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문인협회, 지난 5일 ‘제22회 뿌리문학 신인상 시상식’ 개최


서북미문인협회, 지난 5일 ‘제22회 뿌리문학 신인상 시상식’ 개최

“타국에서 한글로 써 내려간 삶, 다음 세대의 유산으로”

윤성민씨 ‘뿌리’로 단편소설 부문 대상…시·수필 가작으로 ‘3관왕’ 


서북미 지역에서 한글문학의 맥을 이어온 서북미문인협회(회장 김미선·이사장 심갑섭)가 ‘제22회 뿌리문학 신인상 시상식’을 열고 새로운 작가들의 힘찬 출발을 축하했다.

이번 시상식은 5일 페더럴웨이 코앰TV에서 열렸다. 행사에서는 단편소설과 시, 수필, 시조, 디카시를 비롯해 미래작가상과 한글상 등 다양한 부문의 수상자들이 소개됐다.


특히 올해는 이민 1세대와 다음 세대가 겪는 언어와 정체성의 문제를 다룬 윤성민씨의 단편소설 ‘뿌리’가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윤씨는 시와 수필 부문에서도 가작을 받아 3관왕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행사는 이태호·정현미씨의 진행으로 식전 안내와 개회 선언에 이어 소라합창단의 축하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소라합창단은 ‘엄마의 나무’와 ‘왜 이렇게 덥지?’


를 선보이며 가족의 사랑과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성악가 권수현씨도 ‘내 마음의 강물’과 ‘첫사랑’을 들려주며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진 무대를 만들었다.

김미선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올해 시상식과 함께 특별 동인지 ‘뿌리문학’의 출간을 축하했다.

김 회장은 “한 사람의 삶이 한 편의 글이 되고, 그 글이 또 다른 세대의 마음에 닿을 때 문학은 비로소 살아 있는 전통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4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해 가는 시점에서 새로운 작가들의 출발과 새 책의 탄생을 함께하게 된 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김 회장은 “다음 세대에게 한국문학과 한글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수호자들, 그 길을 묵묵히 이어가는 여러분들이야말로 우리 문학의 뿌리”라며 “그 뿌리를 이곳에 내리는 일은 이 땅에 또 하나의 대한민국을 꽃피우는 일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 심갑섭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과 임원, 회원 및 후원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수상자들에게 “오늘의 기쁨이 더 깊고 넓은 문학의 길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축하했다.

주시애틀 대한민국 총영사관 이송주 부총영사도 축사를 통해 해외에서 모국어로 삶을 기록하는 문학 활동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이 부총영사는 부임한 지 3주 남짓 된 가운데 처음 접한 서북미문인협회의 오랜 활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먼 타국에서도 모국어로 삶을 기록하고 한글로 마음을 나누면서 우리 문학의 불씨를 지켜온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이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어 “문학은 한 사람의 기억을 기록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한 공동체의 시간을 다음 세대에 건네는 일”이라며 “이곳에서 한글로 써 내려가는 한 줄 한 줄은 동포사회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며 다음 세대에 물려줄 아름다운 유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더럴웨이 통합한국학교 박영민 이사장도 축사를 통해 문인들을 “서북미 동포사회의 마음의 양식을 만들어주는 농사꾼”에 비유했다.


박 이사장은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는 산고와 같은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작가들이 동포사회의 애환을 함께하고 때로는 쓴소리, 때로는 칭찬과 축하의 목소리를 작품에 담아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내년 제23회 신인문학상에는 더 많은 젊은 문인들이 등단해 서북미 한인사회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를 기대했다.


올해 신인상 심사는 시인이자 영문학자인 여국현 심사위원이 맡았다. 행사에서는 심갑섭 이사장이 여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대독했다.

대상작 윤성민씨의 단편소설 ‘뿌리’는 이민 1세대 아버지와 미국에서 태어난 아들이 자신들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심사위원은 한국과 미국, 두 문화와 두 언어 사이에서 살아가는 디아스포라의 경험을 안정된 구성과 절제된 문장으로 형상화했으며 개인의 가족사를 넘어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수상식에서 낭독된 ‘뿌리’의 한 대목은 이민가정의 언어적 간극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영어로 생각하고 한국어 앞에서 머뭇거리는 아들과, 한국어로 생각하면서 영어로 일하는 아버지 사이의 거리를 통해 이민 1세대와 2세대가 겪는 정체성의 문제를 담아냈다.

특히 아버지가 아들에게 건네는 “잃었다기보다 아직 못 만난 거 아닌가?”라는 메시지는 뿌리를 상실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앞으로 다시 발견하고 만날 수 있는 가능성으로 풀어내 깊은 여운을 남겼다.


윤씨는 단편소설 부문 대상과 함께 시 및 수필 부문 가작까지 수상하며 3관왕을 기록했다. 그는 수상의 영광을 ‘33년 동안 곁에서 웃어준 첫사랑 아내’에게 돌려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시 부문에서는 서미석씨가 ‘따뜻한 밤의 기억’으로 우수상을 받았으며 윤성민씨의 ‘가을빛 스며오는 시애틀’과 정수잔씨의 ‘초저녁’이 가작으로 선정됐다.


수필 부문에서는 김행숙씨의 ‘고무신을 고치던 아버지’가 우수상을 받았다. 최숭영씨의 ‘이고 가는 시간’, 윤성민씨의 ‘내 유년의 조이스틱을 잡은 딸’, 고민수씨의 ‘845마일’이 가작에 선정됐다.

