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통 시애틀, 지난달 31일 지역 이웃과 함께한 '평화 김장' 행사 개최


민주평통 시애틀, 지난달 31일 지역 이웃과 함께한 '평화 김장' 행사 개최

"김치만 아니라 평화를 버무렸다"…
레드먼드 시장·벨뷰 시의원 등 참석…"음식 나누는 것이 공동체 만드는 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시애틀협의회(회장 황규호)가 핼러윈인 지난달 31일 벨뷰의 구세군 이스트사이드 커뮤니티센터에서 '함께 평화를 버무리다: 세대를 잇는 평화 김장(Mixing Peace Together: A Kimjang Celebration Across Generations)' 행사를 열었다. 협의회 여성리더십분과위원회(위원장 강수진)가 기획한 이날 행사에는 한인과 타 커뮤니티 주민, 청소년, 가족 등 180여 명이 참여했다.


당초 예상했던 100여 명을 크게 웃도는 인원이 몰리면서 의자가 모자라 일부 참석자는 선 채로 행사를 지켜봐야 할 만큼 행사장이 붐볐다.


이날 행사는 한인들만의 잔치가 아니었다.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민족 배경의 지역 주민들이 다수 참석해 한인들과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배추를 버무렸다.


가족과 이웃이 함께 모여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김장 본래의 의미가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 전체로 넓어진 셈이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한국어와 영어가 뒤섞인 대화가 오갔고, 처음 김치를 담가 보는 이웃에게 한인 참가자들이 손놀림을 알려 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사회는 이유진(Sofia) 씨가 맡아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했다. 국민의례에 이어 주시애틀 대한민국 총영사관 구광일 영사와 앤절라 버니(Angela Birney) 레드먼드 시장, 린 로빈슨(Lynne Robinson) 벨뷰 시의원 등 내빈이 소개됐다.


◈ "서로 다른 재료가 어우러지듯… 평화는 작은 실천에서"


황규호 회장은 환영사에서 김장 체험이 한국 전통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협력과 배려, 나눔의 정신을 배우는 자리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배추와 무, 고춧가루와 여러 양념이 한데 어우러져야 깊은 맛이 나듯,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마음을 모을 때 더 큰 화합과 평화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는 누군가 일방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작은 실천을 쌓아 갈 때 다가온다고 말했다. 영어권 참석자들을 위해 환영사 영문 번역본은 프로그램 뒷면에 실렸다.


황 회장은 이날 행사 준비부터 참가자 안내, 김장 지원과 뒷정리까지 맡은 주니어 평통 청소년 봉사자들에게 각별한 기대를 나타냈다. 청소년들이 전통문화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와 나눔을 직접 실천하며 세대 간 소통과 공공외교의 의미를 함께 배우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행사를 준비한 강수진 준비위원장과 준비위원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구광일 영사는 축사에서 행사장에 들어서며 김장 양념과 수육 냄새를 맡는 순간 마음의 평화가 먼저 찾아온 것 같다며 웃음을 끌어냈다. 구 영사는 맵고 짜고 달콤한 전혀 다른 재료들이 한 통 안에서 맛있게 익어 가듯, 서로 다른 세대와 문화가 어우러져 서로를 품는 것이 살아 있는 평화이자 공공외교라고 말했다.


손에 빨간 양념을 묻혀 가며 돕는 주니어 평통 청소년들을 향해서는 오늘 가장 멋진 사람들이라고 치켜세웠다.


버니 시장은 몇 주 전 처음으로 한국을 여행했다고 소개했다. 전주를 찾아 한국의 깊은 역사와 문화를 접했고, 비무장지대(DMZ) 투어에서는 통일을 향한 과정에서 한국이 마주한 어려움과 평화적 해결에 대한 희망을 느꼈다고 전했다.


버니 시장은 한국을 고향으로 두고 이제 레드먼드와 벨뷰를 새 터전으로 삼은 한인 주민들에게 레드먼드시를 대표해 감사를 표했다.


