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회총연 서북미연합회, '제2회 차세대 리더십 포럼' 15일 성황리 개최

미주한인회총연 서북미연합회, '제2회 차세대 리더십 포럼' 15일 성황리 개최

'행동하는 옹호: 차세대 리더 역량 강화' 주제로 시애틀레이니어클럽서 개최

아시아계 미국인 차별 역사부터 실패를 통한 성장까지...진솔한 메시지 전달 


미주한인회총연 서북미연합회(회장 조기승, 이사장 지병주)가 주최한 '제2회 차세대 리더십 포럼'이 지난 15일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시애틀 레이니어 클럽(The Rainier Club)에서 의미 있게 개최됐다.


'행동하는 옹호: 차세대 리더 역량 강화(Advocacy in Action: Empowering the Next Generation of Leaders)'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됐으며, 한인 청년과 1세대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험과 비전을 공유했다.


참가 인원은 많지 않았지만, 유명 기조연설자들의 깊이 있는 강연으로 한인 미래 리더십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육·사법·공공·문학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한인 및 한인계 인사들이 연사로 나서 차세대와 직접 소통하며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 재닛 정 판사 "과거를 모르면 과거에 갇힌다"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재닛 정(Janet Chung) 워싱턴주 항소법원 판사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겪어온 차별의 역사와 자신의 성장 과정, 그리고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을 청년들과 나눴다.


재닛 정 판사는 2022년 제이 인슬리 주지사에 의해 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됐으며, 그 전에는 빈곤층을 위한 법률 지원 기관에서 일하며 사회 정의 실현에 앞장섰다.

그는 강연을 시작하며 "과거를 잊으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과거를 다시 만들어 권력을 유지한다. 권력이 없는 사람들이 과거를 배우지 못하면 과거에 갇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법은 우리가 미국에 온 순간부터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재닛 정 판사는 아시아계가 미국에서 겪은 차별의 역사를 하나하나 짚어갔다. "1854년 캘리포니아 대법원은 백인 살인범의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이유는 중국인의 증언을 증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흑인이나 인디언은 백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수 없다'는 법을 들어 중국인도 증언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은 우리를 침묵시켰다. 우리의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1882년 중국인 이민을 완전히 금지한 '중국인 배제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시 중국인 노동자들은 철도를 건설하고 새로운 개척지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법은 '이 나라는 당신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국적만을 이유로 이민을 금지한 미국 역사상 최초의 법이었다"고 덧붙였다.


재닛 정 판사는 1885년 타코마에서 일어난 중국인 추방 사건도 자세히 설명했다. "당시 타코마 인구 6900명 중 900명이 중국인이었다. 시 지도자들이 중국인을 내쫓는 방법을 논의했고, 백인들이 모든 중국인 집과 가게를 찾아가 떠나라고 강요했다. 그들을 마차와 기차에 태워 포틀랜드로 보낸 뒤 중국인 마을을 완전히 불태웠다. 


이 방법은 '타코마 방식'이라고 불리며 미국 서부 여러 도시에서 똑같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그는 1886년 시애틀에서도 중국인을 내쫓으려는 폭력 사태가 발생해 2주간 군대가 치안을 담당하는 계엄령이 선포됐다고 덧붙였다. 재닛 정 판사는 외국인이 땅을 소유하지 못하게 한 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오리건주는 1879년 헌법까지 바꿔가며 중국인이 재산을 소유할 수 없도록 했다. 


캘리포니아는 '백인이나 아프리카계 후손'만 땅을 소유할 수 있다고 정했다"며 "1885년 워싱턴 준주는 미국 시민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은 재산을 소유할 수 없다고 했고, 1790년 연방법은 시민권을 '자유로운 백인'으로만 제한했기 때문에 아프리카계를 제외한 모든 비백인 이민자가 워싱턴에서 땅을 가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1890년 샌프란시스코는 중국인이 차이나타운 말고는 시내에서 살거나 일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그곳에 모인 게 아니다. 법으로 정해진 게토였다"고 강조했다.

재닛 정 판사는 "1892년에는 중국계 미국인이 항상 허가증을 가지고 다녀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추방되거나 감옥에 갔다. 


