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인종의 학생들, 한자리에서 한국 배웠다
TAF@Saghalie 한국어반 학생 40명 포함 50여 명, 지난 16일 AKA 스튜디오 방문
탈춤·전통의상·기생충 명대사 연기 등 케이팝 너머 한국 전통문화까지 체험
워싱턴주 페더럴웨이에 위치한 TAF@Saghalie(구 사할리 중학교) 한국어반 학생들이 케이팝을 매개로 한국의 전통과 현대 문화를 동시에 체험하는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지난 4월 16일 오전 10시 30분, 학생 40명을 포함해 교직원·학부모 등 50여 명이 유설아 선생의 인솔로 아메리카 케이팝 어소시에이션(AKA) 스튜디오를 찾았다.
TAF@Saghalie는 6~1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STEM 중심 프로젝트 기반 학습 학교로, 한국어반에는 다양한 문화적·언어적·인종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재학 중이며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AKA 엘리나 솔 김 디렉터는 지난해부터 매 학기 학교를 직접 방문해 케이팝 댄스를 가르쳐왔는데, 이번에는 학생들이 스튜디오를 찾아가는 필드트립 형태로 워크숍이 기획됐다.
◈ AKA·VDC, 퍼시픽 노스웨스트 케이팝 문화 교육의 중심
AKA(America K-Pop Association)는 킹 카운티 일대를 기반으로 케이팝 공연과 한국 문화 교육을 이끌어온 단체로, 마이크로소프트, 루이스-맥코드 합동기지(JBLM) 등 지역 주요 기관에서 공연을 펼쳐왔다. 2023년에는 KBS 창원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 무대에 초청을 받아 단원들이 항공권과 숙박을 지원받으며 한국 공연 무대를 밟기도 했다.
AKA는 VDC(Victorious Dance Company) 퍼포먼스 시리즈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VDC는 2021년 '시애틀 유스 케이팝(Seattle Youth Kpop)'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현재 '빅토리어스 퍼포밍 아츠 컴퍼니(Victorious Performing Arts Company)'로 확장된 워싱턴주 소재 청소년 케이팝 공연 전문 단체다. 8~17세 청소년을 중심으로 케이팝 음악·댄스·노래·공연을 종합 교육하며 이 지역 댄스 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두 단체는 지난해 8월 페더럴웨이 공연예술센터(FWPAEC)에서 'K-Pop 사랑가(Saranga)'라는 제목의 공연을 공동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AKA는 현재 9~18세 청소년 댄서를 상시 모집 중이며, 국적과 경력에 제한 없이 케이팝에 관심 있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 탈춤 영상에 눈 돌리고, 전통의상 런웨이까지…케이팝 너머의 한국
워크숍은 단순한 댄스 레슨을 넘어 한국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엘리나 솔 김 디렉터는 AKA 소속 댄서들의 공연 영상을 소개하며 단체의 활동 이력을 설명했다. 특히 한국 전통 탈춤과 케이팝 댄스를 결합한 협업 영상을 함께 감상하고, 한국 전통 악기 장구와 전통 의상을 활용한 런웨이 공연 사례도 소개했다.
"케이팝은 아이돌 댄스를 단순히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의 기술적인 부분을 배우는 것"이라는 설명에 학생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날 오는 8월 페더럴웨이 공연예술극장에서 선보일 탈춤과 K-Pop 콜라보 공연 소식도 전해졌다. 또한 올 6월에는 한국 최대 규모의 댄스 스튜디오인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크루 두 명이 시애틀을 찾아 14세 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워크숍과 쇼케이스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발표도 나왔다.
◈ "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기생충 명장면을 한국어로 연기
워크숍의 백미 중 하나는 영화 '기생충'의 명대사를 한국어로 배우고 직접 연기해보는 시간이었다. 엘리나 솔 김 디렉터는 학생들과 함께 해당 장면을 시청한 뒤 "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한국어 표현을 반복해 발음하고, 학생들이 직접 배역을 맡아 즉흥 연기를 선보였다.
시험을 앞두고 전혀 공부하지 않은 척하다 A학점을 받는 상황으로 장면을 각색해 연기하는 순서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수업에서 케이팝을 배워온 학생 아리아나는 한국어 발음을 직접 시연해 다른 학생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워크숍 후반부에는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케이팝 시그니처 댄스를 단체로 배우는 시간이 이어졌다. 엘리나 솔 김 디렉터가 동작을 세분해 직접 시범을 보이자 학생들은 금세 따라했고, 원을 그리며 다 함께 음악에 맞춰 동작을 완성했을 때 스튜디오 안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점심 시간에는 참가자 전원이 떡볶이, 김밥, 만두, 프라이드치킨, 잡채 등 한국의 대표 음식을 함께 나누며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 문화까지 체험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처음 접한 음식들을 조심스럽게 맛보다가 이내 "이거 진짜 맛있다"며 눈을 빛냈고, 떡볶이와 잡채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대화가 피어났다.
워크숍에 참여한 한 학생은 "케이팝이 단순한 춤과 노래가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전통이 담긴 문화라는 걸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한국어로 대사를 직접 말해보고 연기까지 하니까 교실에서 배울 때와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한국어가 갑자기 살아있는 언어처럼 느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평소 케이팝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한 학생은 "탈춤이 케이팝과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한국 문화가 이렇게 깊고 넓은 줄 몰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동행한 한 학부모는 "아이가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운다고 할 때 케이팝이 동기가 됐는데, 오늘 보니 케이팝이 언어와 문화 전체로 이어지는 훌륭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기사‧사진=시애틀코리안데일리 김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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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럴웨이 TAF@Saghalie(구 사할리 중학교) 한국어반 학생들이 한국 문화 체험을 위한 케이팝 스튜디오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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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에서 K팝과 K댄스 문화를 알리는데 앞서고 있는 Victorious Dance Company(V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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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F@Saghalie 학생들이 AKA 소속 댄서들의 공연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