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한인 사회, 지난 17일 타코마한인회관에서 광주민주화운동 46주년 기념식 개최

시애틀 한인 사회, 지난 17일 타코마한인회관에서 광주민주화운동 46주년 기념식 개최

"오월의 꽃이 오늘의 빛으로"

5.18 광주세계연대 시애틀을 비롯 평통‧서북미연합회‧3개 한인회 등이 공동 주최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아 시애틀 한인 사회가 한자리에 모여 그날의 희생을 되새겼다.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5월 17일 일요일 오후 4시 워싱턴주 타코마 8645 퍼시픽 애비뉴 S(8645 Pacific Ave S A, Tacoma, WA 98444)에 위치한 새 단장 워싱턴-타코마한인회관에서 60여 명의 한인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거행됐다.


이번 행사는 5.18 광주세계연대 미국 시애틀이 주관하고, 민주평통 시애틀협의회, 미주한인회 서북미연합회, 광역시애틀한인회, 워싱턴-타코마한인회, 페더럴웨이한인회가 공동 주최했다. 후원은 주시애틀 대한민국 총영사관이 맡았으며, 사회는 박성계씨가 진행했다.


◈ "오월의 꽃, 오늘의 빛"… 광주와 12.3 광장을 잇다

올해 행사의 슬로건은 '오월의 꽃, 오늘의 빛'으로, 한국에서 진행되는 제46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의 공식 슬로건과 같다.

행사위원회 측에 따르면 이 슬로건은 "1980년 5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영령들을 기리고, 그날의 용기를 12·3 비상계엄 당시 광장의 기억과 이어 '오늘의 빛'으로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즉 80년 광주의 5월이 '오월의 꽃'이라면,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당시 거리와 광장에서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일어선 시민들의 행동이 '오늘의 빛'이라는 의미다.

행사위는 또 "50주년이 가까워지면서 80년 5월을 직접 겪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가 늘고 있다"며, 5.18 정신을 미래 세대에게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를 핵심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시애틀 기념식 역시 이런 한국의 흐름과 같은 결로, '광주의 5월'을 '시애틀의 오늘'로 잇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묻어났다.

박성계 사회자는 개회선언에서 "2026년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1980년 5월의 광주는 과거에 멈춰진 역사가 아니다"라며 "12·3 비상계엄이라는 역사적 사건 앞에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하고, 또 얼마나 쉽게 위협받을 수 있는지 다시 깊이 되새겼다. 


신군부의 총칼에 맞섰던 80년 5월의 용기처럼 우리 시민들은 다시 한번 광장의 촛불을 밝혀 민주주의를 굳건히 지켜냈다"고 말했다. 이어 "80년의 광주와 오늘의 광장, 그리고 이곳 시애틀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국민의례·헌화·추도사로 이어진 엄숙한 기념식

행사는 박성계 사회자의 기념식 선포로 막을 열었다. 이어 국민의례에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1절),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이 차례로 진행됐다. 참석자 전원이 함께한 헌화 순서가 끝난 뒤, 정영인 5.18 광주세계연대 시애틀 대표가 추도사를 낭독했다.


정영인 대표는 추도사에서 "1980년 5월 광주는 어두운 밤을 밝히는 촛불이었다. 총칼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그날의 용기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뿌리가 되었다"며 "주먹밥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했던 광주 시민들의 대동 정신은 동학농민운동과 3.1운동으로 이어져 온 우리 겨레의 정신적 지주"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인 사회의 일원으로서 5.18의 진실을 현지 사회에 알리고 우리 자녀들에게 그날의 정신을 온전히 물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며 "5.18 정신이 광주의 역사를 넘어 세계인의 유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두가 앞장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 "1980년 5월 17일, 고3 학생이었던 나"… 김용규씨의 증언과 한강의 메시지

이날 행사의 백미는 1980년 광주에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김용규씨의 5.18 민주화운동 경과 보고였다. 김씨는 "1980년 5월 17일 이전까지 광주는 평온했다.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고 상인들은 장사를 하며 시민들은 저마다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며 "그러나 그날 밤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 선포되면서 평온했던 광주의 일상은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회고했다. 


이어 "거리에는 군인들이 깔리고 학생과 시민들을 향한 무차별 진압이 시작됐다. 어제까지 평범했던 도시가 순식간에 공포와 혼란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주먹밥'을 꼽았다. "누군가는 시민과 학생들을 위해 주먹밥을 만들었고, 누군가는 물을 나르며 부상자를 돌봤다. 그 주먹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공포 속에서도 서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 함께 살아가겠다는 연대의 상징이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를 보며, 그 위기의 순간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행동하는 모습에서 80년 광주의 5월 정신이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봤다"며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말을 빌렸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렸다'는 이 말처럼, 80년 5월 광주에서 희생하신 분들의 용기와 희생은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양심 속에 남아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4.19 혁명 정신이 담겨 있는 것처럼, 또 하나의 큰 축인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도 헌법에 함께 새겨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 한인 단체장들의 기념사… "오월 정신, 현지 사회와 다음 세대에"

기념사 순서에서는 박미조 시애틀 부총영사, 이수잔 미주한인회 서북미연합회장, 황규호 민주평통 시애틀협의회장, 김원준 광역시애틀한인회장, 임경 워싱턴-타코마한인회장, 류성현 페더럴웨이한인회장이 차례로 마이크를 잡았다.


