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뷰에 '하루짜리 서울'이 떴다…K-Pop Play Day 2에 1,500명 몰려

벨뷰에 '하루짜리 서울'이 떴다…K-Pop Play Day 2에 1,500명 몰려

빅허그, 지난 26일 벨뷰 시청광장서 'RPD+ K-Pop Play Day 시즌2' 개최

추석 테크 토크부터 전통놀이·청소년 예방 영상·K팝 공연까지 7시간 이어져


벨뷰 시청광장에 하루 동안 '작은 서울'이 들어섰다. 한쪽에서는 윷가락이 허공을 가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K팝 비트에 맞춰 수십 명이 한꺼번에 몸을 움직이는 사이, 주최 측 추산 1,500여 명이 광장을 오가며 한국의 가을 명절과 K팝을 함께 즐겼다.


워싱턴주 비영리단체 빅허그(BigHug)는 지난 26일(토) 벨뷰 시청과 시청광장에서 'RPD+ K-Pop Play Day 시즌2 with K-Games Chuseok'을 열었다. 벨뷰시 커뮤니티 프로그래밍 기금(CPF)의 지원을 받은 이날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 동안 이어졌다.


누구나 무료로 드나들 수 있는 행사였는데도 사전등록자만 500명을 넘겨, 지난해 첫 행사의 약 150명과 비교하면 1년 새 세 배 넘게 불어났다. 덩치만 커진 것도 아니었다. 청소년과 대학생, 공연자, 가족, 소상공인이 저마다 한 자리씩 맡아 행사를 함께 꾸리면서, 구경하는 축제에서 참여하는 축제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가다. 광장에는 판매 부스 13개와 정보 부스 3개, 전통놀이 부스 6개가 줄지어 들어섰다.


◈ 차례상 대신 'AI 토크'…전통놀이와 청소년 예방 영상도 한자리에

추석이면 친척들이 둘러앉아 "요즘 뭐 하고 지내니"를 묻곤 한다. 오전 실내 프로그램 '추석 테크 다방'은 그 익숙한 장면을 무대로 옮겨 왔다. 추석에 모인 '대학생 조카와 테크업계 삼촌·이모'가 대화를 나눈다는 콘셉트다.


워싱턴대(UW) 경영학과 3학년 이정민 씨가 조카 역할로 진행을 맡았다. 삼촌·이모 자리에는 스타트업 고비(GOBI)의 강민석 대표와 메타테라퓨틱스(MetaTherapeutics)의 이장원 대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는 AI·보안 전문가 정상균 씨와 김혜선 씨가 앉았다. 이들은 직장에서 AI가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부터 AI 시대의 취업 준비와 경력 관리, 창업과 인맥 쌓기까지, 명절 밥상에서라면 한참 이어졌을 법한 청년들의 고민을 편안한 대화로 풀어냈다.


바깥에서는 ▲UW 한인학생회(KSU) ▲코잡스(KOJOBS) 학생들이 운영한 전통놀이 부스 'K-게임 추석'이 오전부터 오후까지 손님을 맞았다. 방문객들은 윷놀이와 제기차기에 도전하는 한편, 정지권 씨가 진행한 한국문화 퀴즈쇼에서 실력을 겨뤘다. 벨뷰 태권도의 시범 공연까지 더해지면서 광장은 K팝뿐 아니라 전통놀이와 무술, 음식으로 한국을 맛보는 체험장이 됐다.


오전 쇼케이스에서는 조금 무게 있는 이야기도 오갔다. 빅허그의 청소년 프로그램 '유스 임팩트 랩: 오피오이드 교육·예방'에 참여한 학생 9명이 직접 만든 예방 영상이 처음 공개된 것이다. 에이든 김, 오스틴 염, 케일럽 유, 윤채영, 새뮤얼 박, 박서현, 에릭 김, 에드워드 김, 제이든 김 학생은 오피오이드 문제를 스스로 조사한 뒤, 어떻게 해야 또래의 마음에 메시지가 닿을지 고민하며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했다. 


상영 뒤에는 관객 투표가 이어졌다. 오후 메인 무대에서는 빅허그와 벨뷰 소방국의 지역 보건 프로그램 '벨뷰 파이어 케어스(Bellevue Fire CARES)'가 학생들에게 수료증과 상장을 건넸다.

빅허그는 즐거운 K팝 축제 한가운데서 청소년 건강과 안전이라는 지역사회의 숙제를 자연스럽게 꺼내 놓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어른이 들려주는 경고 대신 또래가 만든 이야기로 메시지를 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 21개 팀이 두드린 무대…"아는 노래 나오면 누구나 주인공"


오후 1시 30분, 댄서 누리야(Nurya)의 K팝 댄스 워크숍이 몸풀기를 맡았다. 이어 2시 15분부터 야외 메인 무대에서 본격적인 K팝 공연과 랜덤 플레이 댄스(RPD)가 막을 올렸다.

무대의 문을 두드린 팀은 21개였다. 이 가운데 13개 팀 67명이 최종 선정됐지만, 한 팀이 환절기 감기에 발목을 잡히면서 실제 무대에는 12개 팀이 올랐다. 이날 무대를 달군 팀과 공연곡은 다음과 같다.


