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 역사’ 타코마 한글학교, 6월 29일~7월 22일 ‘2026 여름캠프’ 진행

‘53년 역사’ 타코마 한글학교, 6월 29일~7월 22일 ‘2026 여름캠프’ 진행

“언어가 끊기면 핏줄도 끊긴다”

한국서 온 교사 13명 자원봉사로 홈스테이하며 12개 반 편성 120여 명 지도 


타코마 중앙장로교회(담임 이형석 목사)에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분주한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다. 53년의 역사를 가진 타코마 한글학교(교장 스티븐 커트렐, 65, 전신 타코마 한국학교)가 올해로 19년째를 맞이하는 '2026 타코마 한글학교 여름캠프'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한국서 날아온 13명의 교사...대학원생부터 교회 봉사자까지

이번 캠프는 지난달 29일 시작돼 오는 7월 22일까지 이어진다. 총 120여 명의 학생이 12개 반으로 편성됐으며, 모든 반이 한국에서 온 선생님들로 구성됐다.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교사 김유미(43, 팀장) 씨에 따르면 올해 파견된 교사 13명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KFL대학원 외국어로서의한국어교육 전공 석사과정생 3명과, 경기도 성남 분당 지구촌교회(담임 김우준 목사) 한국어교실에서 한국어교사로 활동해온 10명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 3월부터 모집·구성됐으며, 한국에서 교육과정을 연구·개발하고 외국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습을 거친 뒤 이번 캠프에 투입됐다.


김유미 씨는 올해로 2년째 여름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이번 캠프 활동을 통해 재외동포, 특히 다음 세대 재미동포 어린이들의 한국어교육 현실을 경험하고, 이를 향후 더 나은 한국어교육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외국어대학교 KFL대학원 석사과정생 3명은 이번 해외실습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려는 어린이 학습자의 특성과 교육과정에서 요구되는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분당 지구촌교회에서 온 10명의 교사는 선교와 봉사의 마음으로 이번 캠프에 참여했으며, 이들은 각각 한국어교원자격증이나 2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이들 중에서 선발됐다.


◈ 하루 6시간 수업에 저녁까지...아이들 실력 따라 반편성 재조정도

여름캠프는 오전 9시 30분 수업 시작으로 오후 3시 30분 수학 시간까지 이어지며 하루 일과를 마감한다. 교사들은 조례-수업-종례 순으로 일과를 마치지만, 정작 다음 날 수업 준비 때문에 저녁 늦게까지 학교에 머물 수밖에 없다.


캠프 운영의 가장 큰 난제는 반편성이다. 캠프 마감 후 한글학교 정교사들로 꾸려진 스텝진은 120여 명의 학생을 나이와 한국어 실력으로 우선 나눈다. 이에 따라 명찰을 만들고, 인원수에 맞춰 TV·탁자·칠판 위치·의자 등 한 달간 사용할 교실을 새롭게 세팅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온 교사들이 실제로 모의 수업을 해보면 반을 다시 짤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신청서에 기재된 한국어 실력 표시가 자의적이어서 실제 실력과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임시 담임교사들의 토론과 협의를 거쳐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반을 재배치하다 보면, 한 반에 열 명씩으로 구성했던 학생 수가 어느 반은 13명, 어느 반은 10명 이하, 심지어 20여 명으로까지 나뉘기도 한다. 반 인원이 많아지면 교실 크기가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교실도 그에 맞춰 다시 바꿔야 하고, 힘들게 세팅했던 교실을 새로 세팅하느라 그날은 더욱 분주해진다. 반편성은 아이들의 실력 향상과 담임교사들의 수업을 가장 효과적이고 원활하게 하는 캠프 구성의 기초이자 기준이기에 그만큼 중요하다.


정규과목으로는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며, 특별활동으로 공예·역사·요리·태권도가 이어진다. 이번 캠프의 집중수업으로는 수학 수업이 편성됐으며, 매주 수요일에는 영성시간도 마련된다. 한국에서 온 교사 외에도 10여 명의 TA(교사보조)와 한글학교 교사 4명이 행정팀으로 지원하고 있다.


