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총영사관, 2025 타운홀 미팅으로 한 해 마무리
12일 시애틀 총영사관서 한인 단체장 등 100여 명 참석한 가운데 진행
첫 한인 킹카운티 의원·청소년 챔버까지 ‘웃음·눈물·성과’ 다 담아내
시애틀총영사관이 한 해의 마무리를 겸한 연말 타운홀 미팅을 12일 저녁 총영사관에서 개최하고, 동포사회와 함께 2025년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현장에는 한인 단체장과 지역 커뮤니티 리더 등 100여 명이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진행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사건·사고와 민원을 담당하는 김현석 영사가 맡았다. 김 영사는 시작부터 특유의 입담으로 분위기를 풀었다. “매년 타운홀 미팅에서 나오는 가장 큰 컴플레인이 뭔지 아십니까?”라는 질문에 여기저기서 “너무 길다”, “밥을 늦게 먹는다”는 답이 튀어나오자, 그는 “그래서 올해 주제는 ‘스피드런(Speed Run)’입니다. 1시간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모든 순서를 끝내 보겠습니다”라고 선언해 웃음을 자아냈다.
행사에는 올해 선거에서 킹카운티 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스테파니 페인 의원이 남편이자 벨뷰상공회의소 CEO인 조 페인과 함께 참석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페인 의원은 인사말에서 자신을 “사우스 킹 카운티, 특히 켄트·렌턴·터퀼라·시택 등 남부 도시들을 대표하게 된 새 킹카운티 의원이자, 이 의회에 첫 번째로 입성한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어린 시절 시애틀에서 자랄 때, 커뮤니티 안에서 한인 리더들, 특히 한인 여성 리더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며 “이제는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이 자기와 닮은 사람을 리더로 보며 ‘나도 할 수 있다’고 꿈꿀 수 있는 시대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줄리 강, 샘 조,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 그리고 오늘 함께한 총영사·부총영사와 협력해 차세대 리더들을 키우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페인 의원은 최근 활동도 소개했다.
“킹카운티 의회 사무실이 있지만, 최근 2주 동안은 거의 앉아 있을 틈이 없었습니다.
오늘도 그린리버 일대 홍수 피해 상황을 살피기 위해 주지사, 마리아 캔트웰 연방상원의원 등과 현장을 돌며 회의를 했습니다.” 특히 자신이 지역구로 두고 있는 켄트 교육구를 언급하며 “무려 130개가 넘는 언어가 사용되는, 그야말로 초다양성 커뮤니티”라며 “내년에는 켄트에 최초의 한국어 이중언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페인 의원은 곧 부임을 앞두고 있는 서은지 총영사를 위해 킹카운티 의원 9명 전원이 서명한 감사장(Recognition)을 전달했다. 서 총영사가 부재한 관계로, 박미조 부총영사가 대신 무대에 올라 상을 받았다. 박미조 부총영사는 환영사에서 이번 모임의 성격을 이렇게 정의했다.
“오늘 이 자리는 2025년 한 해 동안 총영사관이 동포사회와 함께해 온 일들을 돌아보고, 각 단체가 서로를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네트워킹을 이어가는 매우 의미 있는 자리입니다.”
그는 “총영사관의 핵심 업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연결’”이라며 “사람과 사람, 기관과 기관을 잇는 과정에서 처음엔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이 풀리고,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리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다”고 말했다.
또 “1세대 뿐 아니라 2·3세 가운데서도 오늘 스테파니 페인 의원처럼 주류사회로 진출하는 인물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며 “그들이 한인 커뮤니티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에서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총영사관도 계속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행사 후에는 한식 뷔페와 와인, 크리스마스를 앞둔 진저브레드 쿠키 세트 등이 테이블마다 준비돼 참석자들이 식사와 함께 교류의 시간을 이어갔다.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는 서은지 총영사의 지난 3년 10개월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부임 이후 각종 행사와 현장 방문 모습을 엮은 영상이 흐르자, 김현석 영사를 비롯한 직원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조용해진 분위기를 만들었다.
