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길 총영사, 대한부인회 본부 방문…54년 역사와 미 주류사회 속 역할 ‘한눈에’
지난 1일 대한부인회 본부 찾아 피터 안사라 사무총장·박명래 이사장 등과 환담
1972년 한인 여성들의 봉사모임서 출발해 직원 2,000명 규모의 단체로 성장해
장성길 주시애틀총영사가 지난 1일 타코마에 위치한 대한부인회(KWA) 본부를 방문해 54년간 이어져 온 대한부인회의 역사와 주요 활동을 살펴보고 한인 이민사회에서 출발해 미국 주류사회의 대표적인 다문화 복지기관으로 성장한 대한부인회의 역할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장 총영사는 피터 안사라 대한부인회 사무총장과 박명래 이사장 등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대한부인회의 역사와 현재 운영 중인 주요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본부 시설을 둘러봤다.
특히 장 총영사는 한인 여성들이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기 위해 시작한 작은 봉사활동이 반세기 만에 워싱턴주 곳곳에서 수천 명의 직원이 활동하는 대규모 사회복지기관으로 성장한 과정과 재가돌봄,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이민서비스, 노인복지, 저소득층 주택 등 광범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설명을 주의 깊게 들었다.
피터 안사라 사무총장은 이날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대한부인회가 현재 특정 민족만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이 아니라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지원하는 다문화 종합복지기관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안사라 사무총장에 따르면 대한부인회는 현재 직원이 2,000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올해 운영예산도 8,900만 달러를 넘어 9,000만 달러에 가까운 규모로 성장했다.
워싱턴주 여러 지역에서 재가돌봄과 사회복지, 주거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으며 재가돌봄 분야에서만 약 1,800명의 케어기버가 2,150여 명의 고객을 돌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재가돌봄 서비스만 180만 시간이 넘게 제공됐다.
대한부인회의 출발은 1970년대 초 한인 여성들의 자발적인 봉사활동이었다.
안사라 사무총장에 따르면, 홍자 화이트씨 등 초기 한인 여성들은 언어와 교통수단 부족, 가정폭력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여성들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며 돕기 시작했다. 이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1972년 조직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통역과 교통편 제공 등 이민생활에 꼭 필요한 지원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1976년에는 지원 대상을 한인사회 전반으로 확대했으며, 1980년에는 다른 민족에게까지 문을 열면서 오늘날의 다문화 복지기관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대한부인회는 1979년 워싱턴주와 연방정부가 인정하는 비영리단체로 공식 등록됐다.
박명래 이사장은 대한부인회의 사업이 처음부터 거대한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당시 이민자들이 실제로 겪고 있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초기 국제결혼 여성들에게 가장 시급했던 문제 가운데 하나가 영어였다.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운전도 할 수 없었으며 직업도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부인회는 영어교실을 시작했고 이어 운전면허 취득과 시민권 취득을 돕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취업을 도운 뒤에는 주거 문제가 나타났다. 부모를 한국에서 모셔왔지만 함께 거주할 공간이 부족한 가정들이 생겨나자 저소득층 주택사업에 뛰어들었고, 주택을 마련하고 나니 이번에는 어르신들의 식사와 영양 문제가 나타나 공동급식 프로그램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박 이사장은 결국 아무리 각종 복지혜택을 제공해도 “들어가 편하게 누울 곳이 없으면 그 사람의 인생이 안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주거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부인회는 6개 주거시설에서 모두 285세대 규모의 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부인회의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인 재가돌봄은 노인과 장애인 등이 요양시설로 옮기지 않고 자신이 살던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케어기버들이 가정을 방문해 식사 준비와 세탁, 병원 방문, 쇼핑, 옷 입기, 목욕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한부인회는 이를 통해 어르신들이 익숙한 환경에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지원 역시 대한부인회의 뿌리와 맞닿아 있는 대표 사업이다.
초창기에는 별도의 보호시설이 없어 한인 여성들이 직접 자신의 집을 개방해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을 보호했다. 이후 1996년 정식 지원을 받아 자체 가정폭력 쉼터를 마련했다.
현재 쉼터는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주소가 공개되지 않으며 주거 지원과 이중언어 서비스, 법률지원, 예방 프로그램, 피해 여성과 자녀를 위한 정신건강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피해자들에게 약 6,000박에 해당하는 숙박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안사라 사무총장은 설명했다.
안사라 사무총장은 이날 대한부인회가 한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웠던 사례도 소개했다.
가정폭력으로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었던 한 여성에게 대한부인회가 이민과 주거, 식품 등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해줬고, 결국 아이와 함께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이다.
