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대선 결선 D-6

콜롬비아 대선 결선 D-6

강경 치안 대 평화협정 이행 맞대결…민주주의·평화협정 향방 가를 중대 분수령


오는 21일 실시되는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민주주의 체제와 평화협정 이행, 토지권 회복의 향방을 결정할 중대한 분수령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결선에서는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Pacto Histórico)’의 이반 세페다 후보와 우파 정당 ‘국민구원(Salvación Nacional)’의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야 후보가 맞붙는다.


특히 데 라 에스프리야 후보가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식 강경 치안 모델을 연상시키는 정책을 내세우면서 인권과 적법절차, 민주주의 후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면 세페다 후보는 2016년 평화협정의 충실한 이행과 토지권 회복, 사회적 권리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지난 12일 개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참석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를 단순한 좌우 진영 간 경쟁이 아닌 콜롬비아의 미래 국가 모델을 결정하는 역사적 선택으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콜롬비아가 평화협정 이후 어렵게 구축해 온 민주주의와 인권 질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치안 불안과 정치 불신 속에서 권위주의적 강경 통치 모델로 이동할 것인지를 가르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콜롬비아는 미국의 핵심 중남미 파트너 국가로, 베네수엘라 난민 문제와 마약 밀매, 지역 안보, 민주주의 이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과 콜롬비아 관계는 물론 라틴아메리카 전역의 민주주의와 인권, 이주 정책, 지역 안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콜롬비아는 수십 년간 이어진 무장 갈등과 강제 이주, 정치적 양극화의 상처를 안고 있다. 2016년 정부와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간 평화협정이 체결됐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무장 범죄조직의 활동과 토지 분쟁, 사회운동가 및 원주민 지도자들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도시 지역에서는 범죄 증가와 갈취, 치안 불안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보다 강력한 치안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베아트리스 마갈로니 스탠퍼드대학교 정치학 교수이자 빈곤·폭력·거버넌스 연구소장은 “평화협정 이후 기존 무장세력이 여러 범죄조직으로 분화됐고 사회운동가와 토지권 옹호자, 원주민 지도자들이 지속적으로 공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무장 범죄조직이 활동하는 지방자치단체 수는 2019년 143곳에서 2025년 709곳으로 급증했다. 이들 조직은 마약 밀매뿐 아니라 광산 개발, 석유 생산, 산림 자원, 지역 경제 통제와 주민 갈취 등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마갈로니 교수는 “차기 정부가 도시 범죄 문제에만 집중할 경우 농촌 지역의 조직범죄와 인권 침해 문제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며 “시민들이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치안 정책을 수용하게 된다면 민주주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지권 문제 역시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사회학자인 마누엘 오르티스는 “콜롬비아는 농민들에게 토지 소유권을 광범위하게 부여했던 멕시코식 농지개혁을 경험하지 못했다”며 “원주민과 농민, 아프로콜롬비아 공동체가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에 대한 법적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 집권기였던 2002년부터 2010년 사이 무장 갈등과 폭력이 심화되면서 농촌 주민들의 강제 이주가 급증했고, 이들이 떠난 토지를 대지주들이 차지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토지 분쟁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5월 21일 카우카주에서는 나사(Nasa) 원주민 공동체와 미삭(Misak) 원주민 공동체 간 토지 분쟁이 격화되면서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갈등이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수십 년간 누적된 토지권 문제와 국가 정책 실패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라고 분석했다.


라틴아메리카 사회법연구센터(CESJUL)의 알렉스 시에라 연구원은 “이번 선거는 최근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확산되는 극우 포퓰리즘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며 “국제적으로 조직된 우파 세력이 사회적·정치적 권리를 약화시키고 자원 개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데 라 에스프리야 후보가 엘살바도르의 부켈레 모델을 참고하고 있지만 콜롬비아는 훨씬 복잡한 무장 갈등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에라는 “강경 치안 정책이 도입될 경우 새로운 폭력과 전례 없는 인도주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마약 문제 역시 생산국만의 책임으로 볼 수 없으며 소비국과 국제 자본, 수요 구조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라틴아메리카 시민들은 과거 미국의 독재정권 지원과 정치 개입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면서도 동시에 미국의 영향력에 과도하게 종속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선 투표가 콜롬비아가 평화협정 이후 민주주의와 인권 보호 체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치안 불안과 정치적 불신 속에서 권위주의적 통치 모델로 방향을 전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역사적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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