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땅에서 꽃핀 45년의 꿈" 김경숙 전 이사장, 자서전으로 삶을 되짚다

"새 땅에서 꽃핀 45년의 꿈" 김경숙 전 이사장, 자서전으로 삶을 되짚다

▶ 대한부인회 36년 봉사 담은 자서전 '새로운 땅에서 꽃핀 꿈' 세상에 나오다

▶ 본인이 설립을 이끈 평생교육원서 열린 뜻깊은 잔치

▶ 39년 지기 변호사부터 필라테스 강사 친구까지, 삶을 증언한 이들


김경숙 전 대한부인회(KWA) 이사장이 고희(70세)를 맞아 자신의 45년 이민 인생을 글로 엮은 자서전 <새로운 땅에서 꽃핀 꿈(Fated Harmony)>을 세상에 내놓았다. 지난 27일 대한부인회 평생교육원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겸 생신 잔치에는 가족과 친지, 대한부인회 전·현직 이사진, 평생교육원 설립을 함께했던 동료들, 오랜 지인 등 120여 명이 자리해 축하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행사장이 된 평생교육원은 김 전 이사장이 이사장 재임 당시 설립을 주도했던 바로 그 공간이어서 참석자들의 감회를 더했다. 행사는 오후 3시 45분 플룻과 피아노, 첼로 삼중주의 프렐류드 연주로 문을 열었다. 이어 짐 한 목사가 개회를 선언했고, 타코마중앙장로교회 이형석 목사가 기도를 맡았다. 


내빈 소개 시간에는 공홍기 목사 내외, 손창묵 박사 내외, 박명래 대한부인회 이사장 및 임원진, 피터 안사라 대한부인회 사무총장, 대한부인회 명예이사단, 카렌 세인펠드 전 피어스카운티 고등법원 판사 등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나눴다.


◈ "브랜드 신화가 아닌 산증인" 39년 지기 변호사가 전한 헌신의 세월

축사에 나선 찰스 허만 변호사는 김경숙 전 이사장과의 인연이 벌써 39년 반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전 이사장이 자신의 개인상해 전문 로펌에 입사할 당시를 회고하며, 한국에서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법률 실무에 대해 전혀 몰랐음에도 빠르게 배우고 성실한 태도로 업무를 익혀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이사장이 로펌 업무에 머무르지 않고 한인 이민자들이 겪는 더 폭넓은 문제, 즉 국제결혼 가정의 어려움이나 자녀 교육, 취업, 영어 학습 등에 눈을 돌려 대한부인회로 자리를 옮겼고, 그의 리더십 아래 대한부인회가 훨씬 더 크고 영향력 있는 조직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허만 변호사는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의 장점을 결합하면 더 큰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김 전 이사장과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가 두 문화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경 속 지혜의 왕 솔로몬을 인용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그 결실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야말로 인생 최고의 기쁨"이라며, 김 전 이사장이야말로 그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 강미란·글로리아 존슨, 자서전 낭독으로 감동 더해

KBS에서 30년간 아나운서로 활동한 강미란씨는 시애틀 정착 이후 라디오와 FM코리아, 프리엄TV 등 한인 방송을 통해 오랜 세월 지역사회와 소통해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20여 년 전 방송 활동을 하며 김경숙 전 이사장과 처음 인연을 맺었고, 이후 전시회와 음악회 등을 함께 다니며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특히 우연히 CNN 방송에 출연한 김 전 이사장을 보고 놀랐던 기억을 떠올리며, 일상 대화와 다른 정확한 발음과 문장 구사가 필요한 방송 언어를 소화해낸 그의 역량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자서전 203쪽을 낭독했는데, 해당 대목에는 1985년에 심은 작은 씨앗이 이제 큰 나무가 되어 많은 사람에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는 비유와 함께, 로펌에서의 10년, 대한부인회에서의 36년, 그리고 1998년부터 조카와 함께한 시간이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는 회고가 담겼다. 또한 2025년 현재 40년 전 젊은 엄마가 품었던 꿈들이 하나씩 현실이 되고 있으며, 그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문장도 낭독됐다.


오랜 친구인 글로리아 존슨은 필라테스 스튜디오에서 강사와 회원으로 만난 인연을 소개하며, 자서전 1장에 담긴 일화를 낭독했다. 김경숙 전 이사장이 태어난 지 100일도 되지 않았을 무렵, 물을 청하러 들른 한 떠돌이 승려가 그의 사주를 보고 "이 아이는 자라서 먼 타국에서 살게 될 것이며, 그곳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축복받은 삶을 살 것"이라 예언했다는 내용이다. 


