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보건 전문가들, CDC 백신 자문위 회의 연기 ‘우려’
감염병 증가 국면에서 정책 향방 주목…접종률 하락 속 논란 확산
미국에서 백신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의 정기 회의가 갑작스럽게 연기되면서 의료계와 보건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백신 접종률 하락과 함께 예방 가능한 감염병이 다시 증가하는 상황이어서 향후 정책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로이터와 더 힐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당초 2월 25일부터 27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ACIP 정기 회의가 연기됐다. 앤드류 닉슨 보건복지부(HHS)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회의 연기 사실을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이유나 새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는 계절성 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코로나19 백신 관련 권고안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의료계에서는 해당 논의가 향후 미국의 백신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해 왔다. 회의 연기와 함께 백신 정책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최근 ACIP 운영 방식과 CDC의 아동·청소년 예방접종 일정 축소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관련 조치의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6월 로버트 케네디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존 ACIP 위원 전원을 해임하고 새로운 인사들로 위원회를 재구성하면서 본격화됐다. 새로 임명된 일부 위원들은 단일 접종 mRNA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용 중단을 주장하는 등 공개적으로 백신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향후 권고안이 기존 과학적 합의와 다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ACIP는 여러 백신 정책을 둘러싸고 논쟁을 이어왔다.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수두 혼합백신(MMRV) 권고 조정, 신생아 대상 B형 간염 백신 접종 권고 철회,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 축소 등이 대표적 사례다. 또한 ACIP 의장인 커크 밀호안은 올해 1월 소아마비 백신 의무화 정책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의료계와 전문가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논쟁은 홍역 등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감염병이 다시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2000년 홍역 퇴치를 선언했지만 최근 일부 지역에서 확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리치 베서 전 CDC 국장 직무대행은 지난 20일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주최한 온라인 브리핑에서 “30년 넘게 소아과 의사로 일하면서 백신만큼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효과적인 의료 행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활동 중인 베서는 과거 ACIP가 감염병과 백신, 역학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권고안을 제시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위원 구성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문성과 투명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특히 홍역 재확산 상황에서 학교 입학 시 예방접종 규정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집단면역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백신 접종을 미루거나 건너뛰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25년 KFF와 워싱턴포스트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약 16%가 권고된 백신 접종을 지연하거나 받지 않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베서 회장은 최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mRNA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 “이 기술은 오랜 연구와 투자를 통해 축적된 성과”라며 “모든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드물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정책 결정은 위험성과 이익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신생아 대상 B형 간염 백신 접종 권고 철회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 백신은 간암과 간경변을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출생 직후 접종 전략이 도입된 이후 미국 내 감염 사례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률 하락과 감염병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ACIP 회의가 언제 재개될지, 또 어떤 권고안이 나올지에 의료계와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