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등 22개주, 트럼프 행정부 새 ‘공적부조’ 규정 저지 소송

캘리포니아 등 22개주, 트럼프 행정부 새 ‘공적부조’ 규정 저지 소송

9월 18일부터 새 규정 시행…영주권 심사 때 복지혜택 고려 범위 확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22개 주와 워싱턴DC가 트럼프 행정부가 새롭게 시행한 ‘공적부조(Public Charge)’ 규정을 막기 위해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과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쿠아메 라울 일리노이주 법무장관 등이 이끄는 다주 연합은 지난 14일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새 규정이 연방 이민법상 권한을 넘어섰으며 연방 행정절차법(APA)이 금지하는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arbitrary and capricious)’ 행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에는 캘리포니아와 뉴욕, 일리노이를 포함한 22개 주와 워싱턴DC가 참여했으며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도 원고 측에 합류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산타클라라 카운티 등 지방정부들도 별도의 소송을 통해 새 규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논란이 된 새 공적부조 규정은 지난 7월20일 연방 관보에 최종 게재된 뒤 9월 18일부터 발효됐다.

공적부조는 일부 이민자가 미국 입국이나 영주권을 신청할 때 앞으로 정부 지원에 주로 의존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이민법상의 심사기준이다.


연방 국토안보부(DHS)는 이번 개정에서 2022년 공적부조 규정을 폐지하고 이민 심사관이 신청자의 전체적인 사정을 보다 폭넓게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DHS는 2022년 규정이 의회의 입법 취지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해 정확한 공적부조 판단을 어렵게 했다며, 새 규정은 신청자의 자립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심사관의 재량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규정은 9월18일 이후 미국 입국을 신청하거나 이날 이후 우편 또는 온라인으로 접수된 영주권 신분조정 신청에 적용된다. 9월18일 이전에 받은 소득기준 공공혜택은 종전 2022년 규정에 따라 처리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소송 참여 주들은 새 제도가 이민 담당관에게 지나치게 광범위한 재량권을 주고 합법적으로 공공혜택을 이용한 이민자 가정까지 영주권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타 장관은 소송 발표를 통해 가정들이 의료 서비스나 영양 지원을 이용하는 것과 향후 영주권 취득 가능성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압박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고 측은 특히 새 규정에 따라 신청자 본인의 혜택뿐 아니라 일부 상황에서는 미국 시민권자인 자녀 등 가족 구성원이 합법적으로 이용한 공공혜택도 공적부조 판단과 관련해 고려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실은 미국 시민권자인 자녀의 주정부 의료보험 이용 등이 비시민권자 부모의 영주권 심사에서 고려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했다.

이민자 법률지원센터(Immigrant Legal Resource Center·ILRC)도 새 규정 아래에서는 소득에 따라 지급되는 메디케이드와 식품지원, 주거지원 등 과거 심사에서 제외됐던 보다 광범위한 혜택이 고려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ILRC는 다만 가족 구성원이 받은 혜택이 무조건 신청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신청자가 해당 가족 구성원을 부양할 책임이 있는지와 혜택 자격이 신청자의 소득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난민·망명자 등은 공적부조 적용 제외

새 규정이 모든 이민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ILRC에 따르면 난민이나 망명자, U비자·T비자, 가정폭력방지법(VAWA), 특별이민청소년신분(SIJS) 등에 근거해 영주권을 신청하는 사람들에게는 공적부조 심사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 미국 시민권 신청이나 영주권 갱신, DACA, 임시보호신분(TPS), 취업허가 신청 등에도 공적부조 심사가 일반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보건복지부도 공적부조 규정이 모든 이민자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개인의 이민신분과 신청 종류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의료나 식품지원 등을 중단하기 전에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와 상담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 가장 큰 우려는 ‘혼합신분 가정’

이민자 권익단체들은 특히 가족 구성원들의 이민신분이 서로 다른 이른바 ‘혼합신분 가정(mixed-status family)’에서 새 규정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모는 영주권을 신청해야 하지만 자녀는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자인 가정의 경우, 자녀가 메디케이드나 식품·주거지원 등 합법적인 혜택을 받는 것이 부모의 영주권 심사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해 혜택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민자 가족 보호연합(Protecting Immigrant Families Coalition)의 아드리아나 카데나 사무총장 등 이민자 권익단체들은 새 규정이 실제 영주권 거부뿐 아니라 이민자 가정이 받을 수 있는 혜택까지 스스로 포기하도록 만드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단체는 새 규정이 영주권 심사에서 기존보다 광범위한 재량을 허용해 심사 결과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민자 가족 보호연합은 전국 725개 단체와 함께 규정안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으며 이번 주 정부들의 소송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 이민단속 우려에 어린이 보육까지 영향

최근 강화된 이민단속에 대한 불안이 이민자 가정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스탠퍼드대 산하 RAPID Survey Project가 지난 4월 공개한 캘리포니아 부모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지역사회의 이민단속 활동이 가족의 보육시설 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민자 부모 가운데서는 71%, 비이민자 부모도 64%가 비슷한 우려를 나타냈다.

조사 대상 부모의 9%는 이민단속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난 한 달 동안 자녀가 최소 하루 이상 보육시설에 가지 못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두려움이 공적부조 규정 확대와 맞물릴 경우 의료와 영양, 주거지원 등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가정이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 캘리포니아주 “혜택부터 끊지 말라”

캘리포니아주 정부도 새 규정 시행에 맞춰 이민자 가정을 위한 정보 제공과 법률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새 공적부조 규정과 관련한 안내자료를 공개하면서 “규정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각 개인의 상황이 다르다”며 의료보험이나 식품지원 등 현재 받고 있는 혜택을 변경하기 전에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전문적인 법률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주 정부는 지역사회단체와 학교, 종교기관 등 주민들이 신뢰하는 단체들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주정부 지원을 받는 이민법률 서비스 기관과 주민들을 연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사회서비스부(CDSS)는 지역별로 공적부조 상담이 가능한 기관 명단을 공개하고 있으며, 일부 기관에서는 한국어 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보건복지부는 특히 “공적부조 규정은 Medi-Cal이나 CalFresh 등 복지 프로그램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결정하는 규정이 아니라 이민 심사에 관한 규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나 자녀가 현재 합법적으로 받고 있는 의료·식품·주거 관련 혜택을 단순히 공적부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중단하기보다는 자신의 이민신분과 향후 영주권 신청 계획을 함께 검토해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캘리포니아 등 22개 주와 워싱턴DC가 제기한 소송은 현재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소송이 제기됐지만 새 공적부조 규정은 예정대로 지난 18일 발효됐으며, 현재까지는 시행되고 있다. ILRC 역시 규정이 현재 시행 중이지만 진행 중인 소송 결과에 따라 향후 효력이 중단되거나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