또 중국계 미국인이 법정에서 증언하는 것도 금지됐다"며 "처음 이 강연을 준비할 때는 이것이 오래된 역사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비슷한 일들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닛 정 판사는 자신의 부모님 이야기도 들려줬다. "아버지는 1934년, 어머니는 1936년에 태어나셨다. 


그분들의 어린 시절은 일본 식민지배와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한국전쟁을 겪으며 살아남는 것이었다"며 "그래서 미국으로 이민 왔을 때 지금까지의 힘든 삶에 지쳐 있었지만, 동시에 미국의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재닛 정 판사는 자신이 1980년대 텍사스 휴스턴에서 자라며 겪은 정체성 혼란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올바른 옷을 입고, 머리를 파마하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텍사스 휴스턴에서 내가 주류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방법은 없었다. 나는 금발이 되고 싶었고, 자연스러운 곱슬머리를 갖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TV, 영화, 잡지에서 내가 본받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 나와 다르게 생겼다. 친구들이 '영화에서 누가 당신을 연기할 것 같아?'라고 물으면 항상 그 질문이 싫었다. 당시에는 선택할 수 있는 아시아계 배우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재닛 정 판사는 "나는 할머니와 함께 살았지만 지금도 서툰 한국어밖에 못한다"며 "부모님은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셨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겠다. 그래서 한국인으로 사는 것에 대해 거의 배우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대학 시절 한국에서 여름을 보내며 "나는 유전적으로는 한국인이지만 분명히 미국인이었고 한국인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미국에 있을 때 우리는 모두 아시아계 미국인이다. 출신 국가나 시민권이 무엇이든 우리는 모두 '외국인' 취급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재닛 정 판사는 자신의 '실패 이력서'도 공유했다. "중학교 학생회 회계 선거에서 떨어졌고, 고등학교 수석 졸업생이 되지 못했으며, 대학 시절 원했던 장학금과 인턴십을 받지 못했다. 법대를 졸업하고도 법무부에 들어가지 못했고, 시애틀에 처음 왔을 때 지원한 법률 기관들에서도 채용되지 않았다"고 나열했다.


그는 "왜 이 모든 실패 이야기를 하는가? 성공으로 가는 길은 거의 직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잘못된 출발, 잘못된 방향, 막다른 골목이 있다. 그리고 때로는 그 순간에 실패처럼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새로운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재닛 정 판사는 "10년 후에 처음 떨어졌던 법률 기관에서 일하게 됐다. 하지만 그 사이에 다른 곳에서 일하며 멋진 사람들과 멘토들을 만났고, 그들이 내 경력을 훨씬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워싱턴주 대법관이었던 고(故) 메리 페어허스트의 질문을 인용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녀는 '당신이 절대 실패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면 무엇을 하겠는가?'라고 물었다"며 "여러분의 두려움이 여러분을 꼼짝 못하게 만들지 않도록 하라.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누군가가 '할 수 있다'고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지 마라. 내가 지금 여러분에게 말한다. 도전하라"고 격려했다.


◈ 샘 조 커미셔너 "공공 서비스는 모두의 책임"

이어 샘 조(Sam Cho) 시애틀 항만청 커미셔너가 연단에 올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 리더십과 지역사회 봉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샘 조 커미셔너는 2019년 항만청 위원으로 선출됐으며, 2023년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1911년 항만청이 설립된 이후 최초의 유색인종이자 최연소 위원장이다. 1980년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가정에서 자란 그는 다양성과 포용을 강조하는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다.

샘 조 커미셔너는 자신의 이민자 가정 배경과 공공 서비스에 대한 열정이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설명했다. "시애틀 항만청은 단순히 물건을 나르고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 아니다. 


지역 경제와 일자리, 환경 문제가 모두 만나는 중요한 공공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항만청 위원장으로서 추진한 정책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특히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환경을 지키면서도 경제 발전을 이루는 방법,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샘 조 커미셔너는 "의사결정을 할 때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왜 중요한지"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어떤 정책이든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세대 리더들이 공공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했다. "여러분이 민간 기업에서 일하든,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든, 어떤 분야에 있든 공공 서비스와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샘 조 커미셔너는 "우리가 지금 누리는 많은 것들이 이전 세대의 투쟁과 희생 덕분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우리도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 문학과 교육으로 전하는 정체성

문학과 정체성의 영역에서는 워싱턴주 도서상 수상 작가이자 번역가인 E.J. 고(고은지, E. J. Koh) 작가가 연단에 올라 글쓰기와 번역을 통해 한인 디아스포라의 목소리를 확장해 온 자신의 여정을 소개하며 청년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E.J. 고 작가는 미국의 시인이자 한국 문학 번역가로서 『타인의 마법 같은 언어(The Magical Language of Others)』의 저자다. 해당 작품은 2021년 워싱턴 주 도서상(전기·회고록 부문)과 태평양 북서부 도서상을 수상했다.