김행숙씨는 수상작을 통해 어린 시절 고무신을 고치던 아버지의 모습을 인간관계와 삶에 대한 성찰로 확장했다.


그는 작품에서 작은 금이 갔다고 버리는 대신 갈라진 틈을 메우고 낡은 부분을 맞대야 다시 함께 걸을 수 있듯, 사람 사이에도 오해가 생기면 풀고 상처가 생기면 보듬어야 한다고 풀어냈다. 장터 입구의 작은 좌판을 자신의 ‘교실’로, 묵묵히 고무신을 고치던 아버지의 손길을 ‘오래된 교과서’로 표현하며 아버지를 “내 생의 첫 스승”으로 회고했다.


시조 부문에서는 윤태영씨의 연시조 ‘도시의 어부’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은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소재로 문화적 유산을 현대 이민자의 경험과 연결하고 자신의 언어로 형상화한 점에서 신인다운 패기와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디카시 부문에서는 정현미씨의 ‘오고 있어’가 당선됐다. 


정현미씨는 “추운 나날 동안 흐르다 얼어붙은 네 마음의 눈물, 녹일 따뜻한 너의 봄날”이라는 작품을 낭독한 뒤 지난해부터 서북미문인협회 문학대학과 세미나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며 앞으로도 계속 배우면서 좋은 글을 쓰겠다고 밝혔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차세대의 한글문학 활동을 격려하는 ‘미래작가상’도 큰 의미를 더했다.


10학년 김사랑·김시연·정지훈 학생이 미래작가상을 받았다. 김사랑 학생은 ‘가면을 쓰면 좀 더 솔직해질 수 있을까’, 김시연 학생은 ‘고마워요, 한국학교!’, 정지운 학생은 ‘내가 왜 한국어를 배울까요?’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사랑 학생은 작품 낭독에서 사람들이 흔히 ‘가면’을 진짜 자신을 숨기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때로는 가면이 자신을 보호하고 솔직해질 용기를 주기도 한다는 생각을 풀어냈다. 


그는 “앞으로도 제 경험과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내면서 읽는 사람들에게 작은 공감이나 위로를 전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정지운 학생은 어린 시절 한국어밖에 하지 못하던 친구를 위해 통역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한국어가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게 하는 힘이 됐다고 밝혔다.


한글상은 12학년 리처드슨 리아의 ‘나의 여정’에 돌아갔다. 시상식에서는 한국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를 이해하고 언어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려는 노력을 격려하는 상이라는 의미가 소개됐다.


이날 선배 작가가 후배들에게 격려를 전하는 특별 순서도 마련됐다. 제20회 뿌리문학 신인상 수상자인 김양수 작가는 새롭게 문단에 첫발을 내딛는 수상자들에게 “사는 것은 하루를 담는 것이고, 쓰는 것은 하루를 뱉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며 삶의 무게를 글로 엮는 일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시상식 이후에는 서북미문인협회 이사진 위촉장 전달식과 심갑섭 이사장에 대한 감사장 전달식이 이어졌다.


김미선 회장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이사장으로 재임하며 협회 발전과 한글문학 확산을 위해 헌신한 심갑섭 이사장에게 회원들을 대표해 감사장을 전달했다.

협회 측은 문학과 예술의 발전에는 작가뿐 아니라 후원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르네상스 시대 예술을 후원한 메디치 가문을 예로 들었다. 이사진에게 작은 기념 선물을 전달하며 “앞으로도 우리 문학의 메디치 가문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협회는 이날 문학을 사랑하고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은 이들을 대상으로 ‘서북미문인협회 문학대학’ 참여도 안내했다. 문학대학에서는 정기 문학 강의와 작품 합평, 시·수필·소설 등 창작 공부와 회원 간 문학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협회 측은 “신인상을 받지 않았어도 괜찮다. 


문학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누구나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며 “한 사람의 독자가 작가가 되고, 한 편의 습작이 한 사람의 문학이 된다”고 문학 참여를 독려했다.

2004년 시작된 뿌리문학 신인상은 올해 22회째를 맞으며 서북미 한인사회의 대표적인 한글문학 등용문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지난 22년간 시와 수필, 소설을 비롯해 시조와 디카시, 장려상, 미래작가상, 한글상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이민 1세대에서 청소년 세대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한글문학 창작자들을 발굴해 왔다.

이날 시상식은 수상자와 가족, 협회 임원 및 참석자들이 함께한 단체 기념촬영으로 막을 내렸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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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합창단이 ‘엄마의 나무’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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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정현미씨가 진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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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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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애틀 대한민국 총영사관 이송주 부총영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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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럴웨이 통합한국학교 박영민 이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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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가 권수현씨도 ‘내 마음의 강물’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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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갑섭 이사장이 여국현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대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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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뿌리문학 신인상 수상자인 김양수 작가가 새롭게 문단에 첫발을 내딛는 수상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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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부문 대상과 함께 시 및 수필 부문 가작까지 수상하며 3관왕을 기록한 윤성민씨 부부가 김미선 회장, 심갑섭 이사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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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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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 회장(오른쪽)이 심갑섭 이사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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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미문인협회 이사진이 위촉장을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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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이 단체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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