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회장, 한인 사회의 기억 속에 영면
4월 18일 시애틀 성당에서 장례미사…부인과 자녀 등 유가족, 눈물의 마지막 인사
시애틀한인회·페더럴웨이한인회·서북미연합회 등 각계 지도자·동포 300여 명 운집
지난 4월 3일 향년 68세로 별세한 고(故) 김기현 전 광역시애틀한인회장(제39대)의 장례미사가 4월 18일 시애틀 성당에서 엄수됐다. 오전 10시 30분 연도를 시작으로 오전 11시 장례미사가 봉헌됐고, 오후 12시 30분에는 홀리루드 묘지에서 하관식이 진행됐다. 시애틀 한인 동포 사회 각계 지도자와 지인 300여 명이 자리를 함께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 동포 사회 각계 지도자 총집결…"한인 사회의 큰 버팀목을 잃었다"
이날 영결식에는 광역시애틀한인회 김원준 회장과 샘 심 이사장, 페더럴웨이한인회 류성현 회장과 김종박 수석부회장, 김창범 전 타코마한인회장, 시애틀한인회 한친회 전 회장단, 한인의날 축제재단 워싱턴주 김성훈 이사장, 미주한인회 서북미연합회 이수잔 회장과 조기승 전 회장 등 지역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한 한국에서 직접 날아온 유족과 지난 1년 반 동안 병문안을 다녀간 지인들, 꽃과 음식을 보내온 동포들까지 300여 명이 성당을 가득 메웠다. 오랫동안 고인과 함께해 온 동포 사회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어디를 가도 모두가 그를 알았고, 그가 있는 자리는 항상 따뜻했다"고 입을 모았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제39대 시애틀한인회장으로 재임하며 한인 사회의 화합과 발전에 헌신했던 고인은 퇴임 후에도 교회와 지역 공동체 안에서 묵묵히 곁을 지킨 인물로 기억됐다.
운전면허가 없는 지인들을 직접 차로 데려다주고,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을 뒤에서 도왔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웃의 가정을 가장 먼저 찾아갔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 "항암 중에도 손주와 놀고 웃었다"…투병 1년 반, 끝까지 가족 곁에
고인은 별세 약 1년 반 전 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진단 직후 담당 의사에게 가장 먼저 건넨 말은 자신의 장기를 다른 이에게 기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고 유족은 전했다. 그 힘겨운 순간에도 타인을 먼저 생각했던 고인의 모습은 이날 영결식에 참석한 모든 이의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이후 22차례에 걸친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몸이 극도로 지쳐 있는 순간에도 손주들과 어울려 놀고 웃음을 잃지 않았다. 별세 직전 마지막 한 주도 병원에서 보냈으며, 4월 3일 가족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히 눈을 감았다.
◈ 자녀들의 눈물의 작별…"아빠가 가르쳐준 건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
장례미사 자리에서 고인의 자녀들은 차례로 마이크 앞에 섰다. 아들 진호씨는 "코트에서 함께 공을 치고, 한국 식당에서 고기 굽는 자리를 나란히 지키고, 명절 저녁마다 아빠표 아재 개그에 웃던 기억으로 아버지를 기억하고 싶다"며 고인을 'Keaton Andrew Kim'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부르며 "세상에서 최고의 아빠였다"고 말했다.
막내는 암 진단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고인이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힌 순간과, 시애틀 시호크스 첫 경기를 함께 관람하며 추위를 이기려 둘이서 웃고 떠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그날 같은 기억을 더 많이 만들지 못한 게 아쉽다"며 "아빠,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전했다.
첫째 딸 로사씨는 "아버지는 무엇이든 알고 있었고, 모르더라도 아는 척을 했다"며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집에 수리할 곳이 생기면 바로 달려왔고, 공항 픽업은 물론 용돈을 쥐여주며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라고 속삭이던 아버지를 기억한다고 했다. 또 집 안 트레드밀 위에서 볼륨을 최대로 높여 노래를 부르던 모습을 떠올리며 "결국 나도 밤새 같이 노래방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그는 "22번의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던 아버지가 가르쳐준 것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며 "아빠, 사랑해요. 엄마 잘 모실게요"라는 말로 작별을 고했다.
유가족으로는 부인 김선진 루시아씨와 아들 진호씨, 딸 은희·민희씨 등 1남 2녀, 사위 2명과 손녀 3명이 있다.
<기사‧사진=시애틀코리안데일리 김승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