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의 꿈, 청진과 포항을 쇳물로 잇는 한반도 평화경제 구상
민주평통, 지난달 30일 ‘정진호 박사 초청 평화통일 강연회’ 성황리 개최
“포항 이육사‧청진 윤동주 시인 서사 미래 평화경제 구상으로 발전시켜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시애틀협의회는 지난달 30일 벨뷰 시청에서 정진호 박사 초청 평화통일 강연회 ‘청포도의 꿈’을 개최했다.
이번 강연회는 제22기 민주평통의 슬로건인 ‘함께 만드는 평화, 더 나은 미래’ 아래 마련됐으며, 민주평통 시애틀협의회가 주최하고 주시애틀 대한민국 총영사관과 UniBank가 후원했다.
행사는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 황규호 민주평통 시애틀협의회장의 개회사, 박미조 주시애틀 대한민국 총영사관 부총영사의 축사, 이수잔 상임고문단장의 축사, 강연자 약력 소개, 정진호 박사의 특별강연, 질의응답, ‘우리의 소원은 통일’ 제창 및 단체사진 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사회는 워싱턴주 한인상공회의소 오명규 회장이 맡았다.
황규호 회장은 개회사에서 “급변하는 국제질서와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오늘 강연이 남북경제협력의 미래를 새롭게 바라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강연 부제인 ‘청포도의 꿈’에 대해 “청포도에는 분명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 있을 것”이라며 참석자들에게 강연의 의미를 함께 찾아보자고 당부했다.
박미조 부총영사는 축사를 통해 “평화는 대결이 아니라 대화에서 시작되고, 신뢰는 하루아침이 아니라 꾸준한 소통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한 곳만의 과제가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는 750만 재외동포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갖고 지켜나가야 할 공동의 가치”라며 “시애틀 동포사회가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존중하며 하나의 공동체로 성장해 온 모습은 평화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실천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수잔 상임고문단장은 “청포도는 아직 완성된 열매가 아니라 서서히 익어가며 가능성과 기다림, 미래를 향한 희망을 품고 있는 열매”라며 “평화통일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함께 노력할 때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정진호 박사는 평화경제·통일 분야 전문가이자 포스텍 친환경소재대학원 교수로, 서울대학교 금속공학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거친 뒤 미국 MIT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연변과학기술대학교 교수와 평양과학기술대학교 설립부총장 및 박사원장, 토론토대학교 통합통로 교수, 한동대학교 통합한국센터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민주평통 자문회의 경제과학분과 상임위원, 통일부 평화통일고문회의 정책자문위원, 유라시아 원이스트포럼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 박사는 ‘시대의 변곡점에서 바라본 코리아연합과 남북경제협력의 신세계’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이를 한마디로 ‘청포도의 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항에는 청진리가 있고, 청진에는 포항동이 있다”며 “남한의 대표적인 제철도시 포항과 북한의 대표적인 제철도시 청진을 쇳물로 잇는 길을 만들자는 것이 청포도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그는 포항의 이육사 시인과 청진의 윤동주 시인을 연결해 설명하며 “두 저항 시인의 서사를 오늘의 현실로 끌어와 미래의 평화경제 구상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청포도 프로젝트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남북이 함께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평화경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특히 유럽의 석탄철강공동체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독일과 프랑스는 수많은 전쟁을 치른 철천지원수였지만, 석탄과 철강을 공동 관리하면서 전쟁을 멈추고 결국 유럽연합의 토대를 만들었다”며 “남북한도 철강 공동체를 통해 동아시아 평화경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무산의 풍부한 자철광 자원과 남한의 친환경 제철 기술을 결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북한 무산에는 남북이 오랜 기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철광석 자원이 있고, 남한에는 포스코를 비롯한 세계적 제철 기술이 있다”며 “청진에 남북이 함께 스마트 그린 제철소를 세운다면 한반도 역사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또 “탄소국경세와 친환경 산업 전환 시대가 다가오면서 기존 제철 산업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수소환원 제철 등 친환경 제철 기술은 앞으로 세계 산업 질서를 바꿀 핵심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청포도 프로젝트는 북한을 돕기 위한 사업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강연에서는 정 박사의 개인적 경험도 소개됐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안정적인 연구자의 길을 뒤로하고 중국 연변과 북한 평양으로 들어가 조선족 청년들과 북한 청년들을 가르친 경험을 전했다. 그는 “연변과학기술대학과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이야말로 가장 더디지만 가장 빠른 변화의 길이라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특히 평양과학기술대학교에서 남한 출신 학생과 북한 학생, 해외동포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운동하며 가까워지는 모습을 소개하며 “처음에는 서로 경계했지만 젊은 세대는 함께 공부하고 농구, 축구, 배구를 하면서 친구가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남과 북의 다음 세대가 서로 원수가 아니라 친구와 동무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정 박사는 한반도 분단의 역사와 국제정세도 폭넓게 짚었다. 그는 식민, 분단, 전쟁, 독재, 이산으로 이어진 민족사의 상처를 언급하며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평화와 통일의 길도 제대로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미중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AI와 제조업 재편 등 세계 질서의 변화 속에서 한반도가 새로운 시대의 변곡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디지털과 피지컬, 즉 AI와 제조 역량을 동시에 갖춘 드문 나라”라며 “남북이 협력한다면 동북아의 새로운 골든 허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남한의 기술, 북한의 자원, 해외동포의 네트워크가 함께 결합될 때 새로운 코리아연합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연 말미에서 정 박사는 참석자들에게 “청포도 프로젝트는 단순한 철강사업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비전 상품”이라며 “이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도, 참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참석자들과 함께 “가자 청진으로, 오라 포항으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한편 정진호 박사는 『울독 아리랑』, 『21세기 중학교 12도시 인문학이 만난 때』, 『여명과 혁명 그리고 운명』, 『기독교와 공산주의, 기호-서북 지역갈등 및 선교지 분할』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통해 공학기술, 기독교 인문학, 통일과 역사 분야를 아우르는 통섭적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강연회는 시애틀 한인사회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재외동포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는 자리로 평가됐다. 민주평통 시애틀협의회는 앞으로도 동포사회와 함께 평화통일 공감대를 넓히고 미래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재영 기자
황규호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단체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참석자들이 정진호 박사의 강연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
정진호 박사가 강연을 하고 있다.
박미조 부총영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이수잔 상임고문단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주 한인상공회의소 오명규 회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