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아시안 증오, 팬데믹 전보다 3배”


“반아시안 증오, 팬데믹 전보다 3배”

코로나19 증오범죄법 5년…AAPI 절반 “증오 행위 경험”

전문가들 “이민단속 공포에 신고 위축…실제 피해 더 클 것”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급증한 반아시안 증오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제정된 ‘코로나19 증오범죄법’이 시행 5년을 맞았지만, 아시아계·태평양계(AAPI)를 겨냥한 증오범죄와 증오행위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1일 개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시민권 단체 관계자들은 반이민 정서와 정치권의 배타적 발언이 아시아계와 태평양계, 무슬림, 시크 커뮤니티를 다시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민 단속 강화와 법집행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면서 실제 피해 규모가 공식 통계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서명한 코로나19 증오범죄법은 팬데믹 기간 폭증한 반아시안 증오에 대응해 주 및 지역 차원의 신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브리핑 참석자들은 법 시행 5년이 지난 현재도 반아시안 증오범죄와 관련 사건이 팬데믹 이전보다 약 3배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연방수사국(FBI)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고된 인종·민족 관련 증오범죄 5,810건 가운데 아시아계 대상 사건은 291건, 시크교도 대상 243건, 무슬림 대상 214건이었다. 불교도 대상 사건은 34건, 힌두교도 대상 사건은 31건, 하와이 원주민 및 태평양계 대상 사건은 20건으로 집계됐다. 이들 커뮤니티를 겨냥한 사건은 모두 833건이다.


흑인은 여전히 편견에 기반한 범죄의 최대 피해 집단으로, 지난해 2,792건의 증오범죄가 보고됐다. 유대인을 겨냥한 반유대주의 증오범죄는 1만 3,195건이었다.

존 양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JC) 회장은 “반이민 수사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며 “대통령이 여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극우 성향 라디오 진행자의 발언을 재게시한 일을 거론했다. 해당 발언에는 인도와 중국 출신 이민자를 “노트북을 든 갱스터”로 묘사하고, 중국과 인도를 “지옥 같은 나라”라고 부르는 내용이 담겼다. 또 아시아계 미국인의 충성심과 미국 사회 통합 가능성을 의심하는 취지의 주장도 포함됐다.


양 회장은 팬데믹 당시 트럼프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우한 독감”, “쿵플루” 등으로 부르며 반아시안 정서를 자극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2021년 애틀랜타 스파 총격 사건에서 아시아계 여성 6명이 숨지고, 같은 해 인디애나폴리스 페덱스 총격으로 시크계 미국인 4명이 사망한 사건을 거론하며 “정치적 언어가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이미 경험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코로나19 증오범죄법이 피해 신고 경로 확대, 언어 접근성 개선, 커뮤니티 단체의 예방·대응 활동을 지원하는 기반을 만들었지만, 현행 정부는 증오범죄 예방 보조금을 계약 중간에 취소하고 소셜미디어 기업의 혐오 콘텐츠 관리 노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압박하면서 대응 체계가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시크, 반힌두, 반불교 증오범죄가 FBI 보고상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라틴계를 겨냥한 증오도 1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식 자료만으로는 실제 피해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역별 신고 체계가 다르고, 일부 기관은 증오범죄나 증오사건 보고에 소극적이며, 피해자들이 법집행기관과 이민 단속을 두려워해 신고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양 회장은 출생 시민권 폐지 시도, 백인 다수가 차별받고 있다는 주장, 아시아계를 국가 안보나 경제 안보의 위험으로 묘사하는 담론을 거론하며 “연방정부가 증오 사건을 막지 못하는 것을 넘어 이를 부추기는 말과 행동을 한다면 모든 미국인이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매니멀 카우르 시크 연합 선임 매니저도 최근 정치·행정권의 흐름이 이민자와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백인 민족주의와 네오나치 콘텐츠가 소셜미디어에서 부각되고, 중소기업청의 비시민권자 대출 신청 제한, 비시민권자 투표 사기라는 근거 없는 주장 확산 등이 불안과 배제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스톱 AAPI 헤이트가 시카고대 NORC와 함께 실시해 이날 공개한 2025년 전국 조사에 따르면 AAPI 성인 약 절반은 인종, 민족, 국적을 이유로 한 증오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단체는 온라인 신고 포털, 시카고대 NORC와의 전국 대표 표본 조사, 온라인 혐오 표현 추적을 통해 반아시안·반태평양계 증오행위를 파악하고 있다.


특히 태평양계 성인의 피해 경험률은 2024년 47%에서 2025년 57%로 상승했다. 가장 흔한 유형은 물리적 폭력보다 괴롭힘과 제도적 차별이었다.

