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 검증 확대…소수계 유권자 우려


시민권 검증 확대…소수계 유권자 우려

대법원, SAVE 확대 사용 허용…SSN 등 연방자료 활용한 시민권 확인 가능

귀화 시민 오분류 가능성 논란…유권자 등록·신분증·투표방법 사전 확인 필요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방정부가 확대 개편한 유권자 시민권 확인 시스템의 사용을 연방대법원이 허용하면서 귀화 시민권자를 비롯한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서 개인정보와 잘못된 분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25일 ‘국토안보부 대 여성유권자연맹(DHS v. League of Women Voters)’ 사건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확대 개편한 ‘이민신분 검증 시스템(SAVE)’ 사용을 막았던 하급심 판결의 효력을 소송 진행 중 정지시켰다. 이에 따라 주·지방정부 기관들은 다시 SAVE를 이용해 등록 유권자나 신규 유권자 등록 신청자의 시민권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SAVE는 원래 연방·주·지방정부가 공공혜택 신청자의 시민권과 이민신분을 확인하는 데 사용해 온 시스템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3월 행정명령을 통해 주·지방정부가 유권자의 시민권 확인에 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시하면서 기능이 확대됐다.


연방대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개편된 SAVE는 기존 국토안보부 등의 자료뿐 아니라 사회보장국(SSA)이 보유한 사회보장번호(SSN) 정보를 활용할 수 있으며, 여러 사람의 정보를 한꺼번에 검색하는 대량 조회 기능도 갖췄다. 시스템에서 시민권 여부를 확인하지 못할 경우 해당 주·지방기관이 추가 시민권 증빙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연방정부가 직접 주정부의 유권자 명부를 관리하거나 모든 주에 SAVE 사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유권자 등록과 명부 관리는 주와 지방 선거당국이 담당하며 SAVE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해당 선거당국의 절차와 주법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결정은 6대 3으로 내려졌으며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다수 의견은 현행 연방법이 국토안보부가 다른 정부기관으로부터 시민권과 이민신분 관련 정보를 요청하고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원고 측이 최종적으로 승소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반대 의견은 잘못된 정보로 적법한 유권자의 투표권이 제한될 위험을 지적했다.


특히 귀화 시민권자의 정보가 정부 데이터베이스에서 제때 업데이트되지 않는 경우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법원 결정문에도 소송 당사자 가운데 한 귀화 시민권자의 사회보장국 기록에 시민권 취득 사실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은 사례가 소개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텍사스 트래비스카운티에서는 SAVE가 비시민권자로 표시한 일부 유권자 가운데 이미 미국 시민권을 증명한 사람들이 포함됐다는 선거관리 관계자의 주장이 제기됐으며,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카운티에서도 잘못된 결과가 상당수 포함됐다는 보도가 소송 자료에 제출됐다. SAVE의 전체 오류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행정부 측은 이 시스템이 비시민권자의 불법 투표를 막고 선거 명부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JC)의 존 양 회장은 최근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개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연방정부가 각 주의 유권자 명부를 직접 통제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연방 데이터의 정확성과 귀화 시민권자에게 미칠 영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에는 VoteRiders, Mi Familia Vota, 원주민권리기금(NARF) 관계자들도 참석해 지역별 투표 절차와 접근성 문제를 설명했다.


일부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확산되고 있는 ‘ICE 요원이 투표소에 나온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현재 확인된 사실과 소문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 회장은 브리핑 당시 ICE가 투표소에 배치된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해당 지역의 실제 선거 규정과 공식 선거당국의 안내를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투표에 필요한 신분증 규정은 주마다 크게 다르다. 전국주의회협의회(NCSL)가 9월 3일 현재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36개 주가 투표소에서 일정 형태의 신분증을 요구하거나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머지 주와 워싱턴DC는 서명 대조 등 다른 방식으로 신원을 확인한다.


조지아주의 경우 부재자 우편투표를 신청할 때 운전면허증이나 주정부 ID 번호 등을 이용한 신분 확인 절차가 있으며, 해당 번호가 없으면 허용되는 다른 신분증 사본을 제출할 수 있다.

텍사스는 현재 일반적인 온라인 유권자 신규 등록을 제공하지 않는다. 신규 등록이나 주소 변경 등을 위해서는 종이 신청서를 작성해 우편 등으로 제출해야 한다.


언어 문제로 투표에 도움이 필요한 유권자를 위한 연방법상의 보호도 있다. 연방 법무부에 따르면 시각장애나 장애,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이 있어 도움이 필요한 유권자는 투표권법 제208조에 따라 본인이 선택한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고용주나 고용주의 대리인, 노조 관계자는 도우미가 될 수 없다. 일부 지역은 투표권법 제203조에 따라 한국어를 포함한 특정 소수언어 선거자료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아메리카 원주민 지역에서는 거리와 교통, 주소 체계가 또 다른 투표 접근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NARF는 보호구역 주민들이 운전면허 발급기관이나 유권자 등록·투표 장소를 이용하기 위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사례와 일반적인 거리 주소나 가정 우편배달이 없는 지역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일부 지역에서는 100마일 이상을 이동해야 했던 사례도 보고됐다.


AAJC와 APIA Vote는 아시아계 유권자들을 위해 ‘1-888-API-VOTE(1-888-274-8683)’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타갈로그어 등 여러 언어로 유권자 등록과 투표 절차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선거 관련 규정은 주와 카운티마다 다를 수 있는 만큼 유권자는 자신의 유권자 등록 상태와 투표 장소, 신분증 요건, 우편투표 신청·반납 기한 등을 거주지 선거관리 당국을 통해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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