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표심 다시 흔들…중간선거 ‘스윙보트’로 부상
트럼프 경제·이민정책에 실망감…2024년 공화당 이동세 지속 여부 주목
아태계 유권자 1,700만 명 육박…90% 투표 의향에도 젊은층 참여는 변수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아시아계 및 태평양도서계(AAPI) 유권자들의 표심이 다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4년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쪽으로 눈에 띄게 이동했던 AAPI 유권자들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과 이민단속 등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면서 당시의 지지 흐름이 이번 중간선거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AAPI 유권자들이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유권자 집단 가운데 하나로 꼽히면서 주요 경합주에서 이들의 투표 참여와 정치적 선택이 선거 결과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지난 16일 개최한 ‘2026년 AAPI 표심’ 언론 브리핑에서 전문가들은 아시아계 유권자들의 정치 성향 변화와 투표 참여 전망, 유권자 동원의 어려움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셰카르 나라심한(Shekar Narasimhan) AAPI빅토리펀드 의장은 “2024년 대통령선거에서 AAPI 유권자들이 민주당에서 공화당 쪽으로 눈에 띄게 이동했다”면서도 “AAPI 사회는 빠르게 성장하고 젊어지면서 정치 성향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정당도 아시아계 유권자들을 고정적인 지지층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카틱 라마크리슈난(Karthick Ramakrishnan) AAPI데이터 설립자 겸 디렉터 역시 최근 공화당 성향 AAPI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정책과 이민단속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 운영에 대해서도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유권자들의 평가가 달라지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민주당 지지 확대로 연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AAPI 유권자 가운데 무당파와 독립 성향 유권자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라마크리슈난 디렉터는 조사 방식에 따라 AAPI 유권자의 약 25~33%가 무당파 또는 독립 성향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화당에 대한 지지가 낮아지더라도 과거 공화당을 선택했던 유권자들이 민주당으로 이동한 것인지, 아니면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것인지를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젊은 AAPI 유권자들의 정치적 태도 역시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메리 루 아카이 퍼거슨(Mary Lou Akai Ferguson) 아시안아메리칸파워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젊은층의 정치 참여가 증가하고 있지만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강한 지지보다는 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 주요 동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높은 생활비와 주거비, 교육비 부담이 젊은 유권자들의 불만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AAPI 유권자들의 투표 의향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API데이터 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의 90%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조사에서 밝힌 투표 의향이 실제 투표 참여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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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PI 유권자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경합주에서의 영향력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내 AAPI 투표 자격 인구는 약 1,7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일부 경합주에서는 선거 승패가 수만 표 차이로 결정되는 경우가 있어 아시아계 유권자의 참여가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미시간에서는 지난 15일까지 아시아계 유권자 약 2만6,000명이 조기투표를 마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같은 시점보다 수천 명 증가한 규모로, 지난 중간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던 유권자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분석됐다.
브리핑 참석 전문가들은 미시간의 주요 선거에서 승패 격차가 수만 표 수준인 경우가 있다는 점을 들어 AAPI 유권자들의 참여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래스카 역시 AAPI 유권자들의 영향력이 주목되는 지역이다.
전체 유권자가 약 66만 명인 알래스카에는 아시아계와 태평양도서계 및 하와이 원주민 유권자가 약 5만6,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소개됐다.
특히 필리핀계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코디액 등에서는 아시아계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 참여 독려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나라심한 의장은 알래스카처럼 비교적 적은 표 차이로 승패가 결정되는 지역에서는 AAPI 유권자들의 참여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높은 투표 의향에도 불구하고 실제 유권자들을 투표에 참여시키는 현장 조직의 여건은 이전보다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퍼거슨 사무총장은 올해 AAPI 유권자 동원에 투입되는 예산이 2022년 중간선거 당시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유권자 교육과 지역사회 방문, 조기투표 안내 등 선거 참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들도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네바다에서는 한인과 중국계 커뮤니티를 각각 담당할 현장 조직가를 채용하려던 계획이 예산 부족으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젊은층이 신뢰하는 지역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 정치교육 프로그램도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예산 부족이 상대적으로 투표 경험이 적은 젊은 유권자와 신규 유권자들의 실제 투표 참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투표 접근성을 둘러싼 제도 변화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됐다.
크리스틴 첸(Christine Chen) APIA보트 사무총장은 일부 주에서 유권자 신분증 요건 강화와 우편투표 제한, 투표소 및 조기투표 장소 축소 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언어 장벽이나 선거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을 겪는 일부 AAPI 유권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텍사스 태런트카운티가 소개됐다.
이 지역의 투표소는 2022년 중간선거 당시 316곳에서 올해 224곳으로 92곳 줄었다고 첸 사무총장은 밝혔다.
태런트카운티에는 약 100만 명의 등록 유권자가 있으며, 이 가운데 AAPI 유권자는 7만5,000명 이상인 것으로 설명됐다.
이민단속 강화 역시 아시아계 이민자 사회의 정치적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조사에서는 AAPI 응답자의 41%가 지난 1년 사이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체류 신분 등을 증명하는 서류를 소지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특히 남아시아계에서는 이러한 응답이 53%에 달했다.
불법체류자 추방에 대한 지지도 2024년 12월 38%에서 올해 2월 29%로 낮아졌으며, 이민단속 관련 정부 지출이 지나치게 많다는 응답은 72%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이민정책에 대한 AAPI 사회의 우려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시아계 유권자들을 하나의 정치적 집단으로 묶어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계와 한인, 인도계, 필리핀계, 베트남계 등 출신 배경에 따라 정치적 관심사가 다르며 세대와 종교, 이민 시기, 경제 상황에 따라서도 정치적 선택에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아시아계 후보가 출마한다고 해서 같은 민족 출신 유권자들의 표가 자동으로 결집하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라마크리슈난 디렉터는 “같은 민족 출신 후보에게 관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현재처럼 정당 간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는 정책과 가치관, 정당 성향이 투표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번 중간선거는 아시아계 유권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얼마나 확대됐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와 이민정책에 대한 평가, 젊은 유권자들의 참여, 지역사회 선거운동의 활성화 여부, 투표 접근성 등이 실제 투표율과 정당별 지지 분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요 관전 요소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AAPI 사회가 더 이상 어느 한 정당의 고정 지지층으로 간주되기 어려우며, 다양한 배경과 정책적 관심사를 가진 유권자 집단으로서 미국 정치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