김 영사는 “원래라면 이 장면에서 총영사님이 직접 나오셔서 눈물을 흘리셨을 텐데, 오늘은 자리에 안 계신 관계로 제가 대신 울었다”며 다시 한 번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번 타운홀은 서 총영사가 재임 중 동포사회와 갖는 마지막 대규모 소통 자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타운홀의 핵심 순서는 각 분야 담당자들의 ‘1년 결산’이었다. 박미조 부총영사와 심찬용 전문관, 구광일 영사, 조영미 영사, 전종화 영사, 김현석 영사, 그리고 이용욱 시애틀한국교육원장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동포, 정무, 경제, 공공외교·문화, 교육, 해외 안전, 민원 등 분야별 성과와 2026년 계획을 소개했다.
동포·정무 분야를 맡은 박 부총영사와 심찬용 전문관은 “지난해에 말씀드린 것처럼 동포사회 역량을 키우고, 한국과의 연결을 넓히며,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계속 힘써 왔다”고 밝혔다.
올해 주요 성과로는 ▲워싱턴주 5개 한인회가 3·1절, 광복절, 6·25 기념식을 공동 개최하도록 지원 ▲1월과 11월 두 차례 열린 ‘한인의 날’ 행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도록 후원
▲강화된 이민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워싱턴주 이민 정책 대응 태스크포스’ 구성 및 타운홀 개최(한인생활상담소·변호사협회·한미연합회 등과 공동) ▲옥타 청년네트워크, 민주평통 출범식 등 차세대·통일 관련 행사 지원 ▲세계 한인의 날 포상에서 김주미 한인생활상담소 소장의 훈장 수훈, 단체 ‘창발’의 국무총리 표창 수상 지원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정무 분야에서는 워싱턴 주지사 취임식 참석, 부지사·국무장관 등 주정부 주요 인사와 면담을 통해 협력 관계를 강화했다. 또 몬태나주 그레그 지안포르테 주지사, 오리건주 티나 코텍 주지사 경제사절단의 방한을 지원해 한국과의 교류 확대를 도왔다.
심찬용 전문관은 “킹카운티 최고행정관과 페인 의원 취임식 참석, 스트릭랜드 연방 하원의원 면담,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과의 접촉을 통해 김치의 날 법안 등 주요 현안에 협조를 요청했다”며 “마크 램버트 전 국무부 부차관, 워싱턴주 외교단 등 여론주도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외교도 활발히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워싱턴대 한국학센터와 함께 제12회 한반도 포럼을 개최하고, 같은 연사단을 몬태나로 모셔가 포럼을 여는 등 정책 공공외교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고 덧붙였다.
전종화 영사는 중소·스타트업 지원 성과를 집중 소개했다.
시애틀총영사관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설립한 코리아 스타트업 센터(K-Startup Center Seattle, KSC)와 협업해 ▲분기별 ‘중소벤처기업지원협의회’ 개최 빅테크 ▲기업·벤처캐피털 관계자 초청 포럼 및 기업별 비즈니스 피칭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노동·이민·관세 정책 변화에 대한 정보 제공 등을 통해 진출 기업의 초기 정착과 사업화 성과를 뒷받침했다.
특히 지난 11월 13일에는 재외동포청과 연계해 국내에서 선발된 AI·친환경 분야 유망 스타트업들을 초청, 투자유치회를 열고 전문가 강연·발표·1대1 VC 상담 등을 진행했다.
또 IT·창업 기반 단체 ‘창발’과 함께 ‘테크 서밋’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해, 한인 엔지니어·대학생·취업 준비생들에게 최신 기술 트렌드와 취업·인터뷰 노하우를 제공했다.
