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여성, LA시 주택국 상대 언어 접근권 소송 제기


한인 여성, LA시 주택국 상대 언어 접근권 소송 제기

“통역·번역 지원 부족으로 주거권 위협”

주현심 씨 “집 잃을 뻔…영어 미숙 이유로 차별 안돼”


로스앤젤레스시 주택국(HACLA)이 저소득층 주거 지원 프로그램 이용자들에게 적절한 통역·번역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영어가 서툰 주민들의 주거권을 위협했다는 소송이 제기됐다.

이번 소송에는 한인 여성 주현심(55) 씨가 핵심 원고로 참여했으며, 법률 지원 단체들은 HACLA가 법적으로 보장된 언어 접근권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법률구조재단(LAFLA), 오텀 엘리엇 법률사무소, 웨스턴센터 온 로 앤드 포버티(WCLP)는 지난 5월 29일 HACLA와 루르데스 카스트로 라미레즈 HACLA 사장 겸 최고경영자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로는 주현심 씨와 스페인어 사용자 에바 오세게라 씨, 한인 비영리단체인 민족학교(KRC)가 함께 참여했다.


원고 측은 HACLA가 섹션8(Section 8) 등 저소득층 주거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제한적 영어 구사자(LEP)들에게 충분한 언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신청자와 수혜자들이 주거 지원 상실 또는 노숙 위험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캘리포니아 정부법 제11135조, 공정고용주택법(FEHA), 다이말리-알라토레 이중언어 서비스법 등을 근거로 제기됐다.


주현심 씨는 “주거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무시당했고 통역 지원 대신 아이를 데려오라는 말을 들었다”며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요한 주거 지원 절차를 혼자 감당해야 했다”고 밝혔다.

주 씨는 영화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며 미국에 왔지만 임신 후 가정을 꾸렸고, 이후 가정폭력을 피해 딸과 함께 쉼터 생활을 하며 자립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2023년 교통사고로 머리와 상반신을 크게 다치면서 일을 할 수 없게 됐고, 렌트비를 내지 못해 퇴거 통지서를 받으며 노숙 위기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HACLA가 운영하는 섹션8 긴급주택 바우처(EHV)를 신청했지만 언어 장벽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주 씨는 “통역이나 한국어 번역 문서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고, 사전 예약 후 방문해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 이유로 담당자를 만나지 못하거나 장시간 기다려야 했다”며 “심지어 중학생 딸을 통역사로 데려오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지인에게 통역을 부탁해야 했고, 생활고와 가정폭력 피해 사실 등 민감한 사생활이 외부에 알려져 큰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서류 작성 과정에서도 언어 지원 부족으로 인해 수입 정보를 잘못 기재하게 됐고, 이를 정정하려 했지만 충분한 설명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주 씨는 결국 섹션8 바우처를 포기했으며, 현재는 LAFLA의 도움을 받아 다른 저소득층 주거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소송은 나 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부모님 세대처럼 영어가 서툰 사람들이 더 이상 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은 정부 기관이 제공해야 할 언어 서비스를 지역사회 단체들이 대신 부담해 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민족학교는 소장에서 HACLA가 적절한 언어 지원을 제공하지 않아 한국어 사용자의 신청서 작성과 제출, 통역·번역 업무를 대신 수행해 왔다고 밝혔다.

민족학교에 따르면 지금까지 약 200명의 한국어 사용자가 HACLA 대기자 명단 신청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으며, 영어로만 제공된 각종 서류와 통지문을 번역하는 역할도 맡아왔다.


LAFLA의 린다 박 변호사는 “HACLA는 자체 정책상 전문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자녀나 지인에게 통역을 맡기는 사례가 반복됐다”며 “이는 기관 스스로 마련한 정책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앤 이 LAFLA 변호사는 “지난해에만 주택 지원 문제로 도움을 요청한 영어 미숙 이용자가 400명을 넘었다”며 “언어 장벽이 공공 주거 프로그램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HACLA가 2010년 마련한 제한적 영어 구사자(LEP) 서비스 정책에 따르면 영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신청자와 수혜자는 무료 통역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원고 측은 현재 한국어와 스페인어 모두 중요 문서 번역이 제공돼야 하는 기준 언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HACLA는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는다”면서도 “언어 접근성과 포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HACLA는 최근 위원회 승인을 통해 개정된 언어 접근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모든 언어에 대한 무료 구두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요 문서를 기준 언어로 번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언어 서비스가 제공될 때까지 각종 답변 기한을 일시 중단하고, 별도의 LEP 코디네이터를 지정해 언어 접근 정책 준수 여부를 관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한편 법률 지원 단체들은 HACLA뿐 아니라 다른 공공 주택기관에서도 언어 권리가 침해됐다고 느끼는 주민들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