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교 시인, 두 번째 시집 『네모 세모 원』 출판 기념 토크쇼 개최

김성교 시인, 두 번째 시집 『네모 세모 원』 출판 기념 토크쇼 개최

'이민 사회에 낯선 문학 토크쇼’

지난 19일 60여 한인이 참석한 가운데 타코마 한인회관에서 진행


"시가 내게 와서 밥이 되었다." 

워싱턴주 타코마에서 활동하는 김성교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네모 세모 원』 출판을 기념하는 토크쇼를 19일 타코마 한인회관에서 열었다. 한국작가회의 기금 마련 행사로 기획된 이날 행사에는 한인 동포 6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이민 사회에서 보기 드문 본격 문학 토크쇼 형식의 행사였음에도 많은 동포들이 참석해 시와 문학에 대한 한인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행사에 앞서 이 지역 전통 공연팀인 '만성풍물단'이 흥을 돋으며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 건설 엔지니어에서 시인으로… "어느 날 시가 찾아왔다"

이순권 목사와 조승주 전 타코마 회장이 사회를 맡은 이날 행사는 토크쇼, 시낭송, 축사, 넌센스 퀴즈까지 1·2부로 나뉘어 다채롭게 진행됐다. 김성교 시인은 먼저 자신의 시 인생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저는 원래 한국에서 건설 엔지니어였다. 


백인산업이라는 건설회사에 근무하다가 미국에 오게 됐는데, 시애틀에 정착하면서 어느 날 정말 신기하게도 시가 제게 찾아왔다. 지금은 인생 후반기를 아주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크리스천들이 말하는 것처럼 성령이 임하듯, 시도 구하면 찾아온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시는 매일 먹는 밥 같은 존재가 됐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시집의 제목 『네모 세모 원』에 대해서는 "침대를 보며 네모를 떠올리고 시를 썼고, 반쪽짜리 토스트를 보며 세모를, 오븐 속 피자를 보며 원을 생각했다"며 지극히 일상적인 사물에서 시를 건져 올리는 자신만의 창작 방식을 설명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날 토크쇼 제목이기도 한 '시가 내게 와서 밥이 되었다'는 그가 시 쓰기를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삶의 중심이 된 시 쓰기에 대한 진심 어린 고백이었다.


첫 번째 시집에 대해서도 언급이 나왔다. 이순권 사회자는 "첫 시집을 내셨을 때 '섬이 없는 바다에는 고등어가 없다'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며 소개했다. 가수가 내는 LP판이나 CD에 빗댄 김 시인의 시집 철학도 이날 주목을 받았다. "모든 노래가 다 히트곡일 수는 없듯, 60~80편의 시 가운데 제가 특히 아끼는 시도 있고, 대표가 될 만한 시도 있고, 잠깐 쉬어 가는 시도 있다. 독자마다 어느 페이지에서 마음이 멈출지 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 가장 아끼는 시는 「우리 엄마」… "엄마는 가장 넓은 소재"

사회자가 "시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가 무엇이냐"고 묻자 김 시인은 주저 없이 126페이지에 수록된 「우리 엄마」를 꼽았다. "엄마라는 소재는 독자의 폭이 가장 넓다. 여자를 위한 시, 남자를 위한 시라고 하면 벌써 절반의 독자를 잃고 시작하는 셈이지만, 엄마라는 소재는 누구에게나 마음의 자리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자리에서 직접 낭독된 「우리 엄마」는 '나무도 바람을 기다릴 때가 있나 봅니다 / 제 몸 하나 흔들고 싶을 때가 있나 봅니다 / 먼지만한 것도 오래 쌓이면 / 무게를 느끼나 봅니다'로 시작해 '이만큼 살아보니 참 무겁습니다 / 구순 넘은 우리 엄마에게는 / 얼마나 많은 것이 쌓였을까요'로 끝을 맺는 작품으로, 낭독이 끝나자 참석자 여럿이 눈시울을 붉혔다.


시 쓰기를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한 실용적인 조언도 이어졌다. "소재 하나를 반드시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 동백꽃이든, 레이니어산이든 구체적인 소재를 가져와서 비유하면 훨씬 쉽게 쓸 수 있다. 어머니에 대한 시를 쓴다면, '우리 엄마는 레이니어산 같다'처럼 소재를 빌려오면 생각보다 쉽게 완성된다"며 실제 창작 공식을 나눠 호응을 얻었다. 또 시집 속 '담장을 넘어 온 페르몬'이라는 시에 등장하는 '사과 닮은 여인'이 시인의 부인임이 밝혀져 자리에 있던 부인이 일어나 박수를 받는 훈훈한 장면도 연출됐다.


◈ 시낭송·축사·퀴즈까지… "이민 사회 문학 행사의 새 지평"

이날 행사는 다양한 순서로 꽉 채워졌다. 시문화교실 수강생인 이정서·김사라 씨가 출간시집에 시를 무대에서 낭송해 큰 박수를 받았고, 김창범 타코마한인회 전 회장도 특별 순서로 시낭송에 나서 진지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행사장 입구에는 시문화교실 수강생들의 시 작품이 전시돼 참석자들이 자리를 뜨며 둘러보는 모습이 이어졌다.


축사에서 임경 타코마한인회장은 "우리 김성교 시인은 사무총장으로 누구보다 성실하게 묵묵히 한인회를 위해 봉사해 온 분"이라며 "그분의 시를 읽으면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오늘 시집이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읽히고 큰 상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연정 서북미문인협회 전 회장은 "처음 뵈었을 때부터 수강생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신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두 번째 출판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이순권 사회자가 준비한 넌센스 퀴즈도 웃음을 자아냈다. "시인들이 제일 가고 싶어 하는 곳은?", "평생 시를 한 번만 쓰는 사람은?" 등의 문제에 참석자들이 앞다퉈 손을 들며 상품을 받아 갔다.


김 시인은 마무리 발언에서 "늙어서 가장 후회하는 것 1위가 '하고 싶었던 걸 끝내 미루고 살았던 것'이라고 한다. 손편지를 쓰던 시대를 살아온 분들의 삶 자체가 이미 한 편의 시"라며 "70년, 80년 살아온 인생은 이미 몇 권의 시집이다. 그 기억을 꺼내어 쓰면 누구든 감동을 주는 시가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이민 사회에서 시문화교실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타코마 한인회의 지원을 요청한 상태이며, 앞으로 더 많은 시니어들이 시를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발견하는 장을 만들고 싶다"며 시니어 문학교실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날 출판기념 토크쇼에서 시집 판매대금 6천달러중에 행사진행비를 제외한 5천달러는 모두 '한국작가회의 미주지회'에 기부되어 출범 후 활동에 사용된다고 한다.

<기사‧사진=시애틀코리안데일리 김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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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교시인의 두번째 시집 『네모 세모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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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교 시인이 두번째 시집 출간 행사에서 축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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