문화공공외교를 맡은 구광일 영사는 “시애틀총영사관은 주류사회에 한국문화를 알리고 K-콘텐츠를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공공외교 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특히 동포 문화단체와 함께 만드는 민간합동 ‘코리아위크(Korea Week)’를 대표 브랜드 행사로 꼽았다.
올해에만 18개 행사를 후원했으며,
▲재미한인과학자협회(KSEA)의 수학·과학 경시대회 ▲샛별문화원 프로그램 ▲워싱턴 챔버 앙상블 공연 ▲페더럴웨이 한인회, 한우리 정원 개관행사 ▲워싱턴주 한인미술인협회의 ‘한국의 매력’ 전시 ▲광역시애틀한인회 광복 80주년 사진전 ▲서북미 한인 학부모회 Heritage Multicultural Fair ▲한국문인협회, 통합한국학교, 오작 브리지 무용페스티벌 ▲오리건 전통문화예술단, 코리아 나잇, 페더럴웨이 통합한국학교 추석 한마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후원을 이어 왔다.
이어 마이크를 넘겨받은 전수빈 실무관은 공공외교 지원사업을 이용하는 단체들을 대상으로 ▲행사 종료 후 30일 이내 결과 보고서 제출 ▲PDF가 아닌 워드·한글 파일로 보고서 작성 ▲포스터·사진·기사·SNS 링크 첨부 ▲내년부터 계좌이체 방식으로 지원금 집행, 단체 명의 계좌정보·사업자등록증 필수 제출 ▲영수증 원본 제출 원칙, 식대·도시락 등은 지원 불가 등 실무적인 유의사항을 상세히 안내해 현장 단체들의 호응을 얻었다.
교육 분야를 맡은 이용욱 시애틀한국교육원장은 “올해는 교육원이 ‘개원 1년차’를 보낸 특별한 해였다”며, 임차 건물을 직접 설계하고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며 공간을 만들어낸 과정부터 개원식, 한국 유학박람회, K-서머캠프까지의 여정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이 원장은 “처음 8개에 불과했던 한국어반이 현재 13개로 늘었다. 이는 미 전역 한국교육원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이라며 “벨뷰 교육감의 성남 방문 등 한·미 교육교류도 활발해졌고, 한글학교 교사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식·문화·언어 등 다양한 연수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총무·운영을 맡고 있는 조영미 영사는 먼저 2025년 국정감사 결과를 소개했다.
10월 24일 밴쿠버에서 진행된 재외공관 국정감사에서 시애틀총영사관은 밴쿠버총영사관과 함께 감사를 받았다. 이재정·강선우 의원 등 감사위원들은 ▲공관 현황 및 관할 지역 업무 환경
▲업무 추진 계획 ▲교민 보호와 공공외교 실적 등을 놓고 심도 있는 질의를 이어갔다.
조 영사는 “국민 안전, 보이스피싱·폰지형 금융사기·아시아 혐오범죄 대응, 현지 첨단 테크 기업과의 협력, 입양인 관리, 과학기술 주재관 필요성 등을 두고 열띤 토론이 있었다”며 “전체적으로 공관과 한인사회가 펼쳐온 공공외교 성과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는 종합감사장에서도 별도로 언급될 정도였다”고 전했다.
또한 11월 7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광복 80주년·개천절 기념 국경일 리셉션’에는 데니 헥 워싱턴주 부주지사를 비롯해 정치·경제·문화·언론·외교단 인사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워싱턴·몬태나·아이다호·알래스카 주지사는 영상 축사를, 오리건 주지사는 서한을 통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조 영사는 “서은지 총영사 재임 기간 중 5개 관할 주의 모든 주지사가 국경일을 공식 축하하고 포고문 형식의 서한까지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시애틀시와 킹카운티 등 약 16개 지자체가 포고문을 발표하고, 그레이트 휠 등 랜드마크가 태극기 색으로 점등된 사실도 소개했다.