박미조 부총영사는 "5.18 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의 숭고함을 보여준 중요한 이정표"라며 "재미동포 여러분이 국내외에서 대한민국을 응원하고 지지해 주신 역할이 매우 컸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늘 자리가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세대에게 민주주의의 가치를 잇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수잔 미주한인회 서북미연합회장은 축사에서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은 두려움 속에서도 정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서로 손잡고 거리로 나섰고, 그 용기와 희생은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어 역사의 빛으로 우리를 비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슬로건 '오월의 꽃, 오늘의 빛'처럼 민주주의는 수많은 이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인간 존엄의 가치"라며 "해외에 사는 우리 동포들도 5.18 영령들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함께 행사를 준비한 5.18 광주세계연대 시애틀 관계자, 장소를 제공한 임경 워싱턴-타코마한인회장과 협력 단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황규호 민주평통 시애틀협의회장은 "5.18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 시민이 어떻게 역사를 바로 세우는가를 보여주는 대한민국 전체의 역사이자, 세계가 함께 기억해야 할 보편적 가치의 상징"이라며 "민주평통 시애틀협의회 역시 한반도의 평화와 동포 사회 통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원준 광역시애틀한인회장은 축사에서 "5.18은 특정 지역만의 기억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가기 위해 함께 지나온 공동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저 역시 젊은 시절 미대 학생으로 최루탄 냄새가 가득한 거리에서 친구들과 군사 독재에 맞서며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던 청년이었다"며 자신의 1980년대 학생 시절 경험을 회고했다. 


그는 "그 시대에는 국가의 명령 속에서 임무를 수행했던 군인과 경찰도 있었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거리에 나섰던 시민도 있었다"며 "이제 우리는 서로를 향한 미움을 넘어, 그 시대를 살아낸 모든 사람들의 아픔과 희생을 함께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추모는 과거의 갈등을 다시 꺼내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상처를 기억하며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자리여야 한다"며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면서 다시는 국민이 서로에게 아픔을 남기는 시대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국민 통합의 가치를 함께 되새기자"고 당부했다.


임경 워싱턴-타코마한인회장은 새롭게 단장한 한인회관에서 행사가 열린 점에 의미를 부여하며 "한인회관이 동포 여러분 모두가 함께 모이고 소통하며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이어가는 따뜻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류성현 페더럴웨이한인회장은 "1980년 5월의 금남로는 불의한 총칼에 맞서 인간의 존엄과 정의를 맨몸으로 지켜낸 위대한 역사의 현장이었다"며 "5월에 광주 금남로는 지금도 서슬 퍼렇게 살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초창기 시애틀 지역 5.18 기념사업을 이끌었던 이정주 전 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직접 마이크를 잡고 "저는 시애틀에서 처음으로 5.18 기념행사를 주관했던 사람"이라며 그간의 여정을 회고했다. 그는 당시 민주연합 공동대표였던 홍승주 회장과 함께 행사를 시작해 이종현·유병열 회장 등의 도움으로 2019년까지 7년간 행사를 이어 왔다고 밝혔다.


이씨는 특히 첫해 풍경을 또렷이 기억해 냈다. "처음에는 단 18명이 모여 행사를 치렀다. 그때만 해도 5.18에 대한 인식이 척박해 행사에 나서는 사람을 '좌파'나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분위기여서 사람을 모으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처럼 여러 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큰 행사로 성장한 모습을 보니 감회가 깊다"며 "앞으로도 이 행사가 특정 정권이나 이념의 영향을 받지 않고 우리 민족 모두의 가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동포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기념사에 이어 5.18 민주화운동 영상 시청, 김성교 한국작가회의 미주 부회장의 시낭송, 그리고 참석자 60여 명이 모두 함께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으로 행사는 마무리됐다. 폐회 후에는 단체 사진 촬영과 식사가 진행됐다.


박성계 사회자는 폐회사에서 "민주·인권·평화, 이 세 가지 보편 가치를 모두의 마음속에 깊이 새기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며 "사양에 살면서도 민주주의를 잃지 않고 오월 정신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동포들이 있기에, 광주의 뜻은 태평양을 건너 이곳 시애틀에서도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사진=시애틀코리안데일리 김승규 기자>



11151f8aeeb7765ff3e34cc8e2b7063b_1779350139_1072.jpg
행사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1151f8aeeb7765ff3e34cc8e2b7063b_1779350165_3203.jpg
박성계 씨가 사회를 보고 있다.


11151f8aeeb7765ff3e34cc8e2b7063b_1779350201_628.jpg
김용규씨가 5.18 민주화운동 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


11151f8aeeb7765ff3e34cc8e2b7063b_1779350220_88.jpg
박미조 부총영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