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건당국 ‘새 식생활 지침’ 논란…“단백질·육류 강조 과도” 우려

미 보건당국 ‘새 식생활 지침’ 논란…“단백질·육류 강조 과도” 우려

전문가들 “초가공식품·설탕 감축은 긍정적…학교 급식·보충제 시장 영향 주목”


미국 연방 보건당국이 새롭게 발표한 식생활 지침과 ‘식품 피라미드’를 둘러싸고 영양·환경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초가공식품과 설탕 섭취를 줄이자는 방향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단백질과 육류, 전지방 유제품 섭취를 크게 강조한 부분에 대해서는 건강과 환경 측면 모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방 보건복지부(HHS)와 농무부(USDA)가 내놓은 이번 지침은 향후 학교 급식과 연방 영양 프로그램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성장기 아동·청소년의 식습관 형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지난 13일 개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크리스토퍼 가드너 교수는 새 지침이 단백질 섭취 권장량을 사실상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린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가드너 교수는 “미국에서 단백질은 부족한 영양소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섭취되고 있다”며 “이번 지침이 단백질 강화 식품이나 육류 소비 확대를 정당화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심장협회는 단백질을 콩류와 견과류 등 식물성 식품에서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전지방 유제품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새 지침이 학교 급식 정책에도 직접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방 영양 프로그램이 연방 식생활 지침을 기준으로 운영되는 만큼, 실제 급식 메뉴 구성과 영양 기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드너 교수는 “초가공식품과 설탕 섭취를 줄이려는 방향 자체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학교 급식에서 단백질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려면 추가 재원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학교 급식 관련 예산은 줄어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책임 대신 개인 선택만 강조” 비판도

이번 지침에 대해 정부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뉴욕대 영양학 명예교수 마리온 네슬레는 새 지침이 식습관 개선의 책임을 개인에게 과도하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네슬레 교수는 “정부가 규제나 정책 대신 교육을 통한 개인의 선택만 강조하고 있다”며 “초가공식품 문제를 개인 판단에만 맡겨서는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식품산업은 공중보건 기관이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며, 초가공식품은 높은 수익을 내기 때문에 생산이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교육 수준과 소득이 높은 계층에 집중돼 있다”며 “식품 생산과 유통 구조 전반을 개선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백질 보충제 시장 확대 가능성도 제기

전문가들은 이번 지침이 단백질 보충제와 고단백 가공식품 시장 확대를 부추길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네슬레 교수는 “이미 슈퍼마켓에서는 거의 모든 제품에 단백질이 추가되고 있다”며 “대부분의 보충제가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필요 이상의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단백질 파우더 제품에서 중금속이 검출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소비자들이 제품 선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자·소수계 위한 다국어 영양 정보 필요”

전문가들은 특히 학교 급식과 연방 영양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가정 가운데 이민자와 소수계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식생활 지침과 영양 정보를 한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로 제공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슬레 교수는 “미국에는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주민들도 많기 때문에 건강과 식생활 관련 정보는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가드너 교수는 이번에 제시된 새 식품 피라미드가 기존 구조를 뒤집은 형태로 공개된 데 대해 “정책이 급격히 바뀌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상징적 표현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설탕과 초가공식품을 줄이자는 메시지는 긍정적이지만, 이를 실제 정책으로 이어갈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며 “단순한 권고를 넘어 식품 산업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제도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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