민원·사건사고를 담당하는 김현석 영사는 “올해 시애틀총영사관이 처리한 민원 건수는 약 1만5000건으로, 담당자 1인당 처리 건수로 보면 LA총영사관보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자신에게 걸려왔던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전화를 현장에서 재연했다.
서울지검 검사와 영사를 사칭해 “마약 사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며 당황하게 한 뒤, 주민번호·여권번호 제공을 요구하는 과정까지 극적으로 재현해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김 영사는 “최근에는 발신 번호까지 ‘시애틀총영사관’으로 뜨는 경우가 있어 더 위험하다”며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반드시 전화를 끊고, 가족·지인·총영사관에 즉시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타운홀 미팅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순서는 두 고등학생 음악 단체의 공연이었다.
벨뷰 지역 한인 고교생들로 구성된 ‘인터레이크 멜로디스(Interlake Melodies)’는 7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앙상블이다. 김현석 영사는 이들을 소개하며 “시니어 리빙하우스에서 연주 봉사를 하고,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도 공연하는, 이름만 들어도 아이돌 그룹 같다. 커가는 샛별들”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인터레이크 멜로디스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Waltz No.2)’과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 메들리를 연달아 연주해 장내를 깊은 감동으로 채웠다.
이어 워싱턴 지역 고교생 챔버 오케스트라 ‘클래식포유(Classic4U)’는 ▲노숙자·참전용사 쉼터
▲중독자 재활센터 ▲시니어 홈 ▲시애틀 어린이병원 등에서 꾸준히 재능기부 공연을 하고 있는 단체로 소개됐다.
이들은 냇 킹 콜의 ‘L-O-V-E’, 차이콥스키 ‘꽃의 왈츠(Waltz of the Flowers)’를 연주해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또 한 번 기립박수를 받아냈다.
김 영사는 “기말고사 시즌이라 가장 바쁠 때인데도 지역사회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줘 고맙다”며 “여러 단체에서 공연 요청을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고 거듭 홍보했다.
행사 막바지에는 워싱턴주 한미연합회(KAC) 전 회장이자 시애틀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줄리 강 박사가 시애틀시의 ‘민주주의 바우처(Democracy Voucher)’ 제도를 소개했다.
시가 예산으로 시민들에게 바우처(쿠폰 형태의 정치기부권)를 보내면, 주민들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나눠 줄 수 있는 제도로, “정치 참여의 문턱을 낮추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강 박사는 “내년에는 2장, 총 50달러 상당의 바우처가 우편으로 발송될 예정이니, 리사이클 통에 버리지 말고 꼭 사용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후 민주평통 시애틀협의회, 워싱턴주변호사협회,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워싱턴지부, 시애틀바자르, 한인의 날 축제대단, 광역시애틀한인회, 페더럴웨이 한인회, 재미한국학교 서북미지역협의회, 한인미술인협회, 한인생활상담소, 샛별한국문화원, 아태문화센터, 대한부인회, 한인상공회의소 등 30개가 넘는 한인 단체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각자 30초씩 단체를 소개했다.
김현석 영사는 “30초가 지나면 마이크가 내려간다”며 엄격하게 시간을 관리하면서도, 중간중간 유머를 곁들여 지루할 틈 없이 순서를 이어갔다.
올해 타운홀 미팅은 이름 그대로 ‘스피드런’을 표방해 진행 시간은 1시간대를 겨우 넘겼지만, 동포·정무·경제·공공외교·교육·안전·민원 보고에다 음악공연, 정치참여 안내, 단체 소개, 식사와 네트워킹까지 알차게 담아냈다.
참석자들은 “정보와 웃음, 감동이 골고루 섞인 행사였다”, “총영사관이 1년 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한 번에 정리해서 볼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며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시애틀총영사관은 이번 타운홀을 끝으로 2025년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고, 2026년에도 동포사회와의 소통을 확대하며 주류사회와의 가교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박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