안사라 사무총장은 이 사례를 소개하며 대한부인회의 목표는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번에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부인회는 이민자들의 미국 정착을 돕는 이민·시민권 서비스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어뿐 아니라 슬라브계 언어, 베트남어, 캄보디아어 등 다양한 언어권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대한부인회의 도움으로 250명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 의료혜택과 푸드스탬프 신청, 범죄피해자 지원, 시니어 서비스 등도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관련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달까지 거의 4만1,000명에 달하는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노인들을 위한 공동급식 프로그램은 단순히 한 끼를 제공하는 사업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안사라 사무총장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참전용사 ‘프랭크’의 사례를 들었다. 전쟁의 기억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던 프랭크에게 매주 대한부인회를 찾아 사람들과 식사하고 춤추고 웃으며 교류하는 시간이 정신적으로 큰 버팀목이 됐다는 것이다.
안사라 사무총장은 이 사례를 통해 한 끼 식사가 영양 공급뿐 아니라 고립된 노인들의 외로움과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희망을 되찾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부인회는 한국식과 베트남식, 캄보디아식 등을 제공하는 공동급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거사업도 이날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대한부인회는 1998년 개발된 25세대 규모의 퍼시픽 빌라를 비롯해 올림푸스 호텔, 페더럴웨이 시니어 주택, 인터내셔널 플레이스, 타호마 플레이스 등 다양한 저소득층·시니어 주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페더럴웨이의 62세대 시니어 주택은 버스와 기차 등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대중교통 중심개발(TOD) 방식으로 조성돼 미국의 우수 시니어 주택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았으며 ‘Affordable Housing Finance’ 잡지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타코마 컨벤션센터 인근에 자리한 88세대 규모의 타호마 플레이스는 2024년 문을 열었으며 참전용사와 한인 노인, 과거 노숙을 경험했던 주민 등 다양한 계층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
이날 방문에서는 대한부인회가 한인사회에 남긴 역사적인 발자취도 소개됐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대한부인회는 1976년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시작했고 한국에서 보내온 4,300여 권의 책을 기반으로 도서관을 확대했다. 이어 1982년에는 타코마와 올림피아에서 한글학교를 운영하며 한인 2세들의 한국어 교육에도 나섰다. 이후 지역에 한글학교들이 늘어나면서 해당 역할을 다른 교육기관에 넘겼다는 설명이다.
내년 창립 55주년을 앞두고 대한부인회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박명래 이사장은 흩어져 있던 각종 기록과 자료를 모아 대한부인회 역사를 정리한 258페이지 분량의 영문 책자를 만들었으며, 현재는 한인들에게 대한부인회의 역사를 보다 자세하게 알리기 위한 한국어판을 별도로 집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내년 55주년을 기념해 대한부인회의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도 제작 중이다. 박 이사장은 자신이 대한부인회에서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선배들의 활동과 기관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문서화하고 시스템으로 남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부인회 정관에는 이 단체가 ‘한국 여성 지도자를 양성하는 기관’이라는 정신도 명시돼 있다고 박 이사장은 소개했다. 그는 세대가 바뀌더라도 창립 원로들이 남긴 이러한 정신과 대한부인회의 뿌리를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성길 총영사는 이날 설명을 들은 뒤 대한부인회가 54년의 역사를 가진 단체이면서 동시에 재가돌봄과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저소득층 주택 등 각각 하나만 운영하기도 쉽지 않은 대규모 사업들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는 데 깊은 인상을 나타냈다.
특히 장 총영사는 대한부인회를 단순히 한인 이민자들을 위한 단체로만 볼 것이 아니라 미국 주류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복지기관으로 적극 알려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장 총영사는 “대한부인회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주류사회에서 당연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주류사회가 대한부인회의 활동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방안을 함께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저소득층 주택 공급 등 대한부인회가 수행하고 있는 사업들이 워싱턴주 정부의 주요 관심 분야와도 맞닿아 있다며 “대한부인회가 단순히 한국에 뿌리를 둔 미국 이민단체가 아니라 주류사회에서도 충분히 기능하고 기여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적절히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박명래 이사장은 대한부인회가 지난 반세기 동안 축적한 경험과 운영 노하우를 다른 이민자 단체들과도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부인회가 만든 역사 기록 역시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후발 이민자 단체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자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 총영사는 이날 대한부인회 본부 시설을 직접 둘러보며 각종 프로그램과 운영 현황을 살펴봤으며, 대한부인회 임원들과 한인 이민사회와 미국 주류사회를 연결하는 기관의 역할 및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번 방문은 지난 54년 동안 한인 여성들의 작은 봉사활동에서 출발한 대한부인회가 이제 워싱턴주를 대표하는 다문화 사회복지기관으로 성장한 과정을 새로 부임한 장 총영사에게 소개하는 한편, 내년 창립 55주년을 앞두고 대한부인회의 역사와 역할을 미국 주류사회에 더욱 널리 알리는 협력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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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길 총영사가 피터 안사라 사무총장으로부터 대한부인회의 활동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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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길 총영사가 대한부인회의 활동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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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래 이사장이 대한부인회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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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래 이사장이 대한부인회의 오래된 사진 기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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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길 총영사가 대한부인회 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연이 부이사장, 박명래 이사장, 피터 안사라 사무총장, 장성길 총영사, 신경자 이사, 심찬용 전문관, 홍성우 홍보담당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