스테파니 장 스톱 AAPI 헤이트 디렉터는 팬데믹 초기에는 아시아계에게 코로나19 책임을 돌리는 발언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반이민 수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위협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약속한 대로 너를 추방하기를 기다릴 수 없다”거나 “ICE에 신고하겠다”는 식의 표현이 대표적이라는 설명이다. 장 디렉터는 캘리포니아의 한 한인 여성이 패스트푸드점에 있다가 낯선 여성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가해 여성은 피해자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트럼프가 약속한 대로 너를 추방하기를 기다릴 수 없다”고 소리친 뒤 몸을 밀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신고 사례에서는 미국 시민권자인 다인종 태평양계 남성이 온라인에서 “ICE에 신고하겠다. 서류를 준비하라”는 협박을 받았다. 장 디렉터는 피해자의 실제 체류 신분과 무관하게 외모와 배경만으로 이민 단속 대상처럼 취급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 우샤 밴스, 조란 맘다니 등 남아시아계 인물이 정치적 주목을 받거나 H-1B 비자 논쟁이 벌어질 때 온라인상 반남아시아계 비하 표현이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피해가 늘어도 신고는 여전히 저조하다. 장 디렉터는 “증오행위를 경험한 AAPI 피해자 가운데 공식 기관에 알린 비율은 22%에 그쳤다”며 “신고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법집행기관이 ICE와 협력하는 지역에서는 “신고했다가 이민 단속망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 크다고 했다. 조사에서 AAPI 응답자 절반은 자신이나 지인이 반이민 수사와 정책의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으며, 추방·체포·구금 또는 신분 확인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다.


사미르 후세인 무슬림공공문제협의회(MPAC) 워싱턴DC 사무소장도 “일부 경찰서는 범죄 피해자가 신고해도 이민법 집행에는 협조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커뮤니티의 불신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후세인 소장은 9·11 직후 텍사스 달라스에서 방글라데시계 무슬림 라이스 부이언이 총격을 당하고, 인도계 힌두교도 바수데브 파텔과 파키스탄계 무슬림 와카르 하산이 살해된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또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일리노이주에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가족이 공격받아 6세 소년 와디아 알파유메가 숨진 사건을 예로 들며 “국제 분쟁 이후 증오가 미국 내 소수계 커뮤니티로 향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오범죄가 실제 기소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도 문제로 꼽혔다. 후세인 소장은 증오범죄로 기소하려면 편견에 따른 동기를 입증해야 하는데 그 기준이 높다고 설명했다. 살인 등 중범죄가 적용될 경우 증오범죄 가중 혐의가 부차적으로 다뤄지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카우르 매니저는 시크교도 피해의 경우 경찰이 터번이 신앙의 상징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해 증오범죄 가능성을 놓치는 일이 있다고 지적했다. 언어와 문화 장벽 때문에 피해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는 또 검사들이 각 주의 증오범죄법, 특히 편견이 유일한 동기가 아니어도 적용할 수 있는 복합 동기 조항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입증이 쉬운 혐의만 적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장 디렉터는 한 여성이 “중국으로 돌아가라”, “개와 고양이를 먹는 사람”이라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음에도 경찰관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은 인종주의가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피해자들은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사건이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집행기관에만 의존하지 않는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 디렉터는 캘리포니아의 증오사건 핫라인처럼 범죄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를 접수하고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 차원의 시민권 인프라를 강화하고, 예방·책임·회복을 포괄하는 커뮤니티 기반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립학교 내 문화·역사 교육과 언론 보도의 역할도 해법으로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학생들이 다양한 커뮤니티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것이 편견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언론 역시 증오범죄를 단순 사건으로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경험과 제도적 한계를 함께 조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피해자 지원 강화도 주요 과제로 언급됐다. 전문가들은 증오사건을 목격했을 경우 즉각 911에 신고하고, 피해자가 원한다면 지역 커뮤니티 단체나 시민권 단체와 연결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해자의 경험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태도도 회복 과정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증오범죄와 증오사건이 개별 폭력에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를 위축시키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디렉터는 증오를 경험한 AAPI 성인의 73%가 스트레스를 느꼈다고 답했으며, 피해를 경험하지 않은 응답자 중에서도 54%가 스트레스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가운데 지원을 받은 사람은 약 3분의 1에 불과했고, 그마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많았다.


그는 AAPI 성인의 67%가 여전히 형평성과 정의를 증진하는 일에 동기를 느낀다고 답했지만, 실제 저항 행동이나 시민 참여율은 2023년 74%에서 2025년 56%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장 디렉터는 “사람들이 두려움 때문에 공적 삶에서 물러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지금은 오히려 더 많은 참여가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주·지방정부가 연방 차원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며 증오범죄 신고 체계 개선, 언어 접근성 확대, 비수사기관 중심 핫라인 운영, 커뮤니티 보조금 집행, 학교 교육 강화, 피해자 회복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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