▲PR!ZM 댄스 크루(아스트로 'Madness') ▲in8loom(아일릿 버전 'Bloodline × Plot Twist') ▲어번소울 댄스 크루(아일릿·르세라핌·캣츠아이 'Iconic by Mistake') ▲NO:SIGNAL 댄스 크루(에스파 'Lemonade') ▲민 어글리 코리안('BLOW UP', 'All In') ▲나이스크림(아이린 'Like a Flower') ▲버네사 & 제니(제니 'Mantra × like JENNIE') ▲앤절리 차베스(르세라핌 'HOT') ▲커피댄스 스튜디오(하츠투하츠 'RUDE!') ▲B-OND 댄스 컬렉티브(NCT 도재정 'Perfume') ▲켄지 프록터(르세라핌 'Perfect Night', 트와이스 'Moonlight') ▲더 컴퍼니(피원하모니 'Killin' It', 방탄소년단 '피 땀 눈물', 투어스 'Last Festival')


공연 사이사이에는 이 행사의 이름이자 간판인 랜덤 플레이 댄스가 두 차례 펼쳐졌다. 무작위로 흘러나오는 K팝 노래 가운데 아는 곡이 나오면 누구나 무대 앞으로 뛰어나와 함께 춤을 추는 방식이다. 약 150명이 이 즉석 무대에 뛰어들었다. 조금 전까지 관객이던 사람이 전주 몇 소절 만에 주인공이 되는 순간,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지워졌다.


무대 뒤로는 길이 12m의 초광폭 LED 스크린이 병풍처럼 펼쳐졌다. 벨뷰 시청의 안전 규정에 맞춰 사람 키보다 낮게 설치된 이 스크린은 서울과 K팝을 소재로 만든 영상을 내보냈다. 올해 슬로건 'Seoul is Coming to Bellevue(서울이 벨뷰로 온다)'가 말 그대로 광장 위에 펼쳐진 셈이다.


◈ 오후 2시에 동난 음식…"다음 숙제는 밥"

모든 것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벨뷰 시청의 안전·시설 규정상 불 사용과 현장 조리가 제한되고 쓸 수 있는 전력도 넉넉지 않아, 참여를 준비하던 한식당과 음식업체 여러 곳이 끝내 광장에 자리를 펴지 못했다. 점심때가 다가오자 허기를 채우러 행사장을 떠나는 가족 단위 방문객도 적지 않았다. 볼거리가 오후에 몰려 있었던 만큼, 먹을거리가 넉넉했다면 오전 방문객들의 발길을 오후까지 붙잡을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역설적으로 이는 뜨거운 수요의 방증이기도 했다. 일부 업체는 오후 2시께 준비한 물량을 모두 팔았고, 참여 소상공인들은 "구경만 하는 손님이 아니라 지갑을 여는 손님이 있었다"며 반겼다. 한 푸드트럭은 벌써 다음 행사 참가를 결정하고, 그때는 영업시간을 더 늘리기로 했다.


빅허그는 앞으로 장소를 고르는 단계부터 전력 공급과 조리 가능 여부, 푸드트럭 확대 등을 함께 따져 보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대학생 봉사자와 공연자에게 QR 코드 식사 바우처를 나눠 줬는데, 이 바우처는 행사장 내 참여 업체에서만 쓸 수 있어 참가자를 챙기는 데 쓴 돈이 고스란히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로 돌아가도록 했다.


든든한 후원군도 있었다. ▲정관장 ▲에센허브(EssenHERB) ▲뚜레쥬르 ▲시애틀 시호크스 등이 힘을 보탰다. 정관장은 약 1,500명분 규모의 제품 한 팔레트를 현물로 후원했고, 빅허그는 이를 한꺼번에 나눠 주는 대신 일부는 경품으로, 나머지는 행사를 함께 만든 봉사자와 공연자, 협력 단체에 감사의 선물로 전했다. 에센허브는 '퀵 앤드 딥 버블 에센스' 화장품 120개를, 뚜레쥬르는 11월 열리는 코요태 콘서트 티켓을 내놨다. 


시애틀 시호크스는 닉 에마뉴오리(3번) 선수의 친필 사인 포스터와 인증서를 경품으로 보냈다.

오후 5시, 공식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광장은 바로 비지 않았다. UW 한인학생회(KSU) , 코잡스(KOJOBS) 학생들과, 빅허그 봉사자 등 약 30명이 마지막까지 남아 부스와 장비를 걷고 바닥을 쓸었다. 빅허그에 따르면 이들은 아침 준비부터 운영과 안내, 마지막 뒷정리까지 하루를 통째로 내줬고, 말끔해진 광장을 본 벨뷰 시청 관계자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빅허그는 한인 사회에 뿌리를 둔 단체이지만, 이 축제를 한인만의 잔치로 두지 않는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주민들이 한국문화라는 공통의 언어로 만나는 지역 공동체 행사로 키워 가고 있다. 빅허그 측은 "처음에는 우리가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행사라고 생각했지만, K팝을 사랑하는 어린 친구들과 공연자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우리가 한국문화를 다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객 수보다 누가 무대에 올랐고, 누가 함께 춤을 췄고, 누가 하루 종일 봉사했으며, 지역 소상공인에게 실제 매출이 생겼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고 덧붙였다.


빅허그는 이번 행사에서 얻은 참가자 자료와 공연자·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다음 무대를 준비할 계획이다. 벨뷰 시청광장에 섰던 '하루짜리 서울'은 오후 5시에 문을 닫았지만, 그날 광장에서 맺어진 인연들은 벌써 다음 만남을 향하고 있다.

<기사‧사진=시애틀코리안데일리 김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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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공연과 랜덤 플레이 댄스(R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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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K팝 비트에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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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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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윷을 던져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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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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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보건 프로그램 '벨뷰 파이어 케어스가 학생들에게 수료증과 상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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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을 상대로 댄서 누리야의 K팝 댄스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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