조금 늦게 도착한 로빈슨 벨뷰 전 시장이자 현재 시의원은 지난해 한국에서 김치를 많이 먹어 봤다며 직접 담그는 법을 배우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와 예술, 음식을 나누는 것이 공동체를 만드는 길이며, 그것이 다양성을 공동체로 바꾼다고 강조했다.


정계 입문 전 물리치료사로 일하며 가정 방문 치료를 했던 로빈슨 의원은 당시 한국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한국전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많이 만났다며 벨뷰는 한국의 좋은 친구라고 말했다.


◈ "함께!" "평화를 버무리다!"… 테이블마다 김장 열기


단체 사진 촬영에 이어 본격적인 김장이 시작됐다. 진행팀은 가족과 친구, 이웃이 모여 김치를 담가 나누는 한국의 김장 문화를 소개하며 김장이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정을 쌓는 전통이라고 설명했다.


김장 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참가자들은 앞치마와 위생장갑, 위생모를 갖추고 테이블 리더의 시범에 따라 절인 배추잎 사이사이에 양념을 고루 발랐다. 어린이 참가자는 보호자와 함께했고, 알레르기가 있는 참가자는 재료를 만지기 전 진행요원에게 알리도록 안내됐다.


사회자가 "함께!"를 외치면 참가자들이 "평화를 버무리다!"로 답하는 구호와 함께 김장이 시작되자 행사장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김치를 다 담근 참가자들은 준비된 용기에 각자 김치를 담았다. 진행팀은 상온에 두면 김치가 지나치게 발효돼 넘칠 수 있다며 집에 가면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하라고 한국어와 영어로 여러 차례 당부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직접 버무린 것과 같은 양념으로 만든 김치를 뷔페식으로 차려진 수육, 밥과 함께 맛봤다.


이날 곁들여진 수육은 준비팀이 행사 전 현장에서 미리 마련한 것이다. 고기를 한 번 삶아 익힌 뒤 다시 그릴에 구워 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른바 '겉바속촉' 식감을 살렸다.


막 버무린 김치에 고소하게 구운 수육을 싸 먹는 한국식 김장 밥상에 처음 맛보는 이웃 주민들도 연신 접시를 비웠고, 뷔페 앞에는 한동안 긴 줄이 이어졌다.


이날 처음 김치를 담가 본 버니 시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먹는 쪽으로는 김치를 잘 알지만 직접 만드는 것은 처음이라며, 곁에서 도와준 사람들 덕분에 놀라울 만큼 빨리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담근 김치 한 통을 집에 가져가 한동안 먹을 생각에 기대된다며 정말 멋진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버니 시장은 한인 커뮤니티에 전하는 메시지로 한인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레드먼드에 가져와 레드먼드를 더 포용적이고 따뜻한 도시로 만들고 있다며, 한국인과 한인들이 안심하고 뿌리내려 가족이자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곳이 돼 기쁘다고 했다.


이어 이날 행사가 이 지역 한인 커뮤니티가 얼마나 활기찬지를 보여 줬다며 한인들이 레드먼드에서 계속 머물며 번영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평화 메시지 시상… 지역사회와 함께한 '생활 속 공공외교'


참가자들이 등록 때 평화에 대한 생각을 적어 낸 '평화 메시지'는 심사를 거쳐 대상 1명, 2등 2명, 우수상 10명 등 모두 13명이 수상했다.


대상은 "따뜻한 손길로 함께 버무르는 평화의 맛"이라는 메시지를 쓴 정혜원(Hae-won Jeong) 씨에게 돌아갔다. 정 씨는 시상 때 자리에 없어 상품은 추후 전달하기로 했다.


