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농촌 의료 ‘벼랑 끝’…720개 병원 폐쇄 위기

미 농촌 의료 ‘벼랑 끝’…720개 병원 폐쇄 위기

294곳은 2~3년 내 문 닫을 위험…보험 부담·의료인력 부족까지 겹쳐

메디케이드 축소 영향 본격화…연방정부는 500억달러 농촌의료 지원


“산악지역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고 날씨까지 나쁘다고 생각해 보라. 고위험 임신부가 병원으로 가고 있을 수도 있다. 전문 의료기관까지의 거리는 곧 생사의 문제다.”

테네시주에서 15년간 진료해 온 1차 진료의 에이미 고든 보노 박사는 미국 농촌지역이 처한 의료 현실을 이같이 설명했다.


미국 농촌 의료체계가 병원 폐쇄 위험과 의료인력 부족, 건강보험 부담 증가라는 복합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메디케이드(Medicaid)와 건강보험개혁법(ACA) 관련 지원 변화가 본격화하면서 의료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농촌지역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로버트우드존슨재단(RWJF)과 공동 개최한 언론 브리핑에는 RWJF의 캐서린 헴스테드 선임 정책고문과 스탠퍼드대 닐 마호니 경제학 교수, 보노 박사 등이 참석해 농촌 의료의 현실과 향후 과제를 짚었다. ACoM에 따르면 미국 농촌지역에는 6,60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으며 약 8.4%가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특히 농촌병원의 재정난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의료서비스 질·지불개혁센터(CHQPR)의 2026년 5월 분석에 따르면 전국 농촌병원 가운데 720곳이 재정 문제로 폐쇄 위험에 놓여 있으며, 이 가운데 294곳은 향후 2~3년 내 문을 닫을 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미국 농촌병원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농촌병원은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24시간 응급실과 의료인력, 시설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고정비 부담이 크다. 병원이 사라질 경우 주민들은 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응급진료와 입원, 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여기에 2025년 제정된 예산조정법(Public Law 119-21)의 메디케이드 관련 변화도 농촌 의료계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의회예산국(CBO)의 최신 전망에 따르면 이 법에 따른 변화로 2026~2035년 연방 메디케이드 지출은 기존 전망보다 약 1조2,000억 달러 감소하고, 2034년에는 무보험자가 약 750만 명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농촌지역은 직장 제공 보험보다 메디케이드나 ACA 보험시장에 의존하는 주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험 가입 감소가 의료기관 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험을 잃은 환자가 늘면 의료기관이 받지 못하는 진료비가 증가하고, 이는 다시 진료과목 축소와 병원 재정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5년 Urban Institute가 RWJF 지원으로 실시한 분석에서는 당시 하원 예산조정안과 ACA 강화 보험료 세액공제 종료를 함께 적용할 경우 2025~2034년 무보험자의 미보상 진료 수요가 약 2,83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병원 진료와 관련된 증가분은 약 850억 달러였다.


의료보험의 보장성 문제도 제기됐다. 마호니 교수는 보험 가입 자체만으로 의료비 부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며 높은 공제액과 본인부담금 때문에 실제 치료가 필요할 때 의료 이용을 미루는 농촌 주민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의료인력 확보도 농촌 의료체계의 또 다른 과제다. 미국병원협회(AHA)는 농촌과 의료취약지역이 외국 출신 의료인력과 H-1B 비자 전문인력에 상대적으로 많이 의존하고 있다며 최근 H-1B 관련 비용과 제도 변화가 인력 확보에 추가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AHA에 따르면 농촌지역은 이미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부족이 도시지역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일부 합법 체류 이민자들의 의료지원 자격도 달라진다. 오는 10월 1일부터 연방정부가 메디케이드와 아동건강보험프로그램(CHIP)에 매칭 자금을 제공하는 비시민권자의 범위가 축소된다. 영주권자와 일부 쿠바·아이티 입국자, 자유연합협정(COFA) 적용 대상자 등은 일정 요건 아래 계속 대상이 되지만 일부 난민·망명자 등은 주별 정책에 따라 보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또 2027년부터는 ACA 보험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비시민권자의 범위도 줄어든다. 연방 규정에 따르면 영주권자와 일부 쿠바·아이티 입국자, COFA 대상자 등으로 연방 보험료 지원 대상이 좁혀지며, 다른 합법 체류 신분자의 경우 보험 자체에는 가입할 수 있더라도 연방 보험료 지원 자격을 잃을 수 있다.


한편 연방정부는 농촌 의료체계 지원을 위해 총 500억 달러 규모의 ‘농촌보건전환프로그램(Rural Health Transformation Program)’을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매년 100억 달러씩 주정부에 지원해 의료인력 확충과 원격의료, 기술 혁신, 새로운 의료전달 체계 등에 투자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CMS는 이 프로그램이 농촌 의료의 접근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투자라고 설명한다. 반면 KFF는 500억 달러가 2025년 법에 따른 전체 연방 메디케이드 지출 감소 예상액의 약 5% 수준이며, 농촌지역의 메디케이드 지출 감소 예상액 1,370억 달러와 비교해도 이를 모두 상쇄하지는 못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농촌 의료 문제를 단순한 병원 한두 곳의 재정 지원 문제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응급의료와 산부인과, 1차 진료, 전문의료 인력과 보험 보장성을 함께 고려해 농촌지역 전체 의료전달 체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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