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라이징 코리언 시네마' 성황리 마무리


'비주얼라이징 코리언 시네마' 성황리 마무리

지난 5월 29~30일 벨뷰 벨레드 아트 스튜디오에서 개최…시애틀 총영사관 후원

한국영화 장면 회화로 재해석…영상 언어를 색과 구도로 번역한 문화 교육 시도

 

한국 영화를 주제로 한 학생 미술 전시 '비주얼라이징 코리언 시네마(Visualizing Korean Cinema)'가 지난 5월 29일부터 30일까지 벨뷰 벨레드 아트 스튜디오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주시애틀 대한민국 총영사관과 인커리지 아트, 벨레드 아츠 디스트릭트가 공동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구광일 시애틀 문화담당 영사를 비롯해 30여 명의 관람객이 참석했다.


◈ 학생이 기획하고, 학생이 만든 전시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기획과 진행, 홍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은 엘리나 리는 시애틀 레이크사이드 스쿨 신입생으로, 이번 전시의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하고 실행까지 주도한 장본인이다. "저는 한국인이고 미술을 좋아해서, 이 둘을 결합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주변을 보면 케이팝이나 케이드라마는 잘 알아도 한국영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한국 영화를 작품으로 만드는 갤러리를 열어보고 싶었어요"라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리는 전시 준비 기간 동안 인스타그램을 직접 운영하며 주요 영화 소개와 홍보 활동을 병행했다.


리셉션 진행도 학생의 몫이었다. 김현석 영사의 큰딸 김서연(해나)이 이날 리셉션 전반의 사회를 맡아 능숙하게 이끌었으며, 동생 김서아(엘라) 역시 작품을 출품해 자매가 함께 전시에 참여했다. Studio S Fine Arts 권선영 원장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평소부터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보다 학생 각자가 스스로 느끼고 표현하는 과정을 중심에 두는 교육 철학을 견지해 왔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철학이 실제 결과물로 구현된 사례로, 학생 주도형 문화 학습이 어떤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 영상 언어를 색과 구도로 번역한 학생들

참가 학생들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등 한국 영화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작품들을 감상한 뒤, 영화 속 장면과 주제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캔버스에 옮겼다. 사실적 표현부터 스타일라이즈드 기법, 추상적 접근까지 다채로운 방식으로 완성된 작품들이 전시장 벽면을 채웠다.


이 과정은 단순히 영화 장면을 베끼는 작업이 아니었다. 영화가 화면, 대사, 음악, 배우의 표정, 색감, 공간 분위기 등 여러 요소로 전달하는 메시지를 학생들은 색과 선, 구도, 상징이라는 미술의 언어로 다시 구성했다. 영상 언어를 미술 언어로 번역하는 창의적 과정이었던 셈이다. 


한국영화에 담긴 가족, 우정, 빈부 격차, 정체성, 세대 갈등 같은 주제들은 미국에서 자란 학생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인간 보편의 감정과 맞닿아 있었다. 학생들은 한국 사회의 삶과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자신들의 경험과 비교하고,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도 공통된 인간적 감정이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발견했다.


권 원장은 "참여 학생 대부분이 영어권에서 자란 2·3세로, 케이드라마나 케이팝에 비해 한국 영화에는 상대적으로 낯설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한국 영화가 기억과 정체성, 불평등, 인간 경험 같은 보편적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문화 콘텐츠임을 한인 차세대뿐 아니라 미국 주류 관람객들에게도 알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 자신의 작품 앞에서 아버지와 함께 선 무대

30일 오후 6시부터 진행된 리셉션의 하이라이트는 10세 참가 학생 레나 세이(Lena Hsieh)와 그의 아버지 브렌던 세이의 부녀 라이브 연주였다. 레나는 이번 전시에 직접 작품을 출품한 학생이기도 하다. 자신이 공들여 완성한 그림이 걸린 전시장 안에서, 아버지와 나란히 악기를 들고 무대에 선 것이다. 


레나가 첼로를, 아버지 브렌던이 바이올린을 맡은 이 부녀 듀오는 이날 세 곡을 연주했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편곡), 러시아 작곡가 글리에르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듀엣 Op.39 중 〈베르쾨즈(Berceuse·자장가)〉와 〈가봇(Gavotte)〉이었다.


레나는 "이번 전시에서 미술 작품도 내고 아버지와 함께 연주도 할 수 있어서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평소 미술과 음악을 모두 사랑하는 만큼 두 가지를 한 자리에서 함께 선보일 수 있어 정말 뜻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화가이자 연주자로 같은 무대에 선 열 살 소녀의 모습은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벨레드 아츠 디스트릭트 커뮤니티 얼라이언스 이사장 마리아 로 웨이는 인사말에서 "이스트사이드에 활기찬 예술 지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번 전시처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행사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한류의 확장이라는 맥락에서도 눈길을 끈다. 미국 학생들이 한국영화를 감상한 뒤 장면과 감정을 회화로 표현한 작업은, 한국문화를 단순히 배우는 차원을 넘어 자신들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재창조하는 문화 교류의 과정으로 평가된다. 한류가 음악이나 드라마 소비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예술·창작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권 원장은 "비주얼라이징 코리언 시네마는 단순한 미술 전시를 넘어, 젊은 예술가들이 영화를 통해 사회와 역사, 정체성을 이해하도록 돕는 문화·교육 프로젝트"라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표현하는 방식의 프로젝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회화 교육 관련 문의는 이메일(studios.artclass@gmail.com)로 가능하다

<기사‧사진=시애틀코리안데일리 김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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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영사의 딸인 김서연(해나)이 리셉션 사회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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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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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 참가 학생 레나 세이와 그의 아버지 브렌던 세이가 부녀 라이브 연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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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레드 아츠 디스트릭트 커뮤니티 얼라이언스 마리아 로 웨이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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