2등은 "평화로운 속을 위한 김치 한 조각(A piece of kimchi for a peaceful stomach)"을 쓴 티머시 레이(Timothy Ray) 씨와 "김치는 모두에게, 평화는 어디에나(Kimchi, everyone. Everywhere, peace.)"를 쓴 박지우 씨가 받았다. 우수상은 ▲조슈아 랜드리 ▲우진석 ▲김도윤 ▲우현석 ▲김하늬 ▲제이 리 ▲루크 윤 등이 받았다.


수상자 명단에 한인과 비한인 이름이 섞인 것 자체가 이날 행사의 성격을 잘 보여 줬다.


사회자는 폐회사에서 행사를 준비한 여성리더십분과위원회와 자문위원, 주니어 평통 청소년, 테이블 리더와 자원봉사자, 장소를 제공한 구세군 이스트사이드 커뮤니티센터에 감사를 전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김치만 버무린 것이 아니라 친절과 우정, 평화를 향한 희망을 함께 버무렸다"며 이날 맺은 인연이 이웃과 지역사회 속에서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장을 찾은 한 한인 참석자는 이런 행사는 한인들끼리만 하면 의미가 없다며 다양한 이웃과 함께한 이번 행사가 정말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주니어 평통 청소년들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남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행사장 뒷정리를 도왔다.


180여 명이 함께한 이번 행사는 민주평통 해외협의회 활동의 방향을 보여 준 사례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해외 한인 단체의 행사는 한인들끼리 모여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평화 김장은 레드먼드 시장과 벨뷰 시의원 등 지역 정치인과 타 커뮤니티 주민들을 행사의 손님이 아닌 '함께 김치를 담그는 이웃'으로 맞아들였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평화와 통일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김장이라는 친근한 생활 문화에 담아 낸 덕분에, 한국어를 모르는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평화의 의미를 함께 생각하고 글로 적어 볼 수 있었다.


주니어 평통 청소년들이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행사 전 과정을 함께하며 봉사와 공공외교를 몸으로 익혔다는 점도 의미를 더했다. 1세대 자문위원들의 경험이 청소년 세대에게 이어지고, 다시 그 청소년들이 영어로 지역 이웃들에게 한국 문화를 안내하는 모습은 행사 이름 그대로 '세대를 잇는' 장면이었다.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민주평통 시애틀협의회의 이 같은 시도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기사‧사진=시애틀코리안데일리 김승규 기자>


타민족 커뮤니티와 힘께 김치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타민족 커뮤니티와 힘께 김치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황규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시애틀협의회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황규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시애틀협의회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구광일 대한민국 주 시애틀 영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구광일 대한민국 주 시애틀 영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앤절라 버니(Angela Birney) 레드먼드 시장.

앤절라 버니(Angela Birney) 레드먼드 시장.


린 로빈슨 벨뷰 벨뷰시의원(전 시장).

린 로빈슨 벨뷰 벨뷰시의원(전 시장).


참가자들이 준비된 재료를 이용해 김치를 버무리고 있다.

참가자들이 준비된 재료를 이용해 김치를 버무리고 있다.


참가자가 자신이 직접 만든 김치를 들어 보이며 즐거워 하고 있다.

참가자가 자신이 직접 만든 김치를 들어 보이며 즐거워 하고 있다.


참가자가 자신이 직접 만든 김치를 들어 보이며 즐거워 하고 있다.

참가자가 자신이 직접 만든 김치를 들어 보이며 즐거워 하고 있다.


'평화 메시지' 글짓기 행사에는 모두 13명이 수상했다.


전체 행사의 매끄러운 진행을 이끈 이유진 씨가 폐회를 선언하고 있다.

전체 행사의 매끄러운 진행을 이끈 이유진 씨가 폐회를 선언하고 있다.


참가자가 자신이 직접 만든 김치를 들어 보이며 즐거워 하고 있다.

참가자가 자신이 직접 만든 김치를 들어 보이며 즐거워 하고 있다.


참가자가 자신이 직접 만든 김치를 들어 보이며 즐거워 하고 있다.

참가자가 자신이 직접 만든 김치를 들어 보이며 즐거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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