싱턴주 첫 전통 마당놀이, 3세대가 함께한 문화 체험장
이날 행사는 역사민속 화가로 지난해부터 시애틀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김봉준 화백이 이끌었다. 사물놀이팀이 풍물을 치며 구경꾼들을 이끌고 한우리정원의 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워싱턴주 최초의 전통 마당놀이가 시작됐다.
한국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은 ▲뜰밟이, ▲문굿, ▲마당굿, ▲정자굿, ▲그림 해설, ▲글씨 나눔, ▲탈 만들기, ▲말가락 배우기, ▲세마치 아리랑 노래 배우기, ▲특별공연, ▲덩덕쿵 탈춤 추기, ▲뒤풀이 순서로 이어졌다 김봉준 화백은 전통적인 마당놀이 방식에 따라 참가자들을 정자에 둘러앉게 한 후 "옛날 우리 조상들이 안방에서 사랑방 앉듯이 앉아서 노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행사를 진행했다.
◈ "케이팝 골든도 우리 5박 장단에서 나왔다"
12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이날 행사는 뜰밟이, 문굿, 마당굿, 정자굿 등 전통 의례로 시작됐다. 김 화백은 직접 붓글씨를 써주며 서예를 통한 한글의 멋을 알렸고, 마당에는 그가 그린 탈춤 등 민중 소재 그림들이 전시됐다.
참가자들은 직접 골판지로 만든 탈에 자신의 눈위치에 맞춰 구멍을 뚫고 자신만의 탈을 제작하는 체험을 했다. 김 화백은 "3일 동안 길거리에서 골판지를 주워 와서 만든 것"이라며 "각자 자기 눈에 맞춰 구멍을 뚫어 탈을 쓰고 춤을 추면 재미있는 사진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화백은 특히 한국 전통 음악의 장단 체험에 중점을 뒀다. 그는 "오늘 전통문화 학습체험의 주제는 3박자와 잊혀져가는 5박자 가락을 배우는 것"이라며 "이 장단이 고대부터 현대까지 연결되며 우리 문화를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붉은 악마가 외쳤던 '대~한민국'도 우리 가락인 5박에서 비롯됐다"며 "우리 음악의 뿌리가 되는 5박이 최근 빌보드에서 1위를 한 케이팝 '골든'에도 들어가 있다"고 강조해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김 화백은 "서양인들은 이 엇박자를 잘 못 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DNA 안에 있어서 그런지 잘 친다"며 "수천 년간 우리 문화에 있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아리랑 장단을 직접 배우고 손뼉을 치며 전통 가락을 체험했다. 김 화백은 "함경도 강원도 아리랑 장단이 삼박자 장단이고, 지금 오늘날의 '대한민국' 가락도 삼박자 장단"이라며 "아리랑의 다양한 지역 버전도 이 장단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행사는 참가자들이 직접 제작한 탈을 쓰고 전통 장단에 맞춰 탈춤을 추며 마무리됐다. 김 화백은 "굿, 풍물, 탈춤이 단순한 연희가 아니라 민중의 삶과 염원을 담아낸 원형 문화"라며 "중국 경극이나 일본 노가와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다양한 연령층의 참여였다. 조부모와 부모, 어린 자녀까지 3세대가 함께 참석한 가족들이 있었으며, 어린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탈 만들기와 장단 체험에 몰입했다.
20대 청년과 대학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시애틀 지역 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처음 접해보는 우리 전통 장단이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을 줄 몰랐다"며 "오늘 행사를 참여해보니 북이나 장구 같은 전통 악기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20대 참가자는 "케이팝만 알고 있었는데 그 뿌리가 이런 전통 장단에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신기했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이구 페더럴웨이 한인회 사무총장은 "한류가 크게 되고 케이팝으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데,
정말 우리 정체성을 가지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며 "워싱턴주에서 처음 시도하는 전통 마당놀이를 통해 진정한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봉준 화백은 "시애틀에서 100일간 체류하며 김치 페스티벌, 단오 페스티벌, 힐링 페스티벌 등을 운영했다"며 "우리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동포가 있는 한 부르면 언제든 오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워싱턴주 한인 사회에 전통 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특히 젊은 세대들이 우리 문화의 뿌리를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사=시애틀코리안데일리 김승규 기자, 사진=박재영 기자>
참석자들이 김봉준 화백의 붓글씨 작품을 들고 단체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참석자들이 김봉준 화백의 한국 전통 마당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어린 참가자들이 탈을 써보고 있다.
김봉준 화백이 붓글씨를 쓰고 있다.
외국인 참가자들이 김봉준 화백의 붓글씨 작품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년 참가자들이 김봉준 화백의 붓글씨 작품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봉준 화백이 붓글씨를 쓰고 있다.
김봉준 화백이 3박자와 잊혀져가는 5박자 가락을 선보이고 있다.
외국인 참가자들이 탈을 쓰고 김봉준 화백 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김봉준 화백이 특별공연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