존슨은 자신도 중국과 대만, 미국을 오가며 낯선 문화와 언어에 적응해야 했던 경험을 나누며, 두 문화 사이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자서전이 위로와 공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아들이 전한 편지 "어머니의 삶이 곧 제 뿌리였다"

작은아들 데이비드는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기에 앞서,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게 만들어준 존재라며 딸 아마야를 무대로 불러 세웠다. 그는 편지에서,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를 그저 엄하고 기대치가 높은 존재로만 알았을 뿐 그 이유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으나, 자서전을 읽으며 비로소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희생하며 자란 한 소녀가 새 삶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온 여정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부모가 된 지금에서야 부모 노릇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며, 어머니의 모든 결정이 사랑에서 비롯됐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데이비드는 어머니가 수백만 달러 규모의 저소득층 주택 개발에 기여하며 수많은 이들을 위한 기회를 만들어낸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라 오랜 희생과 헌신, 밤낮없는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어머니가 미국식 삶의 방식을 물려주는 동시에 한국인으로서의 뿌리를 잊지 않도록 이끌어준 데 대해 감사를 전했다.


◈ 대한부인회 부이사장·오랜 벗들, 마이크 잡고 축하 인사

대한부인회 이현희 부이사장은 김경숙 전 이사장과 대한부인회를 통해 인연을 맺은 지 15년이 됐다며, 자서전 출간이 누구나 마음만 먹는 것과 달리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0쪽이 넘는 분량을 완성하기까지의 노고를 언급하며 축하를 전했다. 이 밖에도 오픈마이크 시간에는 여러 지인이 무대에 올라 축하 인사를 건넸다.


고등학교 후배라고 밝힌 레지나 채는 모교의 교훈이 '진선미'였다며, 평생 진실과 선함, 아름다움을 실천하며 살아온 선배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결혼식 들러리를 섰던 오랜 친구라며, 남편 존과 부부의 연을 맺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온 세월을 돌아봤다. 캘리포니아에서 찾아온 한 지인은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이 대한부인회 초기 정관과 지원금 신청서 작성을 도우며 조직의 기틀을 다지는 데 힘을 보탰다고 전하기도 했다.


 ◈ 남편의 노래와 저자의 인사말

가족 소개 순서에서는 남편 존 아비니(John Arbini)와 두 아들 벤저민·데이비드, 손녀 아마야가 함께 무대에 올라 기념사진을 남겼다. 결혼 46주년을 맞은 존은 아내를 위해 직접 곡을 골라 노래로 마음을 전했으며, 공교롭게도 그 역시 곧 80세 생일을 앞두고 있어 이날 함께 축하를 받았다.


이어진 인사말에서 김경숙 전 이사장은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 사용하며 감사를 전했다. 그는 1980년 꿈을 안고 미국에 왔을 당시에는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알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다며, 45년이 지난 오늘 이 자리에 서서 그때의 꿈이 눈앞에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자서전을 쓰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봤다며, 기쁨과 어려움, 감사가 뒤섞인 그 모든 순간에 늘 함께해 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 책은 자신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걸어온 모든 이들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와 희망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하다며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로즈 김의 기타 연주에 이어 고희를 기념하는 생일 케이크 커팅이 진행돼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후 이어진 만찬에서는 아그네스 박 이사의 첼로 독주와 손명일씨의 색소폰 연주가 자리를 더욱 따뜻하게 채웠고, 참석자들은 만찬을 즐기며 서로 축하 인사를 나눴다. 행사장에는 축하 꽃다발이 이어졌고, 가족과 지인들은 곳곳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뜻깊은 하루를 함께했다. 


행사 전에는 대한부인회 관계자들과 오랜 봉사자들이 직접 과일과 음식, 다과를 준비하며 손님맞이에 나서 훈훈함을 더했다. 최근 출간된 <새로운 땅에서 꽃핀 꿈>은 김경숙 전 이사장의 45년 이민생활과 36년간 대한부인회에서 펼친 지역사회 봉사의 여정을 담은 자서전이다. 


어린 시절과 가족 이야기, 미국 정착 과정, 사업과 봉사, 그리고 한인사회를 위해 헌신했던 삶을 진솔하게 풀어내며 후배 이민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 있다. <시애틀코리안데일리 김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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