음악인 대니엘 박도 참여해 이민자 2세대로서 자신의 음악이 갖는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지막 기조연설은 이번 포럼의 준비위원장을 맡은 줄리 강(Julie Kang) 박사가 장식했다. 워싱턴대학교(UW)를 거쳐 현재 시애틀대학교(SU) 교수로 재직 중인 줄리 강 박사는 30년 넘게 다문화·다언어 교육 연구에 헌신해 온 학자로, 차세대가 자신의 정체성을 강점으로 삼아 사회적 영향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줄리 강 박사는 워싱턴대학교와 시애틀대학교 교수진으로 활동했으며, 두 차례 국가 공인 교사 자격을 취득한 교육자다. 30년 이상 초중고 및 대학교 현장에서 다문화·다언어 학생들을 위한 교육 연구와 정책 개발에 힘써왔다.


줄리 강 박사는 2020년 팬데믹 시기에 학생 캐서린의 열정 프로젝트로 시작된 K-Flow(Korean American Future Leaders of Washington, 워싱턴주 한인계 미래 리더)의 탄생 배경도 소개했다. "캐서린이 연결하고 싶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우리의 한인계 연방 하원의원이었다"며 당시 메릴린 스트릭랜드, 영 김, 미셸 스틸 등 세 명의 한인계 여성 하원의원이 새로 당선됐고, 이미 의원이었던 앤디 김(현 상원의원)과 함께 한인계 정치 참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설명했다.


◈ 세대 간 소통과 연대의 장

이날 행사에는 박미조 부총영사를 비롯해 서북미연합회 회원인 김원준 광역시애틀한인회장과 김창범 타코마한인회장은 물론 곽종세, 강석동, 이수잔, 홍윤선, 이정주, 조승주, 신원택 씨 등 1세대 한인 인사들도 참석해 청년 세대와의 만남에 의미를 더했다.


서북미연합회는 워싱턴, 오리건, 알래스카, 아이다호, 몬태나 등 5개 주 10개 한인회 전·현직 회장단이 참여하고 있다. 광역시애틀·타코마·밴쿠버·스포캔(워싱턴), 오리건·유진(오리건), 앵커리지·페어뱅크스(알래스카), 아이다호, 몬태나 한인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석자들은 USC, 스탠퍼드, UCLA, 워싱턴대학교, 클락 칼리지 등 다양한 대학에 재학 중인 한인 학생들이었으며, 각자 자신의 이름과 학교, 그리고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올해 일자(一字) 벌리기에 성공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커피를 만들 수 있다", "하프를 연주할 수 있다" 등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며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었다.


참석자들은 세대 간 경험과 가치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장면 자체가 이번 포럼의 가장 큰 성과였다고 입을 모았다. 조기승 회장은 영어와 한국어로 인사말을 전하며 "연말의 바쁜 시기에도 불구하고 참석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서북미연합회는 한인 청년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미국 사회 속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미조 부총영사는 축사를 통해 "시애틀 총영사관이 담당하는 지역에는 약 18만 명의 한인 커뮤니티가 있으며, 이 중 11만 명이 한인계 미국인"이라며 "커뮤니티가 성장하면서 차세대가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역할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워싱턴주에서 더 많은 젊은 한인과 한인계 미국인들이 IT와 기술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그들을 이끌 방향과 가치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우리 커뮤니티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차세대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는 우리끼리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포용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지역 사회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포럼이 우리 커뮤니티의 미래에 대한 지속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총영사관은 이러한 노력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번 제2회 차세대 리더십 포럼은 한인 청년과 기성세대,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이 함께 미래를 모색한 의미 있는 발걸음으로 남았다. 서북미연합회는 앞으로도 한인 청년들의 역량 강화와 리더십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시애틀코리안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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