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 고립된 한국 관광객, 삽 빌리러 갔다가 제육볶음 파티
뉴욕타임즈, 지난 25일 9명의 한국 관광객 이야기 보도
북극 한파가 덮친 미국에서 피해가 가장 심각한 뉴욕주에서 타고 가던 승합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도랑에 빠진 한국 관광객들이 현지인 부부의 환대로 자칫 참사가 될 뻔했던 상황을 잊지못할 추억으로 바꿨다.
25일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이 지역 날씨를 잘알고 있는 '알렉산더 캄파냐'와 그의 아내 '안드레아'는 눈보라가 끝날 때까지 지낼 수 있는 음식을 냉장고에 비축하고 조용한 휴일 주말을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23일(금) 오후 2시경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폭설로 도로 통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여행하던 9명의 한국인 관광객 중 두 명이 도랑에빠진 그들의 승합차를 파내기 위한 삽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이곳으로 오면서 강풍과 창밖에 쌓이는 눈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는데 마침 캄파냐의 집 근처에서 차가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40세의 치과의사인 집주인 캄파냐는 위험에 빠진 여행객들을 손님으로 맞이하기로 결정하고 여관 주인이 되어 예상치 못한 휴일연휴 파티가 시작되었다.
버펄로를 비롯한 이리 카운티에는 당일 오후 3시30분에 운전 금지령이 내려졌고, 이튿날 아침에는 체감온도가 영하 30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방 3개와 소파, 매트리스를 동원해 운전기사까지 모두 10명의 낯선 사람들을 손님으로 집으로 들였다.
그들은 버팔로 빌스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카고 베어스를 이기는 풋볼 게임을 같이 보며 매운 제육볶음과 닭도리탕등 한국인 손님이 요리하는 맛있는 한국 집밥을 만들어 먹었다. 둘 다 한국 음식의 팬인 캄파냐 씨와 그의 아내는 간장, 고추장, 참기름, 고춧가루, 김치, 전기밥솥 등 한국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양념과 도구를 갖고 있었다.
신혼여행으로 미국에 온 최요셉씨는 <뉴욕 타임스>에서 캄파냐 부부에 대해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캄파냐는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예상치 못한 손님들을 맞은 뒤로 한국을 여행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손님들은 배수로에서 빼내지 못한 차 대신 다른 차를 구해 25일 뉴욕시로 돌아갔다.
북극 한파가 남하해 미국을 얼어붙게 만든 이번 한파와 폭설로 이날까지 버펄로와 그 주변에서만 12명, 미국 전체로는 30명 정도가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시애틀코리안데일리>
캄파냐 부부가 한국인 관광객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캄파냐 인스타그램 캡처>
캄파냐 부인 <페이스북>
한국 관광객들. <페이스북>
한국 관광객들.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