◈ "상상력의 폭이 놀랍다"...글쓰기 전문교사가 본 아이들

글쓰기 전문교사로 참여 중인 김현기(41) 교사는 소설 <괴물>과 에세이집 <시간>(도서출판 부크크)을 집필한 경험이 있으며, 12개 반 가운데 쓰기 수업이 가능한 8개 반을 돌며 아이들의 습작과 논술을 돕고 있다. 그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계발하기 위해 다양한 질문과 주제를 던지고 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의 창작 능력이 매우 높다. 생각이 자유롭고 넓다. 정형화되지 않은 글쓰기가 새롭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의 경우 입시 교육에 맞춰 좋은 점수를 내는 글쓰기에 능해, 읽기 쉽고 구조가 잘 정리돼 있으며 다 읽은 후 깔끔한 느낌을 주는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쓰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상상 일기 쓰기를 예로 들며 "어느 학생이 자신이 태어난 날의 일기를 썼는데, 상상력의 폭이 상당히 깊었다. 느낌이 남달랐다. 비록 문장구조는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마음으로 상상하고 제한 없이 생각을 펼치는 폭에 놀랐다"고 전했다.


◈ "선생님이 보고 싶어요"...넉 달 준비한 교사들이 쌓은 신뢰

지구촌교회에서 온 교사들은 캠프에 오기 전 넉 달간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학습자를 대상으로 모의 수업을 하며 준비해왔다. 그 덕분인지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은 담임교사를 진심으로 대하고 따르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선생님이 좋아요", "사랑해요"라는 말은 물론, 쉬는 시간에 스텝진이 아이들을 통솔할 때도 아이들은 "선생님이 보고 싶어요"라며 담임 교사를 찾는다.


교사 정지원 씨는 한국외국어대학교 KFL대학원 외국어로서의한국어교육학과 재학생으로, 자신이 한국어 교원이 되기로 결심한 배경을 전했다. 그는 교육열이 치열한 서울 대치동에서 학교를 다니며 학원과 학교만 오가느라 정작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인생의 답이 책 속이 아니라 책 밖에 있다고 믿고 스페인 유학과 다양한 형태의 일들을 경험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학생들이 되풀이하지 않도록 돕고 싶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강점을 조금이라도 더 일찍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성인 학습자를 가르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아이들의 발달 수준과 관심사에 맞춰 표현을 바꾸고, 놀이와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이 이뤄지도록 수업을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과정이 교사에게 더 많은 준비를 요구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는 즐거움을 발견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캠프 초반의 한 일화도 전했다. 첫날 아이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줬는데 두 손으로 받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고, 점심 배식을 해준 교회 집사들에게 "잘 먹겠습니다" 또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학생도 단 한 명뿐이었다. 인사도 집사나 교사들이 먼저 건네야 아이들이 그제야 "안녕하세요"라고 답했다. 


이에 정 교사는 아이들이 교실로 돌아오자마자 "너희는 한국어만 배우러 온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도 배우러 온 것"이라며 "우리 한국인은 예절의 민족이다. 교실 안팎에서 예의 없이 행동하는 모습은 선생님이 용납할 수 없다. 이것이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진지하게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들이 한글학교에서 단순히 한국어 지식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한국인으로서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 교사는 또한 타코마 한글학교 학생들이 입시 교육과 사교육에 몰입돼 있지 않아 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생각을 하며 지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민 2세, 3세임에도 한국을 조국으로 생각하며 한국 문화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도 밝혔다. 13명의 교사는 현재 2주 차 수업을 진행 중이며, 학생들과의 신뢰관계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 항공료도 자비, 숙소는 홈스테이...점심은 자원봉사자들의 정성

이번 캠프의 교사들은 100% 자원봉사로 참여하며, 항공권도 자비로 부담한다. 한글학교는 이들에게 한 달간 머물 홈스테이만 제공하며,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는 시애틀 관광과 레이니어산 투어를 마련해준다.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시간은 다름 아닌 점심시간이다. 타코마 한글학교 여름캠프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맛있고 다양한 점심 메뉴다.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최고로 숙련된 주부들로 구성됐으며, 올해는 식단표와 함께 식단 성분 안내도 함께 제공해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40여 년간 한글학교 교사로 활동하다 이제는 교감으로 아이들을 섬기는 고영란 선생(69)은 남다른 사명감을 전했다. 그는 "언어가 다르면 비록 내 핏줄이지만 내 자식이 아니게 된다. 하나의 언어가 갖는 유대감과 정서는 세대를 이어 전승되지만, 언어가 달라지면 그 맥이 끊기게 된다. 이것을 볼 수 없어 한글학교를 시작하게 됐다. 그 시간이 쌓여 53년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들은 바뀔 수 있지만 이 정신은 계속 이어질 것이며, 한국어 교육과 한글 정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지난달 29일 시작된 3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오는 7월 22일 종강식에서 난타, 합창, 인형극, 밴드, 태권도 영상 등 다양한 종강 공연으로 보호자와 교사들 앞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사‧사진=시애틀코리안데일리 김승규 기자>

  

eba9ba8543e7f74b750d0d02c6558bbb_1783671318_1552.jpg
 

타코마 한글학교 여름캠